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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21일 06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21일 14시 12분 KST

카산드라의 불길한 예언

오픈소스는 고가의 상업용 유료 소프트웨어의 대안 정도로만 여겨졌고, 그들의 성공은 운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경제 위기 이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오픈소스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 페이스북의 "카산드라"를 필두로 오픈소스의 공룡들이 속속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서 듣보잡인 "카산드라"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오픈소스 분산 플랫폼 "하둡"은 야후가 처음 개발한 기술로 2011년 오프소스로 공개되었다. 이보다 몇 달 앞서, 또 다른 소셜의 강자 링크드인은 자사의 분산 메시징 플랫폼인 "카프카"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카산드라

<1> 카산드라의 저주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를 보고 한눈에 반한 아폴로는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그녀는 아폴로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에게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사랑에 눈이 먼 아폴로는 약속대로 그녀에게 예지 능력을 선사했지만, 카산드라는 보기 좋게 아폴로의 뒤통수를 친다. 이에 열받은 아폴로는"그녀의 예언을 아무도 믿지 않는 저주"를 내린다.

아폴로의 선물과 저주는 현실이 되었다. 카산드라는 트로이 목마를 성안에 들이면 트로이가 멸망한다고 예언했지만, 아버지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는 그 말을 듣지 않았고, 트로이는 멸망한다.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카산드라"라는 이름의 분산형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이야기다. 신화 속의 그녀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예언을 전하려는 것일까?

(신화에 등장하는 예언자 카산드라)

<2> 카산드라 데이터베이스

카산드라는 2008년에 공개된 NoSQL계열의 분산형 데이터 베이스이다. 기존의 SQL 데이터베이스에 비해 소셜 네트워크와 같은 대용량, 동적 데이터 처리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빅데이터 관점에서만 본다면, 마차만 존재하던 거리에 자동차가 등장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여기까지 읽은 CEO분들은 당장 부하직원에게 이걸로 바꾸라고 마음먹었겠지만, 조금만 참아주기 바란다. 모름지기 시스템이라는 것이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있고, 최적의 사용처가 있다. 과일 깎는데 청룡도를 쓸 수는 없지 않은가?)

여기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좋은 최첨단 기술을 누구나 공짜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픈소스이기 때문이다.

사실 카산드라는 "페이스북" (밑줄 쫙!)이 수억명의 가입자 대상으로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플랫폼을 무료로 공개한 것이다. 우리의 머릿속에 오픈소스의 이미지로 각인된 - 어느 컴퓨터 방 구석에서 오타쿠스러운 젊은이이가 탐욕스러운 공룡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 그런 허접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는 말이다.

(NCSA 모자이크 웹브라우저와 리눅스 OS)

<3> 오픈소스 공룡 시대의 개막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지난 20년간 PC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현대 IT세상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오픈소스의 대표적인 예가 대학생이던 마크 앤드리슨이 개발한 (추억의) NCSA 모자이크 웹 브라우저다. 비슷한 시기에 핀란드 대학원생 리누스 토발츠가 취미로 만든 리눅스는 2000년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임베디드 시스템과 클라우드 서버를 지배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오픈소스는 고가의 상업용 유료 소프트웨어의 대안 정도로만 여겨졌고, 그들의 성공은 운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경제 위기 이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오픈소스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 페이스북의 "카산드라"를 필두로 오픈소스의 공룡들이 속속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서 듣보잡인 "카산드라"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오픈소스 분산 플랫폼 "하둡"은 야후가 처음 개발한 기술로 2011년 오프소스로 공개되었다. 이보다 몇 달 앞서, 또 다른 소셜의 강자 링크드인은 자사의 분산 메시징 플랫폼인 "카프카"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Yahoo!의 Hadoop, Linkedin의 Kafka, 페이스북의 Cassandra)

<4> 오픈소스의 임팩트

그렇다면, 이러한 오픈소스 진영의 움직임은 IT세상에 어떤 임팩트를 가져왔을까? 오픈소스의 가공할 위력을 한국에 있는 여러분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다.

사진공유 앱인 인스타그램이 설립한 지 불과 18개월 만에 페이스북에 1조원에 인수되었는데, 인수시점에 직원 수는 불과 12명이었다. 단 12명의 직원이 3천만명 가입자들이 올리는 수억개의 사진을 아무 문제 없이 공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픈소스가 있었다. 인스타그램은 100% 오픈소스로 자신들의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밝히고 있다.(참고로 그들이 사용한 오픈소스는 Linux/Nginx/Django/PostgreSQL/Fbric 등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참조 )

더 황당한 예를 들어주겠다. 페이스북이 무려 20조원을 주고 인수한 메시징 "와츠앱"의 직원 수는 불과 55명이었다. (페북은 와츠앱 직원 1인당 3억5천만불을 지불한 셈이다). 와츠앱은 독특하게 에릭슨이 80년대에 개발한 erlang이라는 추억의 프로그램 언어 기반의 오픈소스를 사용했는데, 나는 이것이 페이스북이 엄청난 가격을 지불한 숨겨진 이유라고 추정한다.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13개국에서 발간되는 기사와 광고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허핑턴포스트의 CMS시스템은 AKKA라는 오픈소스를 이용하고 있다)

(오픈소스 기반의 대박신화들: 인스타그램과 와츠앱)

그렇다면, 자신들이 공들여 개발한 최첨단 플랫폼을 거리낌 없이 무료로 공개하는 이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5> 오픈소스와 공유 경제

나는 <세기의 특허전쟁 시리즈>를 통해, 특허가 기술 공유라는 원래 취지와 달리 공유경제의 걸림돌이 되었으며, 미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특허 시스템을 재정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급격하게 불타오르고 있는 오픈소스 진영의 활발한 움직임은 정부의 정책적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착각하지 마라. 미국 정부나 실리콘 벨리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아니다. 그들이 공유경제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공유경제의 에코시스템을 확장하면 할수록, 현재 미국이 쥐고 있는 기술의 리더십과 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경제의 헤게모니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안은 없다. 적응하느냐 도태되느냐의 문제일 뿐.

자,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의 소프트웨어의 현주소와 경쟁력에 대해서는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상에서 차고 넘칠 만큼 다루어지고 있으니, 한국 밖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으로 내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카산드라의 불길한 예언이 대한민국에서 유독 더 잘 맞아 떨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