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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25일 06시 1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25일 14시 12분 KST

세기의 특허전쟁 | 그녀는 비밀무기?

자바전쟁의 마지막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구글은 승부의 쐐기를 박을 마지막 비밀무기를 꺼냈다. 그 무기의 이름은 바로 "미셸 리" - 오바마 대통령이 선임한 특허국의 디렉터이다. 미국의 지적재산권 정책을 책임지게 될 미셸 리 신임 디렉터는 누군인가? 실리콘벨리에서 태어난 그녀는 MIT 컴퓨터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친 뒤, 고향인 실리콘벨리로 돌아가 휴렛팩커드에서 잠깐 일한 뒤, 스탠퍼트 법대를 졸업한다. 스타트업 관련 로펌에서 경력을 쌓다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구글 특허 전략 책임자를 맡았다.

AP Images for SanDisk Corporation

* 이 글은 "세기의 특허전쟁 | <4> 빌스키와 앨리스" 에 이은 5번째 글로, 시리즈의 마지막 글입니다. 이 글을 처음 접한 분은 "세기의 특허전쟁 | <1> 특허괴물의 탄생부터 읽으면 됩니다.

자바전쟁의 마지막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구글은 승부의 쐐기를 박을 마지막 비밀무기를 꺼냈다. 그 무기의 이름은 바로 "미셸 리" - 오바마 대통령이 선임한 특허국의 디렉터이다.

(21) 오바마식 회전문 인사

회전문 인사가 대한민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회전문 인사를 잘 활용하고 있다. 그 대상이 실리콘벨리라는 사실만 다를 뿐. 이번 정권이 망중립성을 포함한 혁신적 IT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리콘벨리 기업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들을 잇달아 자신들의 회사로 영입하고 있다. 아마존은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을 영입했고, 우버는 선거책임자였던 데이빗 프로프를 데려갔으며, 구글은 앤드류 맥로린 부 CTO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도 실리콘벨리 인사 영입에 적극적이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즈를 중용했고, 구글 부사장 출신 메건 스미스를 백악관 CTO로 임명했으며, 최근에는 페이스북 엔지니어인 데이빗 리코돈을 신설된 백악관 정보 담당 디렉터로 임명한 바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인사스타일을 감안하더라도 미국특허관리국 (USPTO)의 신임 디렉터로 특허 전문 변호사인 미셀 리를 지명한 것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도대체 그녀가 뭐가 문제냐고? 그녀는 구글 특허 전략 핵심 중의 핵심 인사이니까.

(신임 특허국 디렉터인 미셀 리의 과거와 현재)

(22) 미셸 리, 그녀는 누구인가?

미국의 지적재산권 정책을 책임지게 될 미셸 리(Michelle K. Lee) 신임 디렉터는 누군인가? (오바마가 총애한 철의 여인 워싱턴DC 교육감 미셸 리-Michelle Rhee-와 혼동하지 말자)

경력으로만 본다면, 그녀가 미국의 특허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에 올라도 충분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다. 실리콘벨리에서 태어난 그녀는 MIT 컴퓨터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친 뒤, 고향인 실리콘벨리로 돌아가 휴렛팩커드에서 잠깐 일한 뒤, 스탠퍼트 법대를 졸업한다. 스타트업 관련 로펌에서 경력을 쌓다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구글 특허 전략 책임자를 맡았다.

자바전쟁의 최종 판결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골수 구글맨 (아니 우먼)을 특허의 책임자로 지명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자바전쟁"이 정권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증명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특허개혁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전장에 투입된 미셸 리 신임 특허청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참고자료: IPwatchdog.com/)

(23) 특허의 질적 향상

그녀의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특허의 질적 향상"이다. 사실 그동안 미국 특허는 너무 구멍이 많았다. (내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스타트업 CTO 시절, 네모박스 4개만 달랑 그려진 특허를 보고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이 특허를 보유한 회사가 시장 지배적 미디어 회사였다는 사실.)

그녀가 강조한 "특허의 질"의 향상은 현재 심사 대기 중인 어마어마한 숫자의 추상적 개념 및 비지니스 모델 특허들을 퇴출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기준점은 앨리스 판결이다. 앨리스 판결은 소프트웨어 및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인정하는 않은 대법원의 역사적 결정이라고 4편에서 다루었다. (그녀는 의회의 승인을 받기 전에 가진 비공식 인터뷰에서 앨리스 판결이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 "이미 승인된 특허들에 대한 재검토의 가능성"

그동안 특허괴물은 기업들을 공격하는 데 소프트웨어 특허를 적극 활용했다. 그 이유는 추상적 개념을 담은 소프트웨어 특허는 해석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특허괴물의 편지(협박장)를 받은 상당수 기업들은, 소송전을 치르기 부담스러워, 제대로 평가도 안하고 적당히 돈을 주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절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밥그릇이 떨어지게 되는 쪽의 상황은 어떨까?

(24) 상대진영의 상황

우선 라이센스 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보자. 이 전쟁의 얼굴마담이자 당사자인 오라클은 올해 초 뜬금없이 전직 CIA국장을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다음 대선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젭 부시 라인에 줄서기를 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들에게 절대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하지만 상황은 매우 불리하다. 차기 대선은 내년 말이고, 대법원 판결은 올 상반기면 게임 끝일 테니까.

특허괴물 진영은 어떨까? 나는 지난 글에서 특허괴물이 창궐하게된 배경으로 2000년대 부동산 버블로 돈을 모은 사모펀드를 꼽았다. 이들은 경제 붕괴라는 최악의 불황에서 뭉칫돈을 들고 투자할 곳을 찾아 헤매다 특허시장을 키웠던 것이다. 이제 이 상황을 역으로 생각해보자. 미국의 경제는 반등하고 있다. 실업률은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 중이다. 특허 장사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공격받는 상황에서, 이들은 언제든지 새로운 고수익원으로 갈아타면 그만이다.

결국 구글이 자바전쟁에서 승리하면, 그동안 특허시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막대한 수익을 거두던 이질적 집단들이 제조업 육성을 통한 실물경제 부활이라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 앞에서 각자의 갈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흥미로운 그룹이 있으니, 바로 지적재산권 관련 법률 시장이다.

그동안 특허전쟁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면서, 급속히 팽창해 온 것이 특허 관련 법률시장이다. 앨리스 판결에 이어 자바전쟁마저 구글의 승리로 돌아간다면, 이런 추상적인 개념 특허들은 완전히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얼핏 특허 로펌들이 밥그릇 떨어지는 것을 반대할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그동안 특허괴물들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매출의 일부를 특허료로 헌납해야했던 기업들이 법원으로 달려가 해당 특허의 재심을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목을 옭아맸던 특허에 대한 무효화 역소송은 특허 법률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다.

나는 이런 과정을 거쳐 특허 괴물과 무의미한 소모적인 특허 소송전이 효과적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25) 향후 전망: 공유경제와 기술의 공존

세상이란 게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지도 않고, 간단히 몇 마디로 정리되지 않는다. 나는 극단적인 소프트웨어 특허 시장의 붕괴라는 아노미적 상황까지 가지 않고, 혼란의 시기를 거쳐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최적화된 기술 및 지적재산권의 공유 및 보상 체계가 민간주도로 탄생할 것을 예상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3D 프린터용 설계도면을 사고파는 플랫폼 사업 같은 것 말이다.)

자, 내가 들려주는 얘기는 여기까지다. 내 글이 미완성인 이유는 아직 미국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결이 나오면 그때 결과를 정리한 글을 올리겠다.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끝으로 내가 대한민국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에필로그 - 대한민국에 남기는 말>

원래 나는 한국 내부 문제에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이 정도 공들여 글을 썼으면, 예외적으로 한 마디쯤은 남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러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근원적인 장기적 아젠다 부재와 정책 연속성 결여에 기인한 국가경쟁력 약화"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의 이야기는 쏙 빼고, 멀리~ 바다 건너 미쿡 얘기를 해주겠다. 오바마 정부는 금융위기로 무너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제조업 부활 전방위 정책을 만들었고, (놀랍게도!) 그것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내가 직접 참여했던 미국 정부의 "화이트스페이스" 주파수 정책은 요즘 뜨거운 "망중립성"과 함께 미래의 IT 세상을 결정짓는 핵심 정책이다. 이 정책이 산업계 절반의 반대를 뚫고 통과되는데 무려 8년이 걸렸다. 그 사이 대통령이 바뀌고(공화당의 부시-민주당의 오바마), FCC위원장이 3번 바뀌어 있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었다.

(망중립성과 화이트스페이스에 의한 미국의 IT산업 구조 개편 전략: 임규태)


오해는 마라.

나는 대한민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 이때다 싶어 "그러니까 대통령을 잘 뽑아야지" 하는 댓글을 날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국가의 장기적 아젠다 결여의 책임을 5년마다 선거로 뽑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한국의 장기적 정책 부재에 의한 경쟁력 감퇴는 피할 수 없다고 말해주는 것뿐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냥 시스템적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기록해둔다. 지금은 기록으로 남기지만, 이 말은 충고가 되고, 다시 경고가 되고, 현실이 되고, 결국은 역사가 되겠지.

겁먹을 필요는 없다. 여러분은 국가경쟁력을 말아먹은 대가를 치르지 않을 테니까. 그 대가는 여러분의 후손들의 몫이다. 여러분은 그냥 죄책감만 느끼면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