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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0일 12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20일 14시 12분 KST

한국인의 건강염려증

건강염려가 우리 한국사회에서 더 두드러져 보인다. 광우병이나 조류독감 등이 발병했다는 소식만 들려도 관련 음식점들이 망해나갈 정도로 한국인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건강이나 생존을 위협하는 다른 위험 요인들이 많은데 유독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크게 공포를 느끼고 과도하게 반응한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각된 위험이 실제 위험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렇다면 메르스나 광우병 등에 대한 위험을 실제보다 더 강하게 지각하게 되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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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큰 혼란을 겪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그나마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국민의 예방행동이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경험으로부터 배운 것도 있다. 감염을 줄이기 위해 손 씻기가 얼마나 중요한지와 병원에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병문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알게 되었다.

건강에 위협적인 것을 조심하는 것이 질병예방의 기본이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질병을 예방하는 행동을 하게 한다. 한 베테랑 내과전문의가 '아파야 오래 산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였다. 책 제목만 보고 질병이 있어야 오래 산다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저자는 그 책에서 조금씩 아파서 건강을 위해 조심하면 장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건강에 치명적인 것을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위험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만 그렇고 자신에게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낙관적 편향(optimistic bias)이 인간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낙관적 편향이 강한 사람들은 자동차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흡연을 더 많이 하거나 안전하지 않는 성행동을 하여 사망의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질병에 대한 지나친 공포와 염려 또한 문제가 된다. 이번에도 메르스에 대한 지나친 공포가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개정된 정신장애 진단매뉴얼(DSM-5)에서 질병불안장애라는 명칭으로 바뀐 건강염려증은 또 다른 하나의 질병이다. 지나친 건강염려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뿐 아니라 불필요한 행동을 하게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사람을 여러 질병에 취약하게 만든다.

그런 건강염려가 우리 한국사회에서 더 두드러져 보인다. 광우병이나 조류독감 등이 발병했다는 소식만 들려도 관련 음식점들이 망해나갈 정도로 한국인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건강이나 생존을 위협하는 다른 위험 요인들이 많은데 유독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크게 공포를 느끼고 과도하게 반응한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각된 위험이 실제 위험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렇다면 메르스나 광우병 등에 대한 위험을 실제보다 더 강하게 지각하게 되는 것은 왜 일까? 첫째,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대한 위험지각은 본능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불과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둘째, 다른 위험요인보다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비행기가 다른 교통수단보다 낮지만 사고를 당하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생각되기에 더 불안해하는 것과 유사하다. 셋째, 감염의 결과가 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를 현재편향(present bias)이라고 한다. 역으로 흡연은 실제로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지만 그 결과가 오래 지난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위험지각이 줄어드는 지연할인이 나타난다.

이런 반응들은 보편적인 것인데 왜 유독 한국인들이 메르스와 같은 질병에 대해 더 과도한 공포를 느끼는 것일까? 아마 미디어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행이 빠르게 확산되고 신조어가 쉽게 대중화되는 이유를 공중파 방송사가 세 개 밖에 없고 국민의 공중파 시청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문제를 자극적으로 다루어 공포를 키운 일부 종합편성채널과 근거 없는 헛소문을 확산시킨 SNS도 있었다.

바이러스나 독극물처럼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것에 의한 사망 위험을 미디어에서 실제보다 더 심각한 것처럼 다룬다는 것이 조사된 바 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미디어에서 더 많이 다루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 모르지만 사실이 왜곡되면 문제가 된다.

위험의 결과가 발생할 확률이 낮아도 그것이 치명적인 것이고 통제가능하지 않다면 극도의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공포와 같은 정서반응은 생존의 본능이기 때문에 생각의 변화로 쉽게 통제하기 힘들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행하는 관련 행동들은 인지적 해석, 즉 생각을 바꾸면 통제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미디어에서 건강에 위험이 될 수 있는 것을 너무 자극적으로 다루지 말고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여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위험을 지각하여 피하고 어느 정도 불안해하는 것이 우리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또 다른 질병을 가지게 할 수 있다. 어차피 질병 혹은 장애(disorder)란 균형을 잃는 것(out of balance)이기 때문에 불안의 부재나 과도한 불안 모두 위험하다.

* 이 글은 한국심리학회 웹진 PSY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