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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9일 06시 2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20일 14시 12분 KST

신동욱 ·주진우 명예훼손 재판의 순환논리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 슬퍼진다. 주진우 기자가 거의 같은 내용을 4년 전 박근혜가 당선되었던 2012년 대선 직전에 보도했다가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일종의 선거법상 명예훼손죄)로 구속영장청구까지 당하며 기소되어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하, "주진우 재판")

주진우 재판이 얼마나 황당한 논리로 시작되었는지는 구속영장청구서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박용철이 죽기 전 재판("신동욱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 밝히려고 했던 것이 바로 박지만이 박근혜의 묵인 하에 신동욱 살인 교사를 했는지였다. 박지만/박근혜가 신동욱의 그런 의혹제기에 대해 명예훼손 고소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용철이 살해당해서 증언을 할 수 없었고 결국 신동욱 재판에서는 별다른 증거가 없었으니 '살인 교사가 없었다'고 결정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구속영장청구서에서의 주진우에 대한 유죄논리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살인교사가 없었다고 신동욱 재판에서 이미 결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반하는 내용을 전제로 기사를 썼으니 유죄'라는 것이다. 즉 주진우가 박용철의 사망정황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박지만/박근혜는 신동욱 살인교사를 하지 않았다'는 진리에 재를 뿌리는 것이므로 그것이 역시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이건 마치 "축구에서 골이라고 이미 판정이 났으므로, 골판정을 한 심판이 매수되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허위이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결국 "살인교사는 없었다고 판정났으니 살인교사는 없었다"는 동어반복에 불과하지만 이 논리로 주진우는 수갑 차고 유치장에 가서 구속영장기각결정을 기다렸어야 했던 것이다.

이 따위 재판으로 10년의 시간이 갔다. 신동욱이 살해위협을 느꼈다며 칭다오호텔에서 뛰어내린 것이 2007년, 신동욱이 이를 공개하면서 '박근혜의 묵인하에 박지만의 살인교사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 2009년, 이 주장에 대해 박근혜/박근혜의 고소에 따라 신동욱이 명예훼손으로 구속당한 것이 2011년 그리고 그 재판에서 유리한 증인이 되었을 박용철이 같은 해에 박용수와 같이 사망한다. 그 사망에 주진우가 의혹을 제기한 것이 2012년 대선 직전 그리고 기소된 것은 2013년이고 이제 SBS는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더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박지만의 신동욱 살인교사를 묵인했다고 의혹을 받는 사람은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라갔다가... 이제 다시 내려올 상황이다.

결국 의혹이 사실이고 박근혜를 수혜자로 본다면, 한 명의 제보자 신동욱은 명예훼손 재판 + 증인살해로 막아놓고 다시 그 재판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또 한명의 제보자 주진우는 또 하나의 명예훼손성 재판으로 입막음을 하여 10년의 영화를 누린 꼴이 되었다. 신동욱의 주장이나 주진우의 주장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2개의 명예훼손 구속수사가 사람들을 윽박지르면서 진위를 밝힐 기회를 박탈했다는 것이다. (백은종 씨는 비슷한 혐의로 실제로 구속을 당해서 재판을 받았다.) 이 2개의 명예훼손 형사재판이 그리고 그 재판을 주도한 검찰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었는지 곰곰이 생각들 해보았으면 좋겠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