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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05일 11시 4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06일 14시 12분 KST

중식이 밴드x정의당 여혐 논란과 '이상한 그림'

연합뉴스

중식이 밴드x정의당 여혐 논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중식이 밴드의 음악에 대해서는 그저 솔직하구나 하는 느낌 정도였다. 음악작업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개인적인 부분이라 오히려 솔직해지기가 쉽지 않다. 예술가가 할 일은 자신이 본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중식이 밴드는 그 중에서도 '헬조선'을 살아가는 '청년'이라는 계급의 문제를 매우 적나라하게, '나는 무식하고 가진 것도 없고' 하는 식의 자기비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가리지 않고 보여주어 눈에 띄었다. 멋 부리려는 생각도 없고 장대한 비극의 주인공이 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들의 노래엔 시대, 시스템, 국가 같은 개념이 없다. 그저 나는 찌질이고 내 주변엔 안 좋은 일만 생긴다는, 우리시대의 평범한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중식이 밴드의 리더 정중식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리고 사과문은... 잘 못썼다.) 글의 수준을 떠나서 꽤 고민하고 쓴 글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이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당과 엮여서 생긴 일이니 만큼 그가 직접 사과를 할 일이 아니라 당과 상의를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여혐을 한 중식이를 진보정당 정의당이 끌어들였단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런 논란이 일어난 후에 취한 당의 대응이다.

중식이 밴드의 노래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건 순전히 100% 정중식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풀어내 쓴 아주 거칠고 덜 다듬어진 가사이다. 뮤지션이라는 직업을 달고 있지만 수익이 없어 언제까지고 '자칭'의 굴레 안에 돌고 도는 우울한 자기 정체성에 기반해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나름대로 작사의 감각은 있어서 잘 맞아 떨어져 재미나고 좋게 들리는 구석이 있다. 이런 점을 보고 정의당은 중식이 밴드를 통해 현실문제에 대한 인식을 표명하고 거기에 운동권의 구린 느낌, 철 지난 느낌, 진보의 정색 빠는 느낌들을 중화시키려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중식이 밴드가 만든 노래'라는 것과 '정의당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면이 있어서 당이 공감하는 노래'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4월 2일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을 통해 '일종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왜 '일종의'라는 말을 붙였느냐면, 사과는 했으나 협약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해는 간다. 당장 선거가 2주도 안 남았는데 이제 와서 협약을 깨고 정중식이 네놈이...!(부들부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리고 중식이 밴드의 노래에는 분명히 여혐 맛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정의당은 본래 원했던 부분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일단 총선이 끝날 때 까지는 함께 가는 것으로 정리된 것 같다. 정중식이 블랙넛은 아니니까. 그건 김대웅이고.

내가 짜증 나는 건 왜 이 사과를 정의당 '여성위원회'가 했냐는 것이다. 이거 좀 이상한 그림 아닌가? 차라리 여성위원회가 당원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서 중앙당에 사과를 요구하거나 하는 그림이 되었어야 맞는 거 아닌가? 오히려 이런 그림이 문제를 더 좋지 않은 그림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정중식의 블로그와 정의당 당원게시판에는 이 문제에 관련한 항의성 댓글과 게시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특히 정중식의 블로그에는 온갖 항의와 비아냥이 범벅되어 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다. 당원게시판에는 '지지철회'라는 말들도 적지 않게 보인다. '당원'들이 쓴 말이기에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이번 일로 정의당은 꼼꼼하지 못한 면을 보였고, 대응 역시 시원찮게 해버려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중식이 밴드와 여성위원회가 더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만은 이미 벌어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그래서 정의당에 등을 돌릴 것인가?

예전에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국민TV의 내분에 대해 취재/방송 했을 때, 마지막에 물뚝심송이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아주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공을 들이고 노력해서 만든, 시민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채널이니 문제가 있다고 외면하고 박살을 낼 것이 아니라, 주인인 시민들이 계속 지적하고 혼쭐을 내면서 고쳐서 쓰는 것이 훨씬 비용면에서나 여러 면에서도 좋지 않겠냐고.

비슷한 생각이다. 이번 정의당의 헛발질에 대해서 안타까우면서 짜증도 난다. 나로서는 정의당이 완벽해서 지지하는 게 아니다. 분명히 마음에 드는 면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러니, 당원 혹은 지지자라면 '아 니네도 똑같네?'하면서 침 뱉을 게 아니라, '야 니네 그러면 되냐? 니네 이런 이런 면이 잘못된거야. 그러니까 그러지 마라 어?' 하고 혼을 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귀찮고 피곤한 일이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잡으면 된다. 만약 그럼에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 그때 손을 놓아도 늦지 않다. 나는 정의당이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정] 본문 내용 중 팩트TV를 국민TV로 정정했습니다. (2016년 4월 6일 11시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