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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27일 13시 11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27일 14시 12분 KST

개가 개를 먹는도다

오늘도 누군가가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 이런 일은 늘상 있는 일이다. 누군가는 거의 매일, 매시간 SNS를 통해 실수(도 있지만 정말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다가 대차게 돌려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유명인들이 그렇다.)를 하고 있다. <소셜포비아>가 다루는 사건의 핵심인물인 '베카'와 '도더리'가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문제가 된 매개는 좀 다르지만 심한 조리돌림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같다. 보통 이런 지경에 이르면, 사람이 상당히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게, 안 겪어본 사람은 잘 모른다. 무시할 수 있을 것 같고, '뭐야 꺼져' 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도 않다.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를 보고나서 담배를 한 대 물고 트위터를 켰다. 오늘도 누군가가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 ('조리돌림'이란 트위터 상에서 뭔가 실언을 하거나, 잘못된 발언을 했을 때 불특정 다수의 유저가 RT를 해가며 욕을 하거나, 비웃거나 하며 원문을 널리널리 퍼트리는 행위를 뜻한다. 극중 '악플'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지만 트위터의 고유 기능인 'RT'를 이용한다는 면에서 조금 다르다. 페이스북의 '공유' 기능과 비슷하다.) 늘상 있는 일이니 그러려니 한다.

그렇다. 이런 일은 늘상 있는 일이다. 누군가는 거의 매일, 매시간 SNS를 통해 실수(도 있지만 정말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다가 대차게 돌려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유명인들이 그렇다.)를 하고 있다. <소셜포비아>가 다루는 사건의 핵심인물인 '베카'와 '도더리'가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이들은 문제가 된 매개는 좀 다르지만(베카 혹은 레나 혹은 민하영은 트위터, 도더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심한 조리돌림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같다. 보통 이런 지경에 이르면, 사람이 상당히 위축되기 마련이다. 유쾌하면서도 선을 넘나드는 위험한 트윗으로 꽤 유명하던 내 지인 하나는, 어느 날 자기도 모르게 선을 넘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광범위한 조리돌림에 시달렸다. 강한 멘탈의 소유자였지만, 지금도 그 얘기를 꺼내면 고개를 저으며 '죽을 뻔했다.'고 말할 정도다. 이게, 안 겪어본 사람은 잘 모른다. 무시할 수 있을 것 같고, '뭐야 꺼져'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도 않다.

영화는 인터넷 상에서 들끓는 '증오'와 그것이 향하는 방향에 대해 펼쳐 보여주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애초에 대상이 되었던 '베카'와 그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추론들.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진실과 과거의 행적이 문제가 되어 살인용의자로 떠오른 인물 등. 미스터리의 플롯을 가져와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들이 하나로 뭉쳐 가리키는 손가락이 대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 돌고 도는 이 돌림의 굴레 속에서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왜'. 지웅(변요한)은 묻는다. 베카는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렇게 사람들을 매장시키는 데 집착하는 거야? 이에 용민(이주승)은 대답한다. '원래 그런 애야.' 그런데, 이유는 있다. 영화는 베카의 과거를 언급하며,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일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스치듯 보여준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전혀 관심 없는 '네티즌'이라는 덩어리. 어쩌다 이 복마전에 끼어들게 된 지웅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소셜포비아>는 심각한 영화가 아니다. 있을 법한 일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잘 포장해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물론 서사를 위한 무리수가 곳곳에서 보여 물음표를 그리게 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이 점에는 두 주연배우, 변요한과 이주승의 호연이 설득력을 강화시킨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올해 독립영화 진영에서 내놓은 첫 수작이자 뛰어난 데뷔작이다. 2년 전 공개된 엄태화 감독의 <잉투기>와 비교하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현피'라는 소재가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는다. <잉투기>의 인물들이 어쨌든 결국 성장의 스타트라인에 발을 올리는 것과 달리, <소셜포비아>의 인물들은 그렇지 못하다. 죽거나, 실종되거나, 아니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보통 일반적인 인터넷 잉여들은 <잉투기>보다는 <소셜포비아>의 인물에 더 가깝게 행동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 보인다.

'에이 영화니까 그렇지. 저런 게 어딨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검색창에 'DC 사건 리스트' 나 '아프리카 사고' 라는 검색어로 잠깐 검색만 해도 친절한 네티즌들이 정리해놓은 게시물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세상은 '악플'이 전부인 곳이 아니다. 생각보다 세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몇몇 커뮤니티만 봐도 그냥 집구석에 앉아 있을 뿐인 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을 하고 있지 않은가.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사건 중에 '레카'라는 닉네임도 보인다. 감독은 이 이름에서 '레나'와 '베카'를 만든 것일까? 개인적인 궁금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