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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9일 07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29일 14시 12분 KST

인터스텔라 | 특별하지 않은, 그러나 더 멀리 나아간.

누군가 이 영화를 보고 "스필버그의 따스함과 큐브릭의 명석함이 모두 들어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말한 이는 칭찬의 뜻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조금만 꼬아서 생각해보면 '스필버그의 대책 없는 해피엔딩과 큐브릭의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집착'이라는 부정적 의미도 생각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분명히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 나는 어떤 방향으로든 저 발언에 동의한다. 그러나 같은 상영에서 나온 또 다른 언급, "크리스토퍼 놀란은 재미를 잃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주. 머나먼 미지의 세계. 과학자들이나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고 일반인은 먹고 사느라 하늘에 별조차 보기 힘든 뭐 그런 곳.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을 뜻하는 <인터스텔라>는 2014년 최고의 기대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포스터, 예고편을 하나 둘 공개할 때마다 사람들의 기대치는 올라가기만 했다. 그것에는 아마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이름과 <그래비티>의 충격이 작용했을 것이다. 놀란이 우주로 간다. 영화를 만들다가 과학적 성과를 올렸대. 영화사상 가장 실제와 가까운 블랙홀이 나온다는군! 많은 이야기들이 영화를 둘러싸고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캐스팅 스크리닝 이후 나왔던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보면 죽고 싶어질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 영화는 스필버그가 연출할 예정으로 조너선 놀란이 각본을 집필 중이었다. 대학에서 상대성이론까지 공부해가며 작업을 했지만 진도는 더뎠고, 스필버그가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이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69%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압도적 지지'로 보기엔 어려운 수치다.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이 영화를 보고 "스필버그의 따스함과 큐브릭의 명석함이 모두 들어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말한 이는 칭찬의 뜻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조금만 꼬아서 생각해보면 '스필버그의 대책 없는 해피엔딩과 큐브릭의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집착'이라는 부정적 의미도 생각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분명히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다. 지금 나타나는 호불호는 여기에 놀란이 그 동안 보여준 '진짜' 스펙터클을 동반한 완벽에 가까운 서사(<다크 나이트>), 철학적 질문을 순수한 재미로 가공했던 블록 버스터(<인셉션>) 등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지며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떤 방향으로든 저 발언에 동의한다. 그러나 같은 상영에서 나온 또 다른 언급, "크리스토퍼 놀란은 재미를 잃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선, 이 영화는 하드SF가 아니다. 일반 대중은 안심해도 좋다는 이야기고, SF의 하드 팬들은 기대를 좀 버리라는 이야기가 된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한 언급이 조금 등장하기는 하지만, 개념설명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수준이고 또 몰라도 된다.(상대성이론과 중력에 대해 알고 가면 이해가 쉬워지긴 한다. 관심 있으신 분은 찾아보고 가시길.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봐도 상관은 없다.) 이 영화엔 이렇다 할 갈등도 별로 없다. 다루고 있는 커다란 갈등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영화의 기초 설정인 지구와 인류와의 갈등이다. 이들이 지구를 떠나 탐험을 시작하는 이유는 '땅'이 인류에게 협조하길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근 미래는 7년 전에 밀이 멸종하고, 방금 오크가 사라졌으며 남은 것은 옥수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그리고 틈만 나면 엄청난 규모의 황사가 들이닥쳐 뭘 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NASA는 극비리에 4인을 우주로 보낸 것이다.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라. 어디서 많이 본 임무다. 찾으라고 하면 100편도 나올 법한 소재를 다루면서 놀란은 위험한 시도(혹은 대담한?)를 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블랙홀 이후'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목표 내지는 야심은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많은 언론이 전했다시피 이론물리학자 킵 손과 함께 만들어낸 <인터스텔라>의 블랙홀은 현재까지 영화에 등장한 그 어떤 블랙홀보다 블랙홀에 가깝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극장에 돈을 내고 영화를 보러가는 우리들은 천문학자나 천체물리학자도 아니고 이론물리학자도 아니다. 아. 저게 진짜 블랙홀하고 정말 비슷한 뭐 그런거구나. 하고 말게 뻔하다. 중요한 것은, 쿠퍼(매튜 매커너히)가 '블랙홀 이후'에서 무얼 보느냐다. 왜냐하면, 인류는 이 부분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우리는 아직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연결고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거의 끝까지 양자역학을 거부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블랙홀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엄청난 중력으로 인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의 탐험가 쿠퍼는 그것도 맨몸으로 블랙홀에 쳐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이 <인터스텔라>의 추진력이다.

<인터스텔라>는 재미있는 영화였다. 압도적인 풍경이 있지만, 모든 것을 돌아 다시 인류로 돌아와 생각한다. 놀란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어린 시절 눈을 반짝이며 보았던 모험과 가족 그리고 사랑이 있었던 블록버스터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 언급은 중요한 힌트가 될 것이다.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해답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만날 것이다. 그리고 더 멀리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