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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월 03일 13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04일 14시 12분 KST

컨택트(Arrival) | 우리 인생의 이야기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외계인이 지구에 나타났다.

이 한 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수 많은 과학자, 문학가, 철학자 아니면 옆집 아저씨 등등이 외계생명체에 대해 관해 말하는 것을 들어왔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기정 사실화 되어 있지만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스티븐 호킹이 말한 '만약 우리가 외계인과 조우하게 된다면, 그것은 스페인 정복자들을 자신들의 신인 케찰코아틀로 오해한 라틴아메리카의 사람들과 비슷한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맥락은 같다.) 라는 이야기다. 영화에서는 특히 이런 부분을 많이 다뤄왔다. 외계인은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시각적 스펙터클의 소재로서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본 적 없는 것을 표현하는데 있어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창의력은 곧 비용에 상회하는 수익을 담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외가 있다면 스필버그의 〈제 3종 근접조우(Close encounter of the 3rd kind)〉 ( 한국에는 〈미지와의 조우〉로 번역, 소개되어있다.)정도가 있을 것이다.

〈컨택트〉는 SF작가 테드 창의 단편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영화화가 발표되었을 무렵 많은 사람들은 먼저 걱정을 했다. 어떻게 이 이야기를 실체화 시킬 것인가? 소설은 굉장히 이성적이고 자세할 뿐 아니라 개념적인 면에서 더 빛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감독이 발표되자 많은 사람들이 걱정보다는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드니 빌뇌브는 자신이 다루는 이야기에 있어서 항상 그에 걸맞는 연출을 해온, 성공적인 커리어의 연출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끔찍한 비극이나 혹은 비극적 상황을 다룬다. 하지만 다소 충격적으로 보이는 묘사 조차도 '전시'를 궁극적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간직한 채 생을 살아나가는 인간의 강인함 혹은 살아남아 '기억'하는 자의 슬픔 등을 섬세한 연출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감정의 영화에 더 가깝다. 그런 면에서 테드 창의 작품을 드니 빌뇌브에게 맡긴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 〈컨택트〉는 직접적인 비극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당신 인생의 이야기'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아픔과 슬픔 역시 껴안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을 매우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분 동안 외계인의 언어를 가지고 지지고 볶고하다가 영화 마지막에 가서 이 모든 것이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를 향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전해지는 감동과 여운은 생각보다 크고 깊다. 클래식의 반열에 오를만한 작품의 등장이라는 면에서도 높이 평가할만 하지만, 감독 드니 빌뇌브에게도 한 발짝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 작품이라고 생각되어 더욱 좋다.

p.s : 이래서야 〈블레이드 러너 2049〉를 기대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듄〉의 리부트에 합류했단다. 〈조도로프스키의 듄〉에 출연해 7시간으로 만들어지려했던 조도로프스키가 제시한 〈듄〉의 비전에 굉장한 존경을 표했던 그이기에 이 소식 역시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