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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5일 10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05일 14시 12분 KST

히말라야, 내 생애 가장 무서웠던 밤

히말라야 호텔은 빈 방이 넘쳐났다. 처음에는 독일인과 일본인이 머무는 방을 함께 쓰게 되었는데 둘다 방에 짐을 두고 어디론가 외출을 했다. 그래봐야 멀리 갈 곳도 없으니 식당이나 화장실 또는 계곡 부근에 있겠지만. 오후 5시도 되기 전에 이른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더니 룸메이트 두 명이 독서 중이었다.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일주일 휴가를 내고 왔다고 말하자 그 짧은 일정에 히말라야를 제대로 보겠냐며 안타까워 했다.​

2014년 5월 5일, 히말라야에서 겪은 그날 밤은 내 짧은 38년 인생사에서 가장 무시무시했던 시간이었다. 이제부터 그날 밤 일어났던 일을 가감없이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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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 셋째날이었다. 이른 아침 촘롱의 롯지를 출발하여 시누와, 뱀부를 거쳐 히말라야 호텔에 도착했다. 당초 이날 숙박은 한시간 아래에 위치한 뱀부의 롯지였다. 뱀부는 그날따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오르거나, 이미 그곳을 다녀온 수많은 트레커들로 꽉 차 있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방 하나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식당 바로 옆에 위치하여 트레커들의 소음을 견디기 힘들 것 같았고, 단 한 줄기의 햇볕조차 들어오지 않는 창문도 없는 곳이라 바로 포기하고 한 시간을 더 걸어 히말라야 호텔에 이른 것이다.

히말라야 호텔은 ​말이 Hotel이지, 생김새는 다른 롯지와 별다를 게 없다. 호텔 평가를 한다면 별 한개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큼직한 돌로 듬성듬성 집 모양으로 구축해서 그 사이로 바람이 쑹쑹 들어온다. 공동으로 쓰는 야외 화장실은 세면실 겸용이다. 이런 곳에서 리조트급 숙소를 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은 처음부터 암울한 기운이 내 주변을 감싸왔다. 히말라야 호텔에는 약 십여 개의 트레커 전용 룸이 있는데 전기가 안 들어와서 한낮에도 방 안은 암흑이었다. 이 지역은 사방으로 높은 절벽으로 둘러 쌓여, 큰 비라도 내리면 산사태가 쉽게 발생할 것 같은 지형이다. 호텔에서 키우는 진돗개만한 덩치의 개는 사람에게는 온순하지만 저 멀리 어딘가의 누군가를 향해 끊임 없이 컹컹 짖어댔다. 내 눈에는 안 보이는 무슨 존재가 저기서 우리를 바라 보고 있는 것일까?

히말라야 호텔은 빈 방이 넘쳐났다. 처음에는 독일인과 일본인이 머무는 방을 함께 쓰게 되었는데 둘다 방에 짐을 두고 어디론가 외출을 했다. 그래봐야 멀리 갈 곳도 없으니 식당이나 화장실 또는 계곡 부근에 있겠지만. 오후 5시도 되기 전에 이른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더니 룸메이트 두 명이 독서 중이었다.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일주일 휴가를 내고 왔다고 말하자 그 짧은 일정에 히말라야를 제대로 보겠냐며 안타까워 했다.​

잠시 후, 해가 산 너머로 사라지자 순식간에 시커먼 기름덩이 같은 암흑이 사방을 뒤덮었다. 별이라도 보일까 싶어 밖으로 나왔더니 하늘이 흐린 것 같지도 않은데 단 한 개의 별도 찾을 수 없었다. 바로 옆 식당에는 두 명의 트레커와 롯지 사장, 포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어둠 속에 혼자 서있자니 괜히 온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이때부터 햇볕을 피해 낮 동안 산자락 음지에 숨어 있던 유령들이 스물스물 기어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의 목표물인 나를 발견한 것이다.

가만히 방쪽을 보니 빈 방이 넘쳐났다. 내가 머무는 방에만 오늘 손님이 머무는 듯 싶었다. 외롭지 말라고 한 방에 몰아 넣었나? 아니면 다음 날 청소하기 귀찮아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롯지 주인장을 찾아 가서 말했다.

"빈 방이 많은데 옮겨서 자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원하는 방으로 가십쇼."

저녁식사를 마치고 룸메이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짐을 싸들고 아래쪽에 위치한 빈 방에 들어섰다.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두 개의 침대가 있었다. 역시 침대라고 부르기도 뭣한 열악한 잠자리였지만 그 누구의 신경도 안 쓰고 혼자 푹 잘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게다가 코도 마음껏 골 수 있겠지!

한국에서 가져온 작은 랜턴으로 방 안에 조명을 대신했다. 워낙 작은 방이라서 랜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더욱 환하고 따뜻한 온기마저 느껴졌다. 침대에 시트를 두겹 깔고, 내일 아침 일찍 바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배낭 짐을 쌌다. 어제까지 읽다만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꺼내서 조금 보다가 아무래도 피곤했는지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잠들었다. 잠시 후 잠결에 랜턴 전원도 껐다. 그렇게 순식간에 하룻밤이 지나갈 줄만 알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투툭, 끼이익, 툭툭, 툭툭'

잠결이지만 단 번에 눈이 번쩍 떠졌다. 누군가 내 방문을 열려다가 잠겨 있자 노크도 없이 강제로 밀고 들어오려고 했다. 두어 번 밀어도 안에서 잠긴 걸 깨달았는지 이내 포기하고 사라졌다. 누군가 착각해서 내 방에 들어오려고 했나 싶었다. 별 일 아니겠지. 그냥 웃어 넘기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스스스슥. 스스스슥'

이번엔 분명하고 규칙적인 소리에 깼다. 상당히 깊게 잠든 상황이었지만 제정신을 차리는데 불과 1초도 안 걸렸다.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똑같은 소리가 이어진 것이다. 아까는 몰랐는데 랜턴 조명이 꺼진 방 안은 절대적인 암흑의 차지였다. 단 0.01%의 빛도 허용하지 않아 어설픈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내 손가락을 눈 앞에 가져와도 그 존재를 알 수 없었다. 숙소 밖에 차갑게 식은 공기는 바람과 함께 벽의 돌 틈을 통해 가차없이 들어오지만, 빛의 여과만은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이렇게 세상과 완벽히 차단된 어둠은 처음이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스슥, 스스스슥'

또 다시 이어졌다. 잠시 동안의 나의 뒤척임에 일시중지되었던 활동이 재개된 것이다. 10초 가량 멍하니 듣다가,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간신히 랜턴의 전원을 켰다. 방이 밝아졌고, 동시에 소리도 멈췄다. 또 소리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 침대에서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내 앞에 한 번 모습을 드러내봐라! 가차없이 두들겨 패주마!

5분 정도 불을 키고 가만히 있었지만 더 이상의 소리도,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어둠 속에서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가급적 긍정으로 머리 속을 채우고 랜턴 전원을 껐다. 그리고 이내 잠이 들었다. 분명 1분도 지나지 않았다.

'스스슥, 스스스슥'

"뭐야!"

이번엔 일부러 소리까지 지르면서 랜턴을 키고 일어났다. 분명 방 문쪽에서 발생하는 소리였다. 나무로 만든 조악한 방 문 잠금 장치는 세로를 가로 모양으로 옮기면 잠기는 형태이지만 밖에서 몇 번 크게 흔들면 그 힘으로 세로로 내려가서 쉽게 문을 열고 들어올 법 싶었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누군가는 방문을 세게 흔드는 대신, 얇고 단단한 종이로 문 사이 틈에 넣어서 잠금 장치를 내리려는 게 분명했다. 이게 한 번에 내려가기는 힘드니, 종이를 틈 사이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느라 '스스슥' 소리가 발생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이 잠금 장치는 세로에서 45도 정도 밑으로 내려간 반 열림 상태였다. 누군가 내 방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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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 도둑이 은근히 많다던데 그 놈일까? 그렇다면 롯지 사장이나 일꾼인가? 내가 혼자 있는 걸 알고 찾아온 거겠지? 방 안에 분명 사람이 있는 걸 알면서 왜 이렇게 과감하게 들어오려는 걸까? 내 방에 들어와서 현금과 여권 그리고 또 뭘 노리는 것일까? 혹시 칼이라도 들고 있으면 어쩌지? 나는 문을 노려보며 온갖 상상을 다 했다.

잠금 장치를 다시 90도로 올리고, 주변을 살펴보다가 종이 조각을 발견해서 잠금 장치 안쪽에 꾹 밀어 넣었다. 아무리 밖에서 문 틈으로 밀어 내리려고 해도 도저히 움직일 수 없도록 말이다. 아울러 내가 깜빡 잠 든 상황에서 몰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상황을 대비하여, 문 아래에 책 두 권을 세웠다. 문을 열면 동시에 책이 쓰러지면서 소리가 나서 나를 깨우도록 말이다. 배낭을 뒤져 여권과 팀스, 퍼밋, 현금 등 중요한 물품을 꺼내 품 안에 넣었다.

불이 켜진 상태에서는 그 어떤 소리도, 미동도 없었다. 이미 잠은 확 가셨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내일은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까지 올라야 하는 중요한 일정이다. 이렇게 날밤을 새다가는 컨디션이 엉망이 될 수 있었다. 심호흡을 하고, 랜턴을 손안에 든채 불을 껐다. 제발 저 끔찍한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기원하며.

'스스스슥, 스스스슥, 스스스슥'

심리적인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더욱 크고 명확하게 들렸다. 상대방도 더욱 과감해진 게 분명했다. 곧바로 조명을 키고 문쪽으로 힘차게 달려 나갔다.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달아나길 바라면서. 잠금 장치는 그대로였으나 이제 잠자기는 불가능 했다. 다시 독일인과 일본인이 잠든 방으로 합류할까? 괜히 그들 잠을 깨우긴 미안하고 민망했다. 다른 빈 방으로 옮긴다고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다.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저녁 7시였다. 세 시간 이상은 훌쩍 지난 것 같은데 말이다.

용기를 내어 방 문을 열었다. 다행히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약 스무 걸음 앞에 보이는 식당까지 뛰어갔다. 그리고 식당 문을 쿵쿵 두드렸다. 주인이든 포터든 제발 아무나 나와라! 30초 넘게 두들기자 누군가 문을 열고 나왔다. 롯지 주인장이었다. 방금 전에 잠에서 깬 얼굴 모양으로 보아하니, 내 방에 들어오려고 했던 자는 아닌 듯 싶었다.

"누군가 내 방에 자꾸 들어오려고 해요! 스스슥 소리가 자꾸 나는데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내 포터를 불러주세요!"

"그럴 리가 없다. 나랑 함께 가보자."

롯지 주인장과 함께 방 안에 들어왔지만 내가 봐도 참 평온했다. 도저히 아무 일이 일어나지도, 일어날 것 같지도 않은 모양새였다. 의아해 하는 그 사람에게 나는 덜덜 떨면서 말했다.

"난 오늘 밤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침대가 두 개니까, 포터가 내 옆에서 잠을 잘 수 있게 해주세요. 지금 바로 그를 불러주세요!"

그는 알겠다면서 포터들이 잠든 방으로 이동했다. 약 일분 후에 내 포터가 달려왔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여전히 놀라서 심장이 쿵쾅거리던 나는 그에게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모두 얘기했다. 그리고 오늘 밤만이라도 내 방 빈 침대에서 함께 자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알겠다면서 배게와 시트를 가져와서 옆 침대에 깔았다.

"당신이 왔는데도 아까 그 소리가 나는지 들어보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랜턴 조명을 끄면 그 소리가 날 것 같다. 주의 깊게 들어봐라."

포터는 웃으면서 알았다고 말했다. 수없이 많은 트레커들을 데리고 다니면서도 이런 상황은 아마도 처음 아니었을까 싶다.

방 안에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포터와 대화를 나누다가 잠시 끊긴 상황이었다. 그게 10초나 되었을까?

'스스스슥, 스스스슥'

똑 같은 소리가 또 들려왔다. 난 조명을 키고 "당신도 분명 들었죠?" 물었다. 나만큼 놀란 포터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까처럼 무섭지는 않았다. 밖에서 누가 문을 따고 들어오더라도 우리는 건장한 사내 두 명 아닌가. 충분히 대항할 수 있을 상황이다.

"대체 정체가 뭐라고 생각해요?"

방문과 방안을 유심히 살펴보던 포터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혹시 쥐가 아닐까요?"

"쥐?"

그때 문득 침대 밑이 떠올랐다. 아까 처음 소리가 났을 때 방을 다 뒤졌지만 침대 밑만은 살펴보지 않은 것이다. 랜턴으로 침대 밑을 비추자 나무판자로 어설프게 엮은 벽이 보였다. 틈도 여러 개였는데 쥐가 충분히 드나들 법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소리의 주인공이 쥐라는데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다시 불을 끄고 잠들었다. 침묵이 이어지자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일부러 가만히 상황을 지켜봤다. 어디까지 네 놈이 움직이나 보자. 그때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 방 안으로 나와 포터 말고 누군가 들어왔다. 방 안에서 조용하면서도 재빠르게 누가 움직이고 있었다!

나의 공포와 인내가 한계에 이르던 그때, 누군가 내 얼굴을 확 덮쳤다.

"으악!"

난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튀어 오르 듯 일어났고, 동시에 랜턴 전원도 켰다. 동시에 작은 갈색 동물이 침대 밑으로 쏜살같이 도망가는 게 보였다. 포터 말대로 쥐였다.

"당신 말대로 쥐가 맞네요. 이 쥐새끼가 내 얼굴까지 기어 올랐어요."

"괜찮아요?"

"사람이 아니라 쥐니까 그나마 다행이네요. 귀신보다도 더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데. 아까 그 의문의 소리는 쥐가 옆 방에서 나무판자를 비집고 들어오느라 그랬나 봐요. 쥐라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제 잡시다."

포터는 종이로 벽 사이를 틀어 막았지만 별로 소용은 없었다. 그날 밤새도록 수없이 많은 쥐들이 방 안으로 쳐들어와 어딘가 숨겨져 있을 내 비상식량을 찾아 다녔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에게 내줄 만한 음식은 없었기에 허탕을 쳤을 테고. 신기하게도 나는 그 끔찍한 소리의 주인공이 쥐라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숙면을 취했다. 톰과 제리의 귀여운 쥐만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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