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5년 01월 12일 11시 2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14일 14시 12분 KST

'언제나 1순위' 딸에게

너희 엄마가 언제부터 너를 '언제나 1순위'라는 이름으로 전화번호를 입력해놨는지 모르겠다만 나야말로 너를 '언제나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단다. 증거를 대보라고? 1년 동안 페북에서의 활동을 요약 정리해주는 'My times'라는 어플이 있어서 실행시켜 보았는데 너도 보다시피 내가 1년 동안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1위가 '딸아이는'이고 2위가 '딸아이의' 그 뒤를 이어 3위가 '딸아이가'이구나. 너희 엄마는 쪼잔하게 너를 달랑 1순위에만 두고 있다지만 아빠는 너를 1순위에서 3순위까지 차트 줄 세우기를 했단다. 너의 엄마는 네가 그저 '알파'일 뿐이지만 아빠는 '알파에서 오메가까지'의 존재다.

shutterstock

너의 15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네가 편지를 써달라길래 적잖이 당황했다. 아빠의 현란한 글 솜씨로 너를 감동케 하여 눈물을 비 오듯이 흘리도록 만들 수 있었지만 네가 조만간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슬프고도 감동스러운 영화를 볼 예정이라고 해서 애써 담담히 평온한 어조로 간단히 써주었다. 왜냐고? 아빠의 편지를 받고 네가 눈물을 많이 흘릴 텐데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를 친구들이랑 같이 보면서 내 편지 때문에 눈물을 너무 많이 소진한 네가 눈물을 흘리지 못하면 친구들이 너를 '얼음공주'니 ' 감성이 없는 여자'니 하면서 놀릴 수도 있잖니? 아빠는 엄마의 별명을 네가 물려받는 것이 반갑지가 않구나.

못생긴 필체로 서너 줄 적어준 나의 편지는 사실 성의가 없는 것이 아니고 아빠의 깊은 배려의 산물이라는 것을 명심하거라. 내 코에 난 여드름 하나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밤새 잠을 설쳤다는 너희 엄마가 언제부터 나를 평민으로 쫓아내고 너를 '언제나 1순위'라는 이름으로 전화번호를 입력해놨는지 모르겠다만 나야말로 너를 '언제나 1순위'로 생각하고 있단다. 증거를 대보라고?

1년 동안 페북에서의 활동을 요약 정리해주는 'My times'라는 어플이 있어서 실행시켜 보았는데 너도 보다시피 내가 1년 동안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1위가 '딸아이는'이고 2위가 '딸아이의' 그 뒤를 이어 3위가 '딸아이가'이구나. 너희 엄마는 쪼잔하게 너를 달랑 1순위에만 두고 있다지만 아빠는 너를 1순위에서 3순위까지 차트 줄 세우기를 했단다. 너의 엄마는 네가 그저 '알파'일 뿐이지만 아빠는 '알파에서 오메가까지'의 존재다. 한마디로 내 인생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온통 너로 채워져 있단 말이다.

네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언어학'에 대한 소양이 부족하니 더욱 친절하게 설명해주마. 그렇다. 아빠는 이렇게 자상하고 너에게 유익한 사람이다.

먼저 1위 '딸아이는'에 대한 언어학적인 배경설명을 해주마. '딸아이는'이란 말은 아빠가 얼마나 너의 '현 상태'에 대해 관심이 많은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해준다. 너는 걸핏하면 아빠의 너에 대한 관심을 체크하기 위해서 네가 학교에서 몇 반 몇 번이냐고 묻던데 앞으로는 그런 불경한 질문은 삼가기 바란다. 아빠는 너희 엄마처럼 그렇게 형이하학적이고 수치적인 정보에 집착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고 '진정성'이라고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더냐?

2위인 '딸아이의'로 넘어가보자. '딸아이의'이란 말은 내가 얼마나 너의 '소유물'과 '소유권'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를 시사한다. 지난번에 엄마가 시장에서 사온 '꼬막'을 가지고 아빠가 너보다 많이 먹으려고 가짜 제스처를 취한 것도 다 네가 험난한 세상에 나가서 너의 '소유물'을 지켜내기 위한 '잠재력'을 키워주기 위함이었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은 이런 경우 '페이스메이커'라고들 하지.

마지막으로 3위인 '딸아이가'로 넘어가자. '딸아이가'는 아빠가 얼마나 '너의 의도'에 충실하려고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네가 방을 어지럽히고 온갖 옷가지를 침대 위에 널부러 놓은 것을 너의 엄마는 네가 '대체 누굴 닮아서 이렇게 지저분하냐'고 인신공격을 일삼지만 아빠가 언제 너의 방이 어지럽다고 혼을 낸 적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내가 모를 리가 있겠느냐? 네가 방을 어지럽히는 것은 나로 하여금 네가 나의 유전자를 충실히 물려받은 분신이라는 것을 알려서 부녀애를 고조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내가 왜 모르겠느냐? 옷을 널부러 놓는 것도 그렇다. 너의 의도는 외출을 할 때 코디의 효율성과 신속함을 확보하기 위해서이지 않느냐는 말이다.

이렇게 매사에 아빠는 너의 '상태', '소유' 그리고 '의도'에 충실했다. 그런데 너는 나의 깊은 배려를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나를 자주 오해를 하더구나. 어젯밤만 해도 그렇다. 네가 왈칵 문을 열고 내 서재에 들어왔을 때 내가 급하게 인터넷 창을 내린 일을 두고 너는 아빠가 마치 너의 뒷담화를 쓰고 있거나 야한 사진이라도 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 것은 아니었더냐? 네가 '아빠 뭐 본 거야?'라고 다그쳤을 때 내가 버럭 하니까 화를 벌컥 내더구나.

물론 불과 일주일 전에 '너에게 절대 버럭 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포함된 각서를 너희 엄마에게 제출한 사실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내가 어젯밤 너에게 버럭한 것을 조약위반이라고 치부하면 안 된다. 아빠가 세상을 살아보니 세상이 모두 법대로,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더구나. 이제는 알겠지? 어제 너한테 버럭한 것은 네가 장차 사회에 나가서 마주칠지도 모르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건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되지만 혹여 네가 오해를 할까 싶어 말하는 것인데 내가 어제 급하게 닫은 인터넷 창은 '새하얀 피부가 많이 노출된 야한 처자 사진'이 아니었고 '눈처럼 순백의 몸체를 자랑하는 카메라 렌즈였단다. 내가 왜 렌즈 사진을 급하게 내린 것인지는, 이 글을 읽었으니 짐작하리라 생각하고 설명은 생략하마. 너의 시간도 소중하니까.

PRESENTED BY 네스프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