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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2일 09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04일 14시 12분 KST

독서 고수들의 서재

이 책에 등장하는 서재의 주인들의 직업은 다양하고 평범하다. 국어교사, 번역가, 대학생, 기자, 판소리 고수, 회사원, 바리스타, 도서관지기 등 거의 대부분 유명인사라기보다는 실질적인 책의 소비자이자 생활 독서가에 가깝다. 근사하고 광활한 서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런 저런 온갖 비상수단을 발휘해서 책을 모으고 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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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성 책장]<책이 좀 많습니다> 윤성근 지음, 이매진

포털에서 유일하게 챙겨서 읽는 것이 '지식인의 서재'라는 코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다른 사람의 서재와 애독서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다른 사람의 서재에는 어떤 책이 꼽혀있고, 어떤 책을 즐겨 읽으며 또 어떤 책을 추천하는지 궁금한 게 대부분의 독서가의 심정이다. 나아가 어떤 사연과 이유로 그 책을 추천하는지도 궁금하다. 독서가들은 사실 추천도서에 목 말라 있다.

자신이 많은 책을 읽어 왔다면 엉뚱한 책을 골라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이 늘 아쉽기 마련이다. '지식인의 서재'는 주로 유명인사가 주인공이 되니 종종 추천도서가 지나치게 대중적이거나(대중서가 읽을 만한 책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또 전문적인 분야의 책인 경우가 많아서 아쉬운 감이 없지는 않다.

거의 십년 동안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해오고 있고 독서와 책과 관련된 여러 저서를 출간한 바 있는 윤성근의 <책이 좀 많습니다>는 '지식인의 서재'에서 느끼는 미세한 '궁핍함'을 채워줄 만한 책이다. 유명인사가 아닌 실질적인 생활 독서가들의 서재와 독서생활을 알려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서재의 주인들의 직업은 다양하고 평범하다. 국어교사, 번역가, 대학생, 기자, 판소리 고수, 회사원, 바리스타, 도서관지기 등 거의 대부분 유명인사라기보다는 실질적인 책의 소비자이자 생활 독서가에 가깝다.

근사하고 광활한 서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런 저런 온갖 비상수단을 발휘해서 책을 모으고 소장한다.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 중의 하나를 소개하면 한정된 공간에 많은 책을 소장해야 하는 공통의 장애를 공유하는 서재 주인들은 각자의 서재의 도서분류법도 지니고 있는데 이 책에서 꼼꼼히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각자의 독특한 독서 습관도 소개한다. 추천도서라기보다는 각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거나 개인적인 체험과 밀접한 애서를 이야기한다. 이런 이유로 각자의 애장서는 개인적이나 책을 아끼는 마음은 넓게 공감된다.

이 책에 소개된 독서가 중에는 헌책방을 운영하는 윤성근씨와 거래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고수 독서가답게 자신의 헌책방에서 엑기스만 쏙쏙 골라서 사가는 눈썰미를 재미나게 묘사한 부분 등은 이 책만의 장점이다. 그러고 보니 장서가와 헌책방 주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굉장한 부자가 아닌 다음에야 일반적인 독서가와 수집가는 필연적으로 공간의 압박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헌책방에 자신의 장서를 처분할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인 수집가의 운명이다.

또 본인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사후에는 유가족에 의해서 장서가 헌책방에 처분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헌책방 주인 윤성근씨가 헌책방과 장서가와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실감나게 기술할 수 있다는 점이 <책이 좀 많습니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사실 <책이 좀 많습니다>라는 재미난 이 책의 제목도 모아온 책을 감당하지 못해서 윤성근씨에게 책을 처분하게 된 한 장서가의 말에서 따왔다.

이 책에 소개된 독서가 중의 한 명인 대학생 김바름씨도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고객이기도 한데 그가 부탁한 절판본 <상상의 공동체>를 구해주지 못해 노심초사하는 윤성근씨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니 뉴욕의 가난한 여류작가와 런던의 헌책방 직원과의 20년간에 걸친 우정을 담은 편지를 엮은 책 <채링크로스 84번지>가 연상된다.

서재방문기와 서재 주인의 애장서를 소개하는 독특한 포맷의 이 책은 저자인 윤성근씨가 다양한 책에 대한 출간과 유통에 관한 뒷이야기와 그 책과 관련된 독자들의 반응과 추이 그리고 배경지식이 충분히 발휘된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다양한 책에 대한 이론적이고 어려운 이야기보다는 그 책에 얽힌 우리 독자들의 에피소드가 가득한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가령 2005년 '디자인이즈'에서 펴낸 천상병시인의 <귀천 : 천상병 육필 서체 시집>이 마치 천상병 시인이 생전에 술을 한잔 걸치고 쓴 것처럼 비뚤비뚤 제 멋대로 늘어진 글자로 채워진 뒷이야기가 그렇다.

당분간 구하고,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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