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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5일 12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2월 14일 14시 12분 KST

당신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까?

인간의 존재와 근원을 파고드는 31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문학, 과학, 철학, 신화를 현란하게 드리블 하는 '뇌를 위한 호강'이라고 이 책을 정의하고 싶다. 결국 '빅퀘스천'을 대답하다 보니 '빅 서프라이즈'에 놀라고 지식의 '빅 뱅'에 이르는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지식의 여행을 맛본다. 물론 이 놀라운 여행의 친절한 안내인은 뇌과학자 김대식이다.

동아시아

[잡식성 책장]<김대식의 빅퀘스천> 김대식 지음, 동아시아, 2014

이쯤에서 자백해야겠다. 나는 영화 <인터스텔라>가 전혀 재미가 없었다.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이 영화가 상영되는 169분동안 나는 잠과의 사투를 벌여야했다. 영화속 주인공들이 식량 부족과 붕괴된 경제로 신음하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 아득한 외계에서 목숨을 걸고 탐험을 하는 동안 그들을 지켜보는 나는 팝콘과 콜라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내 의식의 깨어있음을 지켜낼 수 있었다.

169분이라는 마의 시간동안 내 의식을 지켜준 것은 <인터스텔라>의 '재미'가 아니고 요즘 핫한 영화를 나도 봤다는 성취감이라는 매력적인 보상 덕택이었다. 마침내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의 불이 밝혀졌을 때 내 앞자리에는 웬 초등학생이 앉아 있었고 나는 진심으로 그를 동정했다. 그의 얼굴을 잠시 살펴보았는데 내일 친구들에게 대체 이 영화의 어떤 면을 부각시켜서 자신이 이 영화를 보았다는 것을 어필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과학이라는 것은 이토록 내게는 끔찍이도 어려운 것이어서 심지어 SF소설도 전혀 읽지 않는다. 필자 같은 과학 울렁증환자는 단 하루도 생존할 수 없는 머나먼 외계의 공간 KAIST의 김대식 교수가 쓴 <김대식의 빅퀘스천>을 들었을 때의 난처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위안거리가 있다면 얼음행성에서 인듀어런스호와의 도킹 장면에서 나오는 멋진 사운드트랙이 <인터스텔라>를 관람하는데 위안이 된 것처럼, 책의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멋진 삽화들이었다.

그러나 몇 페이지 정도를 펼쳐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내가 이 책에 대한 오해가 심각했음을 깨닫기에 충분했다. 아니다. 이 책에 대한 오해가 아니었고 과학에 대한 오해였다. 내가 생각한 과학은 철저히 형이하학적이서 온통 숫자와 공식 그리고 난해한 수리학적인 이론이 가득한 과학자 그들만의 리그였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가 던진 31가지 인간의 근원에 관한 질문에 대한 친절한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학책이라고 오해한 이 책의 저자가 던지고 대답한 질문 몇가지만 살펴보자.

. 우리는 왜 먼 곳을 그리워하는가

. 친구란 무엇인가

. 인간은 왜 죽어야 하는가

. 로마는 정말 멸망했는가

. 인간은 왜 유명해지고 싶어하는가

. 우리는 왜 사랑을 해야 하는가

. 노화란 무엇인가

소제목만 보면 고매한 철학자가 쓴 형이상학적인 인생론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의 내용은 인문학을 닮았다. 수학과 과학 그리고 철학을 마치 적군처럼 서로를 경계하고 구별하는 이분법은 우리의 사고를 경직되게 만들었고 <김대식의 빅퀘스천>을 어려운 책이라고 오해하게 만들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비트겐슈타인은 애초에 베를린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고 제트 엔진에 사용될 프로펠러를 연구한 공학도였다.

영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버트런드 러셀 또한 철학뿐만 아니라 수학에 두각을 나타냈고 1+1=2를 증명한 수학자이기도 했다. 최근에서야 융합교육이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문과와 이과의 이분법 놀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이 책이 던지는 파장은 실로 대단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글쓰기를 다른 사람에게 미룰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핑계를 상기해보자. "난 자연계라서"가 아니던가?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얼마나 철두철미하였으면 글쓰기는 아예 이과의 영역이 아닌 문과 전용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김대식의 빅퀘스천>의 가장 눈에 먼저 띄는 미덕은 융통성 없는 이분법에 대한 통쾌한 펀치다. 가령 <우리는 왜 먼 곳을 그리워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말하면서 '헤라클레스의 기둥'을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한 고대인에서 시작해 바이킹을 섭렵하고,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불쑥 등장했다가 급기야는 미 항공우주국 나사의 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학문과 지식의 영역을 현란한 드리블로 종횡무진 휘젓는 쾌감을 선사한다.

늘 서로 맞대고 대립하며 서로의 영역을 상대에게 알리기에만 급급했던 철학, 과학, 역사, 신화학, 문학(심지어 SF를 포함한)이 하나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모자이크 조각처럼 일사분란하게 협력하는 지식의 향연을 이 책은 선사한다. 이토록 자유로우며 통쾌한 유연한 지식의 축제가 이 책 말고 또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31가지의 위대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카프카의 <변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어우러지다가 SF 작가 아시모프에 이르는 문학과 철학 그리고 과학의 심포지엄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현대의 거의 대부분의 학문을 인간의 근원에 관한 31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설명하기 위해 융합한 것만이 이 책의 자랑거리의 전부는 아니다. 예를 들면 <로마는 정말 멸망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필자가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생각을 열어주었다. 우리에게 언제나 '로마는 한때는 흥하였으나 쇠망한 제국'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의 유산은 그들의 언어였던 라틴어처럼 죽은 유산이었지 현실에 살아 숨 쉬는 유산은 아니었다.

그러나 저자는 '서양의 역사는 로마제국을 부활하려는 노력의 반복'이라는 새로운 생각을 해냈다. 로마의 정치, 신전이 단지 책 속에 기록으로만 존재하고, 관광객의 눈요기 거리로 전락한 것이 아니고 현재 유럽의 정치 제도 즉 국회와 수상 심지어 도서관, 은행 재판소 등에서 살아 숨 쉰다는 주장은 새롭고 신선하다.

<왜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새로운 생각을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서울대 도서관 대출순위 1위에 빛나며 현재 왜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는가? 에 대한 정답으로 인식되는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균쇠' 이론과 대륙의 모양에 따른 문명의 전파 용이의 차이에 대해서 의문부호를 달고 one more thing 을 <김대식의 빅퀘스천>은 말한다.

인간의 존재와 근원을 파고드는 31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문학, 과학, 철학, 신화를 현란하게 드리블 하는 '뇌를 위한 호강'이라고 이 책을 정의하고 싶다. 결국 '빅퀘스천'을 대답하다 보니 '빅 서프라이즈'에 놀라고 지식의 '빅 뱅'에 이르는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지식의 여행을 맛본다. 물론 이 놀라운 여행의 친절한 안내인은 뇌과학자 김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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