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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06일 07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06일 14시 12분 KST

法이 개천龍 만드는 시대 끝내야

법률가 양성제도도 바뀌었다. 단판승부로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신화가 지배하는 '사법고시'는 곧 역사의 유물로 물러난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는 2017년부터는 법학전문대학원 출신만이 법률가가 될 수 있다. 이 또한 시대의 발전이다.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적정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되려면 다양한 전공의 바탕 아래 법학교육을 받은 법률가 집단이 존재해야만 한다. 이미 폐지하기로 한 사법시험의 존치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새 제도를 '현대판 음서제도'라며 비난한다. 대의보다는 이해관계에 집착한 시대착오적 단견이다.

법은 속성상 더디다. 법은 신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상식에 어긋난 일탈과 분별없는 열정을 다스릴 수 있다. 법은 사회의 다수가 합의한 규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이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면 오히려 불의가 된다. '죽느냐 사느냐'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햄릿의 독백도 감내하기 힘든 불의의 하나로 '법의 지연'을 들었다. 셰익스피어가 고발한 '법의 지연'은 목전의 재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대보다 한참이나 늦게 오는 법의 본질적 속성을 질타하는 것이다. 법의 눈은 과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그 판단은 미래를 구속한다. 법이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성찰이 따라야만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법은 소수 법조집단의 공고한 독점 아래 있었다. 1987년을 계기로 거세게 밀어닥친 민주화의 물결과 함께 '사법개혁'의 논의가 움트던 1994년, 우리나라 변호사의 총수는 8백여 명에 불과했다. 법원은 있으나 변호사가 한 사람도 없는 '무변도시'도 많았다. 불과 20년 만에 숫자는 2만으로 급증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하던 변호사의 모습도 다양하다. 텔레비전에 고정출연하는 '정치평론가'가 있는가 하면 아파트 단지나 재래시장에 '카페 사무실'을 연 젊은이들도 있다. 과거 기준으로 보면 밥 굶기 일쑤인 공익, 인권 전문변호사도 적지 않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한결 사법서비스의 접근이 용이해진 것이다. 지극히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시대의 변화다.

법률가 양성제도도 바뀌었다. 단판승부로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신화가 지배하는 '사법고시'는 곧 역사의 유물로 물러난다. 사법시험이 폐지되는 2017년부터는 법학전문대학원 출신만이 법률가가 될 수 있다. 이 또한 시대의 발전이다.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적정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되려면 다양한 전공의 바탕 아래 법학교육을 받은 법률가 집단이 존재해야만 한다. 이미 폐지하기로 한 사법시험의 존치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새 제도를 '현대판 음서제도'라며 비난한다. 대의보다는 이해관계에 집착한 시대착오적 단견이다.

일부 로펌은 사법연수원 출신과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을 달리 대우하는 방침을 세우기도 한다. 판검사를 거친 '전관'들의 원로원이었던 변호사 협회도 주도권이 전업 변호사들에게로 넘어갔다. 이에 더하여 세대교체의 바람이 가속될 것이다. 전직 법관의 전관예우의 관행도 축소일로를 걷고 있다. 전형적인 사건 변호사 대신에 교육 내지는 공익적 활동에 투신하는 전직 대법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법학계의 기상도도 달라졌다. 법학전문대학원은 정통학자와 실무법조인 출신의 동거로 새로운 문화가 일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한마디로 구제도, 구질서가 새 시대의 신질서로 대체되는 과정이다. 일시적인 갈등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갈등이 적정한 조화로 승화되면 새 시대의 질서가 안착될 것이다.

법원의 판결에도 시대의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마침내 형법의 간통죄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려 오랜 논란을 종결지었다. 7월에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이른바 '성공보수금'을 지급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려 국민의 찬사를 받았다. 다른 나라에 유례 없는 우리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던 관행이었다. 그런가 하면 시대를 거스르는 판결도 있다. 6월에 헌법재판소는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이 치른 변호사시험의 합격성적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곧 사라지게 될 '사법연수원 체제'의 전통을 고집한 것이다. 단판시험 대신 3년 교육의 성과에 비중을 둔다는 법학대학원 설립 취지를 무색케 하는 판결이다. 1987년 새 헌법과 함께 헌법재판소가 탄생한 배경에는 과거 대법원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있었다. 어쨌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두 최고법원이 시대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해야만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얻을 것이다.

이따금 대법원의 판례와 다른 하급심 판결이 나타난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엄격한 서열제에 전보와 승진을 운영의 기본원칙으로 삼는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고도로 경직되어 있다. 법이 '노인의 지혜'만이 아니라 '젊은이의 감각'으로 보충되어야만 나라의 장래가 밝다.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법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다. 특히 국제적 규범의식과 감각이 매우 뒤진다는 악평도 있다. 시대의 변화와 장래를 내다보는 열린 사법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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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경기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

* 이 글은 조선일보에 게재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