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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28일 07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7월 28일 14시 12분 KST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시급히 제정해야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장애가 드러난 사람과 드러나지 않은 사람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 모두가 한때는 장애인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장애인으로 태어나서 장애인으로 생을 마감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연명조차 할 수가 없는 시기가 있다. 그런데도 일단 '정상인'의 범주에 들기만 하면 '장애인'의 일상을 잊기 십상이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때때로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선진국이란 장애인이 사회적 편견과 낙인 없이 일상적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나라다.

artbrut.ch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장애가 드러난 사람과 드러나지 않은 사람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 모두가 한때는 장애인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장애인으로 태어나서 장애인으로 생을 마감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연명조차 할 수가 없는 시기가 있다. 그런데도 일단 '정상인'의 범주에 들기만 하면 '장애인'의 일상을 잊기 십상이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때때로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선진국이란 장애인이 사회적 편견과 낙인 없이 일상적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나라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의 지위가 한결 나아졌다. 단순한 사회적 배려의 대상을 넘어선 당당한 권리자로 대우하는 사회적 인식과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의 조직적인 운동이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수많은 장애 중에 정신장애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 이들에게 당사자 운동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신 장애의 드러난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에 합당한 구분과 취급도 힘들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책을 쓴 정신과 의사 앨런 프랜시스의 고백에 따르면 정신 장애를 실험실에서 확인하는 판정법은 아직 없다고 한다. 모든 판정이 주관적·자의적인 만큼 오류의 위험과 수시로 판정이 달라질 가능성도 크다. 정신 장애의 분류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 정신 질환은 위궤양·고혈압·당뇨병이나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약물 치료로 관리할 수 있다. 정신 장애인도 직업인으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군대에 '관심 사병'이라는 부류가 탄생한 것도 적정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례적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신병의 사회적 위험이 과장된다. 실제 통계를 보면 정신 장애인의 범죄율은 통상인보다 훨씬 낮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 한 몸 추스르기에 급급할 뿐 타인을 공격할 여력이 없다.

세계 인권의 본부인 스위스 제네바 근교에 로잔이라는 아름다운 소도시가 있다. 도시 전체가 레만 호수의 청정수에 투영되어 용궁이 따로 없다. 이곳을 찾는 한국인도 많다. 십중팔구는 올림픽박물관이 1차 목표이다. 그러나 이 도시의 숨은 자랑은 아주 특별한 미술관이다. 도심 인근의 작은 언덕에 자리잡은 '아르 브뤼(Art Brut)' 미술관으로 정신 장애인의 작품 2만점을 소장하고 있다. 영어로는 '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로 번역되는 프랑스 선각자의 특허품이다. '가공되지 않은 예술', 내면의 솟구침을 그대로 화폭에 담은 정신 장애인들의 작품은 얼핏 보아 특징을 잘 알 수가 없다. 무언가 강렬하고 어딘가 다르다는 막연한 느낌이라도 들면 그대로 수준 있는 관객이다.

'미칠수록 행복해진다'라고 말한 철학자가 있다. 예술의 역사는 획기적인 광기(狂氣)가 천재성으로 승화된 궤적이다. 이성을 넘어선 곳에 예술적 창의가 빛난다. 이성의 왕국에 철학의 체계를 세운 플라톤도 '광기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대의 축복'이라고 했다. 아르 브뤼 미술관 소장품 중에 천재적 광기를 읽어내기는 힘들다. 그러나 정상인과 비정상인, 수작(秀作)와 태작(駄作)의 이분법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무의미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인근 제네바의 현대미술관에서 도무지 '작품 같지도 않은' 실험성 작품들을 접하고 난 후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든다.

'아르 브뤼'에는 이웃 나라 일본의 작품도 많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미술이 정신 치료의 중요한 기법이 되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한국 작품이 한 점도 없다는 사실에 몹시 자존심이 상한다. '정신 건강과 미술'은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 아주 낯설지는 않은 주제가 되었다.

2010년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 장애인 인권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국가 차원의 보고서였다. 보고서에는 현행법의 미비점을 적시했다. 우리의 장애 관련 법은 '눈에 드러나는 장애'인 신체 장애 위주다. '정신보건법'은 입원과 치료 등 사회 격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이들의 사회적 통합과 권리 보호에는 무관심하다. 2009년의 정신보건 사업 예산 750억원 중 732억원이 병원 등 시설 운영 지원비였고, 이들의 사회 복귀를 유념한 예산은 15억원(3%)에 불과했다.

그러나 점차 변화의 기류가 보인다. 2014년 5월, '발달 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곧 국회의원 10여명이 주도하여 보다 원천적인 '정신 장애인 복지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참이나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반드시 제정되기 바란다.

* 이 글은 조선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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