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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5일 05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15일 14시 12분 KST

국민에게 사상과 언론의 자유가 있는가?

타인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구체적 행동에 이르지 않는 신조나 언론행위는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이석기 통진당 의원에게 내란음모죄의 혐의를 부과한 것도, 그가 소속된 정당의 해산 청구를 제소한 까닭도 자유주의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부정하는 시대착오적 편견의 소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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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이는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말이다." 격동의 현대사를 겪은 많은 대한민국 국민의 입에서 절로 터져 나오던 말이다. 삶과 죽음의 차이가 말 한마디로 결판나던 시절에 '사상이 의심스러운 사람'이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헌법에는 '사상의 자유'라는 문구가 없다. 실로 이례적인 일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사상과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권리는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바꿀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함과 동시에, 가르침과 의식과 예배를 진행할 때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혼자서나 남과 공동으로 또한 공개적으로나 비밀리에 표방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

세계인의 상식을 담은 보편적 경전인 '세계인권선언'의 구절이다.(제18조). 이 선언이 동일한 조문에 담은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세 가지를 합쳐 '내심의 자유'로 부른다. 세 자유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으로 본질이 동일하다. 권력과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를 지키는 일이다.

이 세상에는 모든 사람에게 강제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옳은 사상이나 종교 또는 양심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시대적 상황과 개인의 선호에 따라 선택한 사적 소신일 뿐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 헌법의 전범(典範)이 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다른 구조를 취한다.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제19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20조 1항)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20조 2항)'

그리고 사상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 어휘가 이 산하에 불러들인 피의 냄새 때문일 것이다. 1950, 60년대 지식청년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던 잡지 '사상계'가 당국의 극심한 탄압 끝에 폐간에 이르게 된 것도 잡지의 제호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헌법학자들은 '양심의 자유' 속에 '사상의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한다.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토를 달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자유민주주의는 가치의 상대성을 신봉한다. 바로 이 점이 북쪽의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보다 우수한 체제라는 결정적인 증거다. 다양한 사상과 철학·신조를 관용하는 여유, 이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다. 민주주의 사회에는 '사상의 공개시장'이 열려 있어야 한다.

불량상품은 시장에서 배척 받듯이 열등한 사상도 자연스럽게 퇴출되기 마련이다. 성숙한 시민은 원하지 않는 사상, 바람직하지 않는 정치신조를 외면하기 마련이다.

사상, 양심, 종교적 신념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언론의 자유'다. 그래서 언론의 자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보호를 부여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본령이다. 아무리 황당한 주장이라도 물리적 박해를 가하지 않는 것이 민주국가다. 종교적 신조를 이유로 타인을 성가시게 하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극렬·이단·광신 집단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법적 제제를 가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민주사회다.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은 국제사회에서 악법으로 정평이 나있다. 사상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법은 국가의 안보보다도 정치적 소수자나 건전한 비판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널리 악용된 것은 천하가 아는 일이다. 해마다 유엔을 비롯한 각종 국제인권기구와 단체는 이 법을 폐지할 것을 요구해 온다.

그렇다고 국가의 안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굳이 이 법이 아니라도 형법을 보완, 적용하면 국가 안보에 전혀 문제가 없다.

타인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구체적 행동에 이르지 않는 신조나 언론행위는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근년에 들어와서 우리나라는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었다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의 방문조사를 받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이석기 통진당 의원에게 내란음모죄의 혐의를 부과한 것도, 그가 소속된 정당의 해산 청구를 제소한 까닭도 자유주의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부정하는 시대착오적 편견의 소산일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전향적인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머지않아 두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결정이 따를 것이다. 국민은 나라 최고법원의 판결을 주목한다. 국제사회도 주목한다. 과연 대한민국 국민은 선진 세계인처럼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지를. 과연 대한민국은 진정한 선진국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나라인지를.

(광주일보. 2014.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