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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31일 06시 3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01일 14시 12분 KST

누가 시민의 권리를 포기하라고 강요하는가

Kim Hong-Ji / Reuters

문재인을 지지하는 시민 네트워크 더불어포럼에 공동대표로 참여하였다고 KBS는 아침마당 출연 예정인 나에게 출연 금지를 통보하였다. KBS는 '출연 연기'라고 강변을 하지만 '영원한 출연 금지'는 서로 상상하지 않을 것이며 언제 대선이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의 통보이므로 '출연 금지'로 보는 것이 바르다.

KBS는 나에 대한 출연 금지 결정이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라고 입장을 내고 KBS뉴스로도 다루었는데, 이는 거짓말인 것이 밝혀졌다. 나에 대한 출연 금지를 결정할 수 있는 조항은 KBS의 그 어떤 규정과 준칙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고 하여 KBS는 교양연예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게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그 어느 법률과 규칙에도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하여 방송에서 퇴출시키도록 하는 조항은 없다.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공화국 시민의 권리이다. 그러므로 이를 막아세우는 법률과 규칙은 없으며 공영방송의 내부 규정과 준칙에도 이 권리를 침해하는 조항을 둘 수 없는 것이다. KBS가 내린 나에 대한 출연 금지 결정은 따라서 위법하게 나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나는 침해당한 내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공화국의 시민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침해당한 내 권리를 찾겠다는데, KBS가 나름 공정을 기하기 위해 그런 것이니 감수하여야 한다는 둥의 논리를 펴는 자들이 있다. 나에게 공화국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당하였음에도 조용히 입 닫고 있으라고 강권한다. 몇몇 정당과 언론도 이 문제의 심각성에 애써 눈길을 주지 않는다. 문재인이 KBS의 법적 근거도 없는 조치에 항의하여 토론에 불참한 일을 두고 참으로 엉뚱한 논평을 낼 뿐이다.

공화국은 시민의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을 때에 존립의 의미가 있다. 시민의 권리를 정상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국가는 공화국이라 할 수 없다. 기득권의 몇몇 사람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KBS와 같은 공공조직을 통하여 시민의 권리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일은 독재나 신분제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 문제에 엉뚱한 말을 내놓는 정치인과 언론인 들의 시민의식을 나는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다.

나더러 KBS의 출연 금지 조치에 입 닫고 받아들이라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드리고 싶다.

"당신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십시오. 투표할 권리도 포기하십시오. 노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이 나라 국민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십시오. 온국민이 시민의 권리를 다 포기하여 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이 종말을 고하게 되면 그때에 저도 제 권리를 포기할지 말지 고민해보겠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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