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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20일 11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0일 14시 12분 KST

빚을 내서 교육하란 말인가?

연합뉴스

'응팔' 쌍문동 골목의 따뜻한 여운이 오래 이어진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누가 덕선의 남편이 되었는가보다는 그 골목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자꾸 눈에 밟힌다. 홀아비 봉황당의 아들 최택은 쌍문동 골목의 네 친구가 없었다면, 그리고 어른들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선우의 어린 동생 진주는 골목의 언니, 오빠, 어른들이 지금처럼 제 앞가림하기 바빴다면 어찌 자랐을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시절에서 30년 가까이 지났다. 이제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대체로 부부가 맞벌이를 해서 생계를 꾸려간다. 그것마저도 어려워서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한다. 이런 사태는 초고령 사회라는 국가적 위기를 불러오기에 현 정부도 지난 대선에서 '0세에서 5세까지 전면적인 무상보육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고,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런데 예산에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세수가 매년 8.8%씩 늘어나니, 정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감당하라고 했다. 그런데 경기 침체로 매년 세수가 감소해서 2015년에는 거의 10조원이나 모자랐다. 그래서 임시변통으로 부족한 재원을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서 메우고, 정부는 그 이자만 부담했다. 광은 정부가 내고, 뒷감당은 교육청이 하고 있는 꼴이다. 그 결과는 학교 현장에서 바로 나타났다. 여름에는 찜통더위, 겨울에는 추위를 견디는 수업이 이루어진다. 시설보수나 투자는 미루어진다. 상담교사, 진로상담교사, 양호교사, 행정실무사 등등이 학교를 떠나거나 법적 정원이 줄어들었다. 이제 각 시도교육청은 교육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와 예산 및 법적 분쟁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교육부만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 여당까지 나서서 교육청을 압박하는, 이런 해괴한 상황이 왜 벌어진 것일까? 중앙정부가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면서 작년 내내 몰아붙이는 것과 맞물려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혹시 총선, 대선을 앞두고 보수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교육감들을 표적으로 삼아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이 아닐까?

다른 한편으론 예산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세금이 덜 걷히고 있고, 이런 사정은 한동안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누리과정 등 교육 과제뿐만 아니라 청년실업, 노인복지 등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도 증세가 필요하다. 지난해처럼 담배, 유류 등에 대한 간접세를 왕창 올리거나 연말정산에서 봉급생활자들의 유리지갑을 터는 방식으로 서민들을 쥐어짜지 말고, 소득세와 상속세를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연간 3억원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는 38%의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 말까지 미국과 유럽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일반적으로 75%를 넘었고, 우리나라도 군부 대통령 시절에 최고세율이 70%를 넘었다가 90년대부터 30%대로 떨어졌다.

최근 이웃 대만의 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화끈한 변화가 있었다. 정치에 무관심하던 20~30대 청년층이 투표에 적극 참여해 정권 교체를 이뤄낸 것이다. 우리나라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여러 정당이 온갖 공약을 내세우며 유권자를 현혹할 것이다. 이때 우리는 교육정책과 함께 조세정책과 복지정책에 대해 확실히 물어야 한다. 물론 공약 실행 의지나 능력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니, 그동안 부도수표가 된 공약을 반드시 확인하자. 깨어 있는 시민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자.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