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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08일 13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7월 08일 14시 12분 KST

자유학기제 학교혁신의 기회다

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전면 실시된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주입식 수업을 토론·실습 등 학생 참여수업으로 개선하고, 진로탐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덜기 위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도 치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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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자사고, 누리과정 예산 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각 시·도교육청과 갈등이 많았다. 그런데 서울, 경기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자유학기제에 은근히 협조적이다. 특히 혁신학교들이 적극적이다. 자유학기제가 과연 학교 혁신의 고리가 될 수 있을까?

자유학기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예이츠, 제임스 조이스, 버나드 쇼, 사뮈엘 베케트와 같은 대문호와 록밴드 U2를 배출하고 영화 <원스>를 만든 나라, 아일랜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로 고통받았다. 1850년대 대기근으로 800만명이던 인구가 굶어죽거나 다른 나라로 이민을 떠나 400만명으로 줄었다. 그러다가 1949년에야 비로소 독립국가가 됐다. 이런 슬픈 역사를 지닌 아일랜드가 지난 30년 사이에 유럽의 정보기술(IT)·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해 '유럽의 타이거' 소리를 듣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이적 발전 이면에는 고1 전환학년제가 있다.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사교육이 성행할 정도로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1974년에 3개의 학교로 시작해, 이제 90%의 학교가 실시할 정도로 전환학년제가 확실히 뿌리를 내렸다. 고1 시기에 학생들은 국·영·수 등 기본 과목을 이수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진로탐색과 사회봉사, 예체능 활동을 하며 지낸다. 학교와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던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끼를 찾고 공감 및 협업능력, 공공성, 창의성을 기른다.

이 전환학년제를 벤치마킹한 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전면 실시된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주입식 수업을 토론·실습 등 학생 참여수업으로 개선하고, 진로탐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덜기 위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도 치르지 않는다.

지난 2년간 시범사업을 하는 동안 몇 가지 재미난 현상이 나타났다. 우선, 새로운 수업과 활동 준비에 대한 부담으로 자유학기제를 기피할 것 같았던 교사들이 오히려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그리고 최근 수업혁신 강사로 인기 있는 이는 혁신학교 교사보다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교사라고 한다. 그동안 꽉 짜인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과 강력하게 교육의 전 과정을 통제하는 평가체계로 인해 교사들이 새로운 교육적 상상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한데 시험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교사들이 진도 맞추기에 급급한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육적 실험들을 하게 되고,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실감했다. 이렇듯 자유학기제의 경험은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향상시켜 다른 학년의 수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자유학기제는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 시들어가는 10대들에게 새로운 배움과 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교육체제를 흔들 수 있는 좋은 고리다.

그런데 내년 자유학기제의 전면 실시를 앞두고, 진로탐색을 위한 인프라가 턱없이 미비하며, 시범사업 때와는 달리 재정 지원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예산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수업 혁신에 우선 주력해 보자. 그리고 교내에서 가능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내실 있게 해보자. 외부활동은 지역사회가 준비되는 만큼 조금씩 확대해 가면 된다.

이렇게 몇 년의 경험과 공감대가 쌓인 상태에서 자유학기제를 1년으로 확대하고, 본격적으로는 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해 보자. 또 그렇게 몇 년의 경험을 축적하면 우리 학교도 달라지지 않을까? 입시와 취업이라는 외길로만 몰아서 대다수를 패배자로 만들고, 아이들을 아무런 준비 없이 사회로 내동댕이치던 학교에서 아이들 각자가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돕는 학교로.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