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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16일 09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16일 14시 12분 KST

국가체면 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평창은 '도쿄 따라하기'에 나서야 한다. 2020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도쿄는 경기장 재배치와 분산개최 아이디어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도쿄는 지난 3월 경기장 신설을 줄이고 현재의 시설을 활용하는 안을 만들어 1조 원대의 비용을 절감했다. 그 바람에 올림픽 개최를 달가워하지 않는 도쿄 시민들의 마음까지 돌려세울 태세다. 분산개최 권고를 했다가 한국정부로부터 면박당한 IOC는 도쿄의 성공사례를 자신의 것처럼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도쿄와 일본정부가 하는 일을 평창과 한국정부는 왜 못하나.

<기획연재>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가 대안이다 (1) 국가체면 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는 의미가 없다!"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잠자던 올림픽 시계를 깨우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하지만 너무 강렬했던 탓일까. 시계 바늘이 그만 거꾸로 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창의적 상상과 새로운 목소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가둬버렸기 때문이다. 올림픽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는 분산개최가 답이라고 믿고 기다리던 공무원들도 이 말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원과 인력을 동원하는 토목 사업이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강릉시에는 1천억 원대의 대형 올림픽 시설 5곳이 들어서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 대형 크레인 아래 올림픽 메인스타디움과 농구장 수영장 등의 시설물을 짓던 잠실 일대가 떠오른다. 이 경기장들은 지금도 관리비용을 충당할 만큼 자체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1천만 명이 사는 서울도 이럴진대 겨우 22만여 명의 강릉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평창조직위의 70년대식 드라이브는 '올림픽 어젠다 2020'이라는 개혁안을 만들어 분산개최를 권고하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마저도 손들게 했다. 지난해 말 이 개혁안과 분산개최 카드를 쥐고 야심차게 밀어붙이던 IOC의 입에서는 이제 더 이상 분산개최와 같은 발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IOC도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평창올림픽 적자나 사후관리, 경기장 과잉투자 등을 지적하던 제스쳐마저 사라졌다. IOC에게 평창올림픽은 수조원대의 올림픽 중계권료를 챙기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지금 평창은 일방통행식 소통과 하향식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불안은 늘어나고 있다. 노동 인권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기업들은 올림픽 후원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평창조직위는 올림픽 대회운영비용의 41.5%인 8천5백30억 원을 국내기업의 후원으로 채워야 한다. 하지만 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평창올림픽 마케팅 효과는 아주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대비 수익이 낮을 것으로 보이는 마당에 선뜻 나설 기업은 없을 것이다. 평창-강릉 집중의 올림픽 컨셉이 기업의 마케팅 극대화를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누구보다 이런 현실을 만들어 낸 책임은 분산개최나 경기장 변경 같은 발상의 대전환을 묵살해온 정부와 조직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최근 1천억 원 규모의 후원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의 자발적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이 간다. 삼성은 IOC와 별도로 올림픽 파트너십을 맺어 수천억 원의 마케팅비용을 지출할 계획이다. 아마도 이번 계약은 국내기업들의 후원이 워낙 부진한 상태에서 정부의 '민원'에 따라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건희 회장이 한국스포츠외교를 상징하는 IOC위원 아닌가. 여하튼 선도기업 삼성이 시작했으니 현대차나 SK LG 등도 뒤따를 게 분명하다. 그러나 과학적인 마케팅 조사결과에 따른 투자가 아니라 울며겨자먹기식 지원이라면 이 역시 과거로 시계를 돌리는 일이다. 정치자금에서 불우이웃돕기까지 줄줄이 줄을 세워 돈을 뜯어가던 80년대와 많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의 공식후원 협약식 @평창동계올림픽 공식홈페이지

7, 80년대에는 노골적인 정경유착으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재벌에게 몰아줬기 때문에 권력이 조폭처럼 억지 정당성을 만들어 돈을 뜯어냈다. 지금은 투명성이 강화된 시대이다. 기업으로부터 받아내는 후원금은 노동자와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대부분이다. 더욱이 글로벌 장기불황으로 많은 기업과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창조직위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기업과 노동자들의 팔을 비틀어 후원금을 챙길 게 아니라, 분산개최나 경기장 재배치로 비용을 아껴야 한다. 세금조사 따위의 겁박은 페어플레이 철학이 깔린 올림픽 정신을 배신하는 일이다.

평창은 '도쿄 따라하기'에 나서야 한다. 2020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도쿄는 경기장 재배치와 분산개최 아이디어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도쿄는 지난 3월 경기장 신설을 줄이고 현재의 시설을 활용하는 안을 만들어 1조 원대의 비용을 절감했다. 그 바람에 올림픽 개최를 달가워하지 않는 도쿄 시민들의 마음까지 돌려세울 태세다. 분산개최 권고를 했다가 한국정부로부터 면박당한 IOC는 도쿄의 성공사례를 자신의 것처럼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도쿄와 일본정부가 하는 일을 평창과 한국정부는 왜 못하나.

올림픽대회의 공간은 개최국이 세계에 대놓고 자신을 알리는 거대한 온, 오프 통합 아고라이다. 베이징올림픽은 '굴기하는 중국', 런던올림픽은 '근대의 안내자'와 같은 상징적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2020년 도쿄는 아베가 추진해온 '정상국가 일본'을 각인시키려 할 것이다. 후쿠시마의 재앙에서 벗어난 일본을 보여주는 상징적 제례의 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평창은 아직까지도 색깔이 없다. 초기 평화와 환경을 강조한 올림픽 비전은 매우 적절했다. 특히 평화는 '분단국가'의 '분단도'인 '강원도'로서 최상의 상징과 가치를 지닌 의제였다. 인류평화와 화합이 목표인 올림픽 이상과도 잘 어울렸다. 환경 역시 강원도의 지정학적인 상징성과 잘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이 두 의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평화올림픽은 남북 분산개최나 단일팀 구성 등으로 이어져야 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때문에 말도 붙이지 못하고 있다. 환경 역시 분산개최 요구를 피할 요령으로 가리왕산을 훼손하는 바람에 의미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평화와 환경은 간 데 없고 그 자리에 정체불명의 관광이 들어섰다.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북한 등과의 분산개최를 천명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 방법만이 평창 올림픽에 평화의 옷을 입혀 세계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여기에다 빙상경기 등을 서울에서 치르면 올림픽 마케팅 가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조직위가 기업을 향해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제 발로 찾아온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우리는 사상 최대인 1백60개국의 참가를 이뤄냈다. 하지만 유일하게 북한만 불참했다. 이웃과는 축제를 벌이면서도 형제와는 불화했다. 잔칫상 앞에서 분단 비극의 아픔을 새겨야 했다.

아직도 올림픽의 시간은 평창편이다.

<기획연재>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가 대안이다

1회 : 국가체면 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고광헌 / 평창올림픽분산개최촉구시민모임 상임대표

2회 : 올림픽 경제효과의 진실

임정혁 / 스포츠칼럼니스트

3회 : 평창동계올림픽, 강원도 재정의 밑빠진 독

김상철 / 나라살림연구소

4회 : 여론조작, 왜곡된 의사결정

박지훈 / 변호사,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

5회 : 500년 원시림, 가리왕산의 울음

이병천/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6회 : 어젠다 2020과 근대올림픽의 미래전망

정용철 / 서강대학교 교수

7회 :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와 방안

배보람 / 녹색연합 정책팀장

"평창동계올림픽분산개최를촉구하는시민모임"은 평창동계올림픽 및 메가스포츠 이벤트의 반복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평창동계올림픽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위해 만들어진 시민모임입니다. 시민모임은 강원도 지역, 체육, 환경, 문화 시민단체 50여개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분산개최를촉구하는시민모임 후원계좌

하나 : 159-910003-63404 (문화연대)

* 후원금은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추진을 위한 시민모임의 활동에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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