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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3일 10시 2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4일 14시 12분 KST

성폭력 당했는데 오히려 징역 2년 | 연예인 박○○ 성폭력피해자 무고죄 1심 판결을 비판하며

Gary Waters via Getty Images

이 글은 피해 여성에 대한 구속통지서, 공소장, 변호인의 변론요지서, 공판/증인신문조서, 피해여성의 탄원서, 유명 연예인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동대책위원회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검찰 의견서, 피해여성의 일기장, 1월 17일 1심 선고공판 현장 모니터링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2016년, 연이어 유명 연예인에 의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보도들이 대서특필됐다. 피고소인인 남성 유명 연예인들과 소속사 측은 약속이나 한 듯이 고소인들이 허위로 고소하였다며 무고로 대응하였다.

그리고 2017년 1월 17일, 유명 연예인 박00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해 여성에게 징역 2년이라는 믿기 어려운 중형을 선고했다. 이제 성폭력 피해자는 '고소女', '성매매女'에서 급기야 '무고女', '협박女'로 둔갑하여 뉴스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고 있다.

언론의 보도대로 "피고인들(피해 여성과 조력자들)은 피해자(유명 연예인)인 박○○과 소속사에게 합의 금액을 주지 않으면 형사 고소할 것이며 언론사에 이 사실을 유포할 것이라고 협박했"으며 "합의금 협상이 결렬되자 A씨(피해여성)는 피해자(유명 연예인)를 무고"한 것일까? 성폭력과 성폭력 아님이 무고로 둔갑되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아무리 외쳐도 들리지 않는, 아니 듣지 않았던 피해 여성의 외침을 살펴보려고 한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성폭력 피해자는 누구이고, 성폭력 피해는 무엇에 대한 피해인가. 왜 우리 사회는 피해 여성의 목소리에 공감하지 못하는가.

왜 '고소女'가 되기로 결심하였는가

피해 여성은 '유흥 업소 종업원'으로 지난해 6월, 유명 연예인 박○○에 의해 유흥업소 화장실 안에서 강간 피해를 입었다. 그녀는 놀람과 당황, 두려움으로 피해 즉시 현장에서는 말하지 못하다가 다음 날 친구 A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게 된다. 이후 이들은 또 다른 주변인들의 도움을 얻어 유명 연예인 박○○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소속사 등은 이에 협조하지 않았고, 일주일 경 뒤 강간으로 고소하게 된다.

재판부는 이 고소를 '협박으로 합의금을 얻으려다 실패한 결과'로 보고 있지만, 추측컨대 진짜 고소의 이유는 합의금의 결렬이 아니라 유명연예인 박○○으로부터 전달되어야 할 '사과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싶다.

통상 '합의'라고 할 때 금전적 보상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합의는 금전적 보상만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형사 고소 과정은 인적, 금전적 자원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무섭고, 어렵고, 막막한 과정이다.

또한 형사처벌은 국가에서 내려지는 형벌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개인적인 요구가 전달되기 힘들지만, 합의를 할 때에는 합의의 조건으로 사과문을 비롯한 자신의 요구사항들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실형을 받았을 경우, 이후에 '해코지'를 할까 봐 두려운 시간들을 보내는 것보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고 사과문을 전달받음으로써 더 큰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합의를 선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재판부의 언급처럼 '금품을 얻기 위한 합의' 결렬이 아니라 '사과를 포함한 합의'가 결렬됨에 따라 피해 여성은 고소를 결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형사 고소 과정에서 '금전적 합의'는 피해의 보상으로서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형사 고소의 합의 과정에서 금전적 손해배상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재판부, 그리고 일부 사회 구성원들은 유독 성폭력에 대해서만큼은 합의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보낸다. 성폭력 피해에 대한 치유와 회복을 위해 어떻게, 무엇이 가능한가에 대한 고민 없이, 금전적 합의 여부를 무고의 근거로 삼는 재판부의 인식에 대해서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성폭력 피해경험자의 형사사법절차상 2차 피해 메커니즘(김샛별)〉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들이 형사 고소를 선택하는 이유는 자신을 마땅히 피해자로서 인정하지 않는 듯한 주변인들에 대항하여 자신의 피해가 '객관적인 피해'로서 인정받기 위함이다. 자신의 경험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의심 및 비난의 여지를 줄임으로써 분열된 인격의 통합성 회복을 위해서 고소를 결심하기도 한다.

즉 성폭력으로 인한 신체적 피해, 혹은 정신적 피해를 회복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주변인들의 의심과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한 억울함, 분노, 자책감 등으로 분열된 감정을 통합적 언어로 회복하기 위한 과정일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법은 객관적이고, 진실의 편이며, 약자의 입장을 대변할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를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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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5월 14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여성단체는 성폭력피해자에게 무고죄를 적용하여 법정 구속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폭력 무고는 조작되고 부추겨진다

그런데,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한다. 피해 여성 변호인단의 변론 요지서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사건을 고소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한 신문사의 기자로부터 유명 연예인 박○○의 소속사 측이 피해 여성을 돕고자 했던 A에게 명예훼손, 공갈 미수 등의 명목으로 백억 대의 민사 소송 등을 제기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유명 연예인 박○○ 관계자들은 피해 여성이 고소를 취하하면 소속사도 A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종용하였고, 피해 여성은 언론과 네티즌들의 왜곡된 보도와 신변의 위협,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된 주변인들에 대한 미안함 등으로 인해 고소 취하를 결심한다. 그리고 고소를 취하하러 가는 길에 경찰을 통해 "무조건 강제성이 없었다고 해야만 수사가 종결된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이 말을 그대로 믿은 피해자는 (이렇게 하면 A에 대한 고소들이 취소되는 것인지 소속자 관계자들에게 재차 확인한 후에) "강제성은 없었다"고 진술하게 된다.

그러나 고소 취하 다음 날 또 다른 피해자 3인이 유명 연예인 박○○을 강간으로 고소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소속사 측은 A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약속을 파기하고 피해 여성을 '무고, 공갈 미수'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내용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또 다른 피해자들이 등장하면서 변호인과 소속사 측은 "피해 여성 측을 무고, 협박으로 고소하여 여론이 좀 가라앉고 두 번째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며, "박○○이 피해자가 되어야 돼"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내용 등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피해 여성은 고소를 취하하는 것이 성폭력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거나, 무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수사 과정에서 진술 거부권 고지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고소인 신분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으로의 진술에 그대로 적용되는 위법 사항까지 있었지만 이 부분은 법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피해 여성과 주변인 A, B 변호인의 변론요지서 참고)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하는 때에 성립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허위사실의 신고라 함은 신고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확정적이거나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설령 고소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을 때에는 무고에 대한 고의가 없다 할 것이고, 고소내용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아니고 사실에 기초하여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데 지나지 아니한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939 판결 참조).

그러나 일관되게 "성폭력 피해는 맞다"고 진술한 피해 여성의 경우 허위의 사실이나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고, 다른 동종범죄나 기타 전과가 전혀 없었음에도 이로부터 두 달 뒤 가해자의 신분으로 바뀌어 구속에 이르게 된다. 이제 사건은 공갈, 협박이 있었는가, 금전이 오고 간 성매매인가, 정말 무고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꽃뱀'에 대한 의심이 피어오르면서, 원래의 성폭력 피해 사실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인식되어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상당수의 경우 성폭력 무고는 애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되고 조작되고 부추겨지고 만들어진다.

왜 이 사건의 피해자는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는가, 다시 사건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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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논평] "성폭력 피해자를 입어는데, 제가 가해자라니요?" 카드뉴스 ⓒ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 피해자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서?

현재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기존에 강간의 객체가 '부녀'로 한정되어 있었는데, 2012.12.18.일 개정법은 '사람'으로 확대되었다.)

여기에서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를 의미하며, 이것이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최협의의 폭행 또는 협박설(최협의설)'이다(장임다혜의 〈성폭력 법담론: 합리적 법해석과 입법적 해결을 위하여〉 [성폭력에 맞서다: 사례․담론․전망] 인용)

그리고 2017년 1월 17일, 유명 연예인 박○○의 성폭력에 대한 1심 재판부는 피해 여성이 박○○을 무고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강간 사실의 혐의 없음의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화장실은 언제든지 안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었으므로 성폭행 당했다는 주장이 납득되지 않고, 5분여의 짧은 시간이기에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 협박,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고, (피해 여성의 진술처럼) 룸 안이 시끄러웠다고 해도 소리를 지르는 등 외부인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피해 여성의 진술에 따르면) 피해 후 부끄러워서 태연하게 행동했다고 하지만 성폭행 피해자라면 빠져나와 신고하든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같이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은 피해 직후 피해자의 일반적인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이러한 관점은 최협의설을 편향적인 관점으로 해석한 것이다. 여러 명의 남성들, 심지어 가해자 지인들이 있는 공간에 여성이 옷이 벗겨진 채로 뛰쳐나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인식은 성폭력 피해가 무엇에 대한 침해인지에 대한 이해가 없음을 보여준다.

한국사회에서 성폭력 피해는 여전히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것으로 인식되어 왔고, 그렇기에 오랫동안 본인이 직접 고소해야 가능한 '친고죄'의 영역에 속해 있었다. 따라서 많은 피해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 사실이 노출되지 않기를 원하며, 이러한 인식들로 인해 성폭력의 신고율이 10% 정도에 머물게 되는 것임을 재판부는 과연 몰랐을까.

성폭력은 의사에 반하는 정신적 침해일 뿐 아니라 몸을 위협하는 신체적 침해로서 성별화된 방식의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동반한다. 한 사람에게 받은 수치심을 고발하고자, 다른 아홉 사람에 의한 또 다른 수치심을 감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여전히 성폭력을 성기 삽입을 중심으로 한 '정조'와 '순결'에 대한 침해로 여기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이 이 사실을 알게 될까봐) 부끄러워서 태연하게 행동했다'는 피해 여성의 진술은 공감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은 매우 '정치적인' 감정이다. 남성중심적 가부장적 사회에서 공감은 때때로 '시혜'나 '동정'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주류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성별 이분법적이고 젠더 통념에 '부합'하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공감은, 사회가 상정하는 '피해자다운 피해자'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넘어서야만 가능하다.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사건의 다른 맥락을 파악하고자 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라면... 성폭력 피해자의 일반적인 모습'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성폭력 사건은 그 사건의 개수만큼 각기 다른 피해자, 가해자, 피해와 가해의 의미가 존재한다. 그래서 법원은 성폭력 발생 시 '종합적 판단'에 따라 성폭력을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

종합적 판단설이란? : 대법원은 강간죄에서 폭행, 협박이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자료 내지 판단기준과 관련하여,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폭행 및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이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폭행, 협박이 피해자에게 미친 심리적, 육체적 영향, 피해자와의 관계, 피해자를 간음하게 된 경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피해자와 성교를 맺기 전후의 사정, 간음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행적)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른바 종합적 판단기준설이다. (변종필(2006), "강간죄의 폭행․협박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론과 그 문제점", <비교형사법연구>, 제8권 제2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인용)

이 종합적 판단설은 때때로 재판부의 왜곡된 사회적 통념으로 인해 피해자다움의 이미지를 강화하기도 하지만, 피해자의 맥락을 고려하기 위한 충분한 전제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폭행, 협박, 항거하기 곤란한 상태에 대해 피해자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수적 관점에서의 최협의설을 고수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유흥업소 종업원'이었다는 사실은 수사, 재판의 전 과정에서 중요한 무고의 혐의로 작동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법정 진술 자료를 보면, 검사와 재판부는 '피해자가 먼저 유혹'했다는 뉘앙스를 담은 질문들을 강조, 반복하고 있다. 다른 상상은 불가능할까?

12년 전 '노래방 도우미에 대한 강간 사건'에서 1심과 2심은 가해자의 무죄를 선고하였지만 3심에서 재판부는 폭행과 협박, 항거하기 곤란한 상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노래방에서 벗어날 기회가 있었다거나 옷이 벗겨진 구체적인 경위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만으로 쉽사리 배척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닐 뿐만 아니라...피해자가 당시 피고인과 단둘이 노래방 안에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는 항거하기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르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5. 7. 28, 2005도3071 판결)"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많은 여성들은 직감적으로 더 큰 위험이 발생할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또한 과거로부터 세뇌된 공포로 인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여성들은 해를 입을 위험이 증가하거나 싸움에 져서 수치스러워지기보다 순응함을 택하며, 살아남기 위해 복종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폭력을 경험했기 때문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Mackinnon, Catharine A. "Rape: on coercion and consent", Toward a Feminist of the State, Harvard University Press, pp. 171-183 참조)

또한 서울북부지방법원 2004.10.22., 2004고합228, '동거남의 매형에 의한 성폭력 피해'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실제 사건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폭행, 협박에 대하여 적극적인 저항이 더 강한 폭행을 초래할 뿐 강간의 피해를 막을 수는 없겠다고 판단하여 적극적인 저항을 포기하였고 그 판단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강한 폭행, 협박이 실제로는 표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강간죄를 구성하는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협박'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 법원의 견해"라며 피해자를 지지하였다.

해당 판례는 피해 여성의 경험을 통해 법을 새롭게 해석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최협의설 자체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피해자의 관점에서 폭행, 협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어떻게 동의를 구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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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ㅇㅇ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은 상당 부분 일치했다고 한다. ⓒ MBC PD수첩 캡처

본 사건 당시 피해 여성은 '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강제성이 없었음'을 무고로 인지한 반면, 유명 연예인 박ㅇㅇ이 어떻게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살펴보고 있지 않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강간법은 "성관계 혹은 성적 접촉에 대해 동의한 사람이 성관계 혹은 성적 접촉의 과정에서 동의를 철회한 후에도 상대편이 성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강간으로 처벌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순강간의 형사법상 판단기준에 관한 여성주의적 연구〉 (장다혜)라는 논문에서는 일리노이주의 강간법에 대해서 "성관계에 동의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는 강간이다'는 강간의 실질적 정의를 확인시켜준 것이며, 강간 피해자의 '동의여부'는 '피해자의 저항'이 아니라 '안 돼'라는 말로 충분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성폭력 무고의 재해석〉(허민숙)에서는 "한국사회에서는 성폭력 사건에서 동의의 문제를 '애매모호한 여성의 태도'를 힐난하는 것으로 그리고 '착각할 수밖에 없었던 남성의 당황스러움'을 이해하려는 사회적 태도로 귀결되어 왔다"고 밝힌다. 이처럼 성폭력의 보호법익인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어떻게 동의의 과정을 구했는지를 고민하지 않고, 폭행, 협박, 강제성의 정도만을 가지고 성폭력이 아닐 뿐 아니라 심지어 '무고'로 판단한다는 것은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 그리고 피해자 여성의 경험이 배제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피해자/여성의 경험에서 해석한다는 것은, 여성의 위치와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성폭력 사건의 입증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의 초점을 가해자에게 맞추어야 한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의 의사를 어떻게 확인했는지, 어떻게 피해자가 탈출하지 못하게 했는지, 왜 피해자와 가해자가 피해 발생 후에도 같은 공간에 있을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관계이기에 강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왜 가해자는 피해자의 저항을 인식하지 못했거나/거부했는지 등처럼 말이다.

형법상 강간죄의 판단기준에 대한 젠더판례평석〉(김보화)에서는 사건 발생과 중단에 대한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질문의 내용들을 바꾸어나가면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질문의 객체와 책임의 주체, 내용을 바꾸어가는 것이 남성 중심적인 법 해석을 바꾸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들이 말하는 '피해자'는 없다

1심의 재판부는 "... 피고인들(피해여성과 조력자 A,B)의 죄질이 극히 나쁘다... 박○○은 무고로 인해 성폭행범으로 몰려 엄청난 고통을 입었고 씻을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다. 아무 죄가 없는 박○○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으며, 가족들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피고인(피해 여성)의 이야기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며, 엄벌에 처해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말대로 박○○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것은 선정적으로 과잉 보도한 언론의 문제이지 피해자로 인한 것이 아니다.(유명연예인에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 참조)

더불어 피해 여성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자원이 적었으며, 성매매에 대한 혐의, 또 다른 박○○ 피해자들의 존재, 피해 여성을 돕고자 했던 주변인들에 대한 협박, 경찰, 언론, 조직폭력 관계자들, 소속사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야말로 의미 투쟁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는 것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이날 동일법정 선고공판에서 전과가 있고, 회칼로 사람의 허벅지를 찔렀다던 한 피고인은 실형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구속 수사 중이었던 유명 연예인 박○○에 의한 성폭력 피해 여성은 징역 2년, 그녀를 도왔던 A는 징역 1년 6개월, B는 2년 6개월의 형을 받아 법정 구속되었다.

한국사회의 여성들이 처해 있는 누적되어 온 공포의 학습과 강간에 대한 신화와 편견, 손님과 종업원, 남성과 여성, 유명 연예인과 일반인, 그리고 재판부의 경험과 감수성 부족의 간극이 불러온 이 참사는 이렇게 또 역사의 한순간을 메우고 있다. 이 사건을 고소하기까지 유명 연예인 박○○에 의한 여러 명의 피해자들이 감당했을 많은 고민과 용기들이 무고와 각종 역고소로 위기에 처해있는 지금의 현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1988년 낯선 사람에 대한 성폭력에서 과잉방어로 기소되었던 여성의 사건에서 정당방어는 무죄라는 당연한 결과를 재확인해낸 것, 아동/친족 성폭력 가해자를 살인한 사건들에서 피해자의 고통스러웠던 세월들과 그녀들의 맥락을 주장하며 형을 감형시키고 성폭력 특별법을 만들어 낸 것, 대학과 직장 내 일상적으로 발생했던 성적 괴롭힘에 성희롱이라는 이름을 만들고 법제화 시킨 것도 모두 반성폭력 운동의 힘 때문이었다.

성폭력적 상황에서 피해 여성의 팔에 멍이 들고, 분명히 거절했으며, 숱한 협박들도 있었지만 '업소 여성'이라는 딱지를 붙여 징역형을 선고한 재판부에 반대하며, 우리는 이제 강간에서 폭행, 협박, 저항의 여부를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최협의설과 성폭력 무고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이제 막 1심이 끝났다. 그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 가득한 전형들과 싸워왔던 반성폭력 운동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이번 판결에 대해서, 목소리로, 글로, 펜으로, 몸으로 저항하면서 당신들이 말하는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고 외치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글 |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