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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22일 06시 53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23일 14시 12분 KST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실험에 대처하는 자세

글 | 유철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북한은 2006년 이래 네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하고 이제 다섯 번째의 핵실험이 임박해 있다. 한국정부는 북한 지도부가 결정하면 5차 핵실험은 언제든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핵실험에 대해 더욱 강력한 제재와 고립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천명했다. 북한이 실지로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그 강도에 따라 한반도 사드 배치도 미국과 한국의 한 선택사항이 될 것이다.

왜 한반도에서의 핵합의가 이렇게 어려울까?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하여 핵무기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 미국의 의도는 핵합의를 원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실제로는 북한이 붕괴되길 기다리거나, 중국을 겨냥해 한반도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고 사드와 같은 미사일 방어체제를 남한에 설치하기 위해 현상유지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일까?

2007년 북한은 원유를 공급받는다는 조건 아래 핵시설을 폐쇄하고 2008년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파괴하는 등 성의를 보이자,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삭제했다. 그러나 100만 톤의 원유공급 이전에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먼저 시행하기를 주장했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에 처음부터 별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당시의 정책 오류가 지금의 북한 핵 사태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원하였으나, 미국은 이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제는 명실 공히 핵보유국이 되었다. 김정은은 더 많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하겠다고 한다. 한국, 미국, 일본 등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버텨주고 있는데,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고 설마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정밀타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기보다는 사드와 같은 미사일 방어체계를 설치하는 것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처할 수 있으니 굳이 패권국의 자존심을 꺾고 북한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 와중에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극에 달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상상해보자. 2차 대전 이후 대규모 세계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강대국 간의 대규모 세계대전은 없었지만, 강대국 대 소국, 소국 대 소국 간의 전쟁은 끊임없이 있었다. 경제침체와 세계대전 간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2차 대전 이후는 세계적 경제 번영의 시기, 평등의 시기에 있으므로, 세계적 경제침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전쟁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외세의 개입이 없는 남북한 간의 전쟁은 가능하다. 한미동맹 조약 상 남북한 간의 전쟁은 자동적으로 미국을 개입시키겠지만,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의 편에 서서 미국과 정면으로 싸우지는 않는 강대국 대 소국 간의 전쟁의 양상을 띤 한반도 전쟁도 가능할 것 같다. 누가 이기든 결과는 한민족에 참담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반도에 핵전쟁은 일어날 수 있을까? 핵무기는 그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전쟁을 억지한다는 이론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광기, 전쟁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유혹은 인류를 전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북한은 동포를 향해 핵무기를 쓸 수 있을까? 민간인과 동족살해라는 걸림돌 때문에 대형 핵무기는 사용하기 힘들겠지만, 주요 군사기지, 지도부, 기관을 목표로 하는 전술 소형 핵무기 사용은 가능하지 않을까? 소형이라도 일단 핵무기가 사용되면 전쟁은 전면적으로 가 처참한 파괴와 인명살상이 있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에 관한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자. 첫째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것이다. 현 상태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북미수교와 남북불가침조약 체결 같은 혁신적인 대응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선군정치는 그 유효성을 상실해 김정은은 실각하고, 북한 내 개방주의자들이 정권을 대체하며, 북한은 개방되고 시장자본주의화 할 것으로 본다. 둘째는 북한이 핵무기와 그 기술을 현 상태로 동결하는 것인데, 이는 한국, 미국, 일본 등 동맹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고,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북한에 대한 대대적 경제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북한과 국제사회가 계속 대치하며, 북한은 핵개발을 지속하는 것이다. 장차 한반도를 중심으로 미사일 방어체계 등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는 시나리오인데, 현재 우리는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치킨 게임을 연상하는 이 상황은 한반도가 세계 평화에 공헌하기는커녕, 2차 대전 이후 가장 혹독한 분쟁과 파괴의 현주소가 되는 길로 인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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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0월 조명록 차수가 미국을 방문해 빌 클린턴 대통령과 만나는 장면 ⓒ연합뉴스

그러니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미수교와 남북불가침조약이 최선의 선택이라면 미국으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하면 된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찾아가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내었다. 같은 해 10월 메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고, 조명록 차수가 미국을 방문해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다. 북미 공동 코뮈니케가 채택되고 북미수교가 논의되었다. 그러던 것이 불과 몇 개월이 지나 부시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북미 간 진지한 대화는 물 건너갔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회고록에 의하면 북미수교는 코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였고, 결국 수교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 내내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2000년 당시 북미수교 가능성은 김대중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서 시작되었고, 클린턴 정부 말기에 구체화되는가 싶더니 부시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북핵문제와 북미수교 문제는 혼란과 미궁 속에 빠졌다. 부시대통령은 독재국가 북한을 아예 협상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지만, 그의 이러한 비타협정책은 결국 북한을 핵보유국가로 만들었고,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미사일을 개발하게 했으며, 고모부를 기관총으로 처형하는 괴물 김정은을 탄생시켰다.

다른 국제정치 문제가 그러하듯, 한반도의 문제는 한민족의 결단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전쟁을 막고 북미수교를 이루는 것은 우리와 주변 강국의 역학관계에서 가능하다. 주변 지정학을 이용하여 현명한 정책으로 한민족의 운명을 유리하게 전개시키는 것은 우리의 역량에 달려있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사드, 대북경제제재, 한반도전쟁 등의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통일이 되어 한민족의 운명이 하늘을 찌르기를 원한다면, 한국의 대통령은 일단 북한의 지도부와 대화하고, 찾아가 만나야 한다. 이해당사국이 모두 참가하는 6자회담도 재개되어야 한다. 대화와 협상에서 정직하기만 하다면, 부시 대통령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지금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사태를 한반도 평화와 북미수교를 향한 동기로 활용하자.

글 | 유철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학위를, 프랑스 파리1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21세기를 세계사적으로 상대적 평화와 번영, 평등의 세기로 규정하고, 한국이 통일을 이루고 세계로 뻗어나가 세계평화에 공헌하는 비전을 팍스코리아나라는 저서를 통해 피력한 바 있다. 한국의 세기를 위한 내부 개혁, 한반도 통일의 조건 등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