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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18일 06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19일 14시 12분 KST

'양극단에서 중도로 수렴하라'는 유권자 메시지

연합뉴스

글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비교정치학)

4·13 총선이 새누리당 122석, 더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8석, 무소속 11석으로 마무리되며 16년 만에 '여소야대', 20년 만에 '3당체제'가 성립되었다. 당초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야권의 승리·확장으로 더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되었다. 새누리당은 최대 격전지였던 122석의 수도권에서 3분의 1도 확보하지 못했고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총 65석 가운데 17석을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내주웠다. 그리고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압승을 거두는 한편 정당득표율 2위로 비례의석을 늘려 교섭단체 구성을 훨씬 넘는 38석을 확보했다.

이번 총선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민심이 국회와 국회의원에 반영되어 민주주의라는 '민심의 전달과 반응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각 정당과 당선자들은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 이를 제대로 반영한 정책과 입법활동 및 원내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민심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의 '두 가지 현상'과 그것의 연관성을 따져 보자.

첫째, 더민주당을 원내1당으로 만들어준 비밀은 무엇일까? 둘째, 국민의당은 어떻게 원내3당이 될 수 있었을까? 먼저, 국민의당이 어떻게 소선거구제(단순다수제)는 양당제를 구축하여 제3당의 출현을 막는다는 '듀베르제의 법칙'과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다수일 때 양당은 이들을 획득하기 위해 중도정책과 이념으로 이동하여 '중도수렴의 양당제'를 구축함으로써 제3당의 출현을 막는다는 '다운스의 중위투표자원리'에서 벗어나 정치적 진출을 꾀할 수 있었는지, 역으로 왜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양당은 이 두 가지 강력한 방어무기를 가지고도 국민의당의 진출을 허용했는가 하는 점은 특히 집중적으로 분석되어질 필요가 있다.

더민주당이 원내1당이 되고, 국민의당이 원내3당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도유권자들의 '전략적 교차투표'에 따른 '중도확장노선'의 선택이 있었다. 김종인 대표가 구사한 우클릭한 중도진보성향의 더민주당과 중도보수성향의 국민의당 사이의 경쟁과 협력이 중간지대로 이동하는 새로운 유권자층을 창출하고 결집시킴으로써 선거판 전체구도의 변화를 가져왔다. 중앙선관위와 KBS의 '사전출구조사'에 따르면, 약 400만명의 유권자들이 동일정당의 후보와 정당투표를 선택하는 '일관투표' 대신에 후보와 정당을 분리하여 투표하는 '교차투표'를 선택, 후보는 더민주당,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을 찍는 '전략투표'가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새누리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 중 정당투표로 국민의당을 찍은 경우가 12.9%이다. 더민주당 후보를 찍은 유권자 중 정당투표로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찍은 경우가 20.8%와 13.3%나 됐다.

당초 야권의 대다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통설에 기대어 제3당이 생기면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고 판단한 '야권연대론'에 근거해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상대로 '네거티브 캠페인'을 전개했었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원내2당으로 전락했다. 사상초유의 일로,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거대양당에 불만이 있는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이탈을 했다. 이탈자들은 제3당의 출현으로 "투표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투표다양성의 확장"이라는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진영논리를 넘어섰다. 제1당과 제2당에 불만이 있지만 반대당에게 투표할 수 없었던 유권자들이 '전략적 교차투표'를 통해 국민의당을 선택함으로써, 중간지대를 키웠다. 그 결과 0에서 10까지 있는 이념척도(중도는 5점)에서 10쪽의 극보수(새누리)와 0쪽의 극진보(정의당)가 작아지고 우클릭한 더민주당이 원내1당으로 등극하는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종전의 '진영논리에 기댄 야권연대론'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오히려 종전의 야권연대로 선거를 치렀다면 더민주당이 원내1당으로 등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번 총선 수도권에선 지역구는 더민주당, 정당투표는 정의당을 찍는 '전략적 교차투표'도 많았다. 일견 전략적 교차투표라는 말은 근사해 보인다. 하지만 나쁘게 해석하면 당락에 관계없이 자기정체성과 일치하는 정당을 위해 일관되게 투표하는 '진심투표'를 배신하면서 선거승리를 위해 자신과 일체감이 없는 다른 당을 선택하는 비일관된 '기회주의적 투표행태'로 볼 수도 있다. 즉, 진보를 자처하는 활동가와 지식인들이 평상시엔 '중도정체성'을 기회주의나 회색분자로 매도하고 자신은 순결하고 고매한 진보인 척을 하다가도 정작 선거 때가 되면 진보정당을 찍지 않고, 당선가능성이 큰 '중도개혁'성향의 더민주당을 찍어 진보정체성과 모순된 기회주의행태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와 같은 제도와 권력은 '집권당'과 '반대당'이라는 양당제를 위한 전략적 교차투표를 강제하여 인간의 순결성과 고결성을 제약한다. 인간의 순결함을 혼탁하게 하여 중도정체성으로 만든다. 혼탁한 세상과 혼합된 욕망으로 변화한 세상을 더 이상 선악의 이분법으로, '민주 대 반민주'구도와 '진보 대 보수'구도로 속이기 어려워졌다. 왜냐면 이미 많은 유권자들은 세속화되어 전략적 교차투표로, 이슈에 따라 후보선택을 바꾸는 '상충적 유권자'로 정치적 의사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 '전략적 투표행태'는 양당이 그동안 맺어왔던 '영남지역과 보수진영의 연합'과 '호남지역과 진보진영의 연합'이라는 구도를 약화시키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중도유권자들의 이런 선택은 기존 양당이 '중도수렴의 양당제'가 아닌 '정치적 양극화전략'(편향성의 동원전략)으로 '극단적인 양당제'를 운영해온 것에 대한 반발과 경고의 성격이 크다. 정치적 양극화전략이란 한마디로 중도가 빠진 진영논리를 동원하여 극진보와 극보수가 대립·갈등하면서 국민을 두 편으로 갈라서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전략을 말한다. 당연히 이런 정치적 양극화전략은 국민의 공론과 국가통합대신에 분열과 대립이 판을 치게 하여 정치불신을 증대시키면서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교훈은, '듀베르제의 법칙'과 '다운스의 중위자투표정리'가 요구하는 중도수렴의 양당제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그 실책으로 국민의당의 진출을 허용하였다는 점에서, 당연 그 책임이 거대양당에 있다는 것을 각인시킨 점이다. 이제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은 제3당의 확장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극단적인 양당제"에서 벗어나 "중도수렴의 양당제"를 실천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역시도 자만해서는 안된다. 국민의당의 약진은 아직까지 양당구도를 해체하지는 못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의 국민의당은 양당제에 대한 '대안제'라기보다는 '보완제'에 가깝다. 국민의당이 잘하는 대안이라기보다는 기존 양당이 못한 것에 대한 반발과 채찍의 성격이 크다.

세 당 모두 여소야대의 분점정부속에서 예상되는 입법교착과 파행을 줄이고 입법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과 협력에 주력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유권자의 메시지는 정치권이 대립과 갈등의 극단을 자제하고 중간지대의 공통분모가 커지도록 중도수렴하여 대화와 타협의 민생정치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단속 대통령제 정부에서 3당구도는 여소야대국면을 불러오면서 여야의 국정교착과 국정불안정을 야기해 대통령의 통치불능상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대통령은 통치불능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차원에서 인위적인 정계개편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무엇이 우리정치를 위협하는가-양극화에 맞서는 21세기 중도정치>, 6p).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중도유권자승리연합구도'(중간지대확장노선)를 초당적으로 대선까지 유지하며 "중도유권자승리연합을 위한 매니페스토협약"을 맺고 건설적인 정책연합과 원내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글 | 채진원

2009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민주노동당의 변화와 정당모델의 적실성"이란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수로 '시민교육', 'NGO와 정부관계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대표저서로는 『무엇이 우리정치를 위협하는가-양극화에 맞서는 21세기 중도정치』(인물과 사상사, 2016)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