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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31일 12시 4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01일 14시 12분 KST

한반도 위기의 출구 | 제재 속 협상

과연 북한은 금융제재, 해운제재 등의 높은 수준의 제재에 그들의 전략적 셈법을 바꿀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마이 웨이'를 외치면서 위기국면을 한층 고조시킬 것인가? 제재강화 전략이나 북한의 되받아치기 전략 모두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데 있다. 즉, 전략적 갑(甲)의 지위를 노린다. 한국은 제재 속 협상 국면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중 간 모종의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는 모멘텀과 방향 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우리가 배제되는 상황을 회피해야 한다.

연합뉴스

글 | 조민(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

북한, '끝장 게임'으로 간다면

북한은 '사실상의(de facto)' 핵보유국이다. 실제 보유한 핵무기는 최소 10개에서 최대 16개 사이로 추산된다.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을 만큼 소형화된 핵탄두 개발과 재진입체 자체의 새로운 디자인으로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에 한층 가까이 다가섰다.

4차 핵실험은 수소탄 실험의 일환으로 핵융합 반응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았으나 보도된 것보다는 2배 이상의 위력을 과시했다고 평가된다. 북핵 문제는 동아시아 안보에 가장 도발적인 위협이다. 가까운 시기에 북한이 실전 핵능력을 갖춤으로써 동북아 안보 구도를 완전히 뒤엎을 수 있다. 핵무기가 실전 배치될 경우 남북관계의 미래는 지금까지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코스로 진행될지도 모른다. 북한이 또 다시 5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한반도는 '끝장 게임'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동북아 국제질서를 주도하게 되면 한반도의 운명은 북한의 손아귀에 놓인다. 이는 비현실적인 상상의 수준을 넘어 이미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시나리오라고 하겠다.

중국은 북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미·북 간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국의 손을 빌려 북한을 제재·압박하려는 전략을 내심 못마땅해 한다. 중국 정부는 제재에 동참하지만 정세안정과 대화협상의 균형 추진을 주장해왔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3월 초 "제재는 필요한 수단이고, 안정은 시급한 과제이며, 담판은 근본적 길"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안보리 결의문에 제재가 북한 주민한테 '부정적·인도적 영향'을 의도하는 것이 아니며, '한반도 평화안정의 중요성', 그리고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 지지'를 명시하여 중국의 전략적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하는 한국의 입장과는 달리,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이행 의지와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한다. 더욱이 왕이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투 트랙 접근은 '선 비핵화'를 주장하는 입장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미․중 '전략적 딜'과 협상 테이블에 대비해야

지금 미․중 간 전략적 갈등과 군사적 긴장은 두 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남중국해와 동북아 지역으로, 미․중 전략구도 속에 두 지역은 서로 연계되어 있다. 중국은 사드(THAAD)가 북한 핵미사일 방어전략체계라는 주장을 거부하면서 사드의 X밴드 레이더가 중국의 안보 전략에 엄중한 위기가 된다면서 한반도 배치를 결단코 반대한다. 사드는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東風) 미사일을 억제하는 무기체계로 미국으로서는 한반도 배치를 포기하기 힘들다. 최근 미국의 대중억제 전략무기체계인 사드 문제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미국이 사드를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의 지렛대로 삼을 수도 있지만, 사드 배치가 약간 유보된다면 이는 남중국해 지역에서의 미·중 간 '전략적 딜'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과연 북한은 금융제재, 해운제재 등의 높은 수준의 제재에 그들의 전략적 셈법을 바꿀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마이 웨이'를 외치면서 위기국면을 한층 고조시킬 것인가? 제재강화 전략이나 북한의 되받아치기 전략 모두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데 있다. 즉, 전략적 갑(甲)의 지위를 노린다. 한국은 제재 속 협상 국면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중 간 모종의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는 모멘텀과 방향 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우리가 배제되는 상황을 회피해야 한다. 그와 함께 제재국면에서도 대북 대화·협상 전략을 세우고 분명한 역할을 강구해야 한다.

글 | 조민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올해부터 선문대학 초빙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통일연구원에서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과 부원장을 역임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해 오래 동안 연구해왔다. 한반도 통일은 우리 사회의 내부 동력이 관건적이라는 인식 아래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