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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19일 05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19일 14시 12분 KST

개성공단은 헌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연합뉴스

글 | 강경선 (방송통신대 헌법학 교수)

대통령은 왜 국회의원 전체의 기립박수를 받지 못했을까? 국가안보의 위기에 즈음한 대 국민과 국회에 단합을 호소하는 국정연설이었기에 여야 모두로부터 박수를 받았으면 훨씬 모양이 좋았을 것이다. 시국을 감안해보면 단순히 야당이라고 해서 박수에 인색했을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았다. 중도의 길을 표방한 국민의 당까지도 호응을 보내지 않은 것을 보면 뭔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이 불충분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개성공단이 충분한 헌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번 대통령의 개성공단에 관한 전격적 중단조치는 국가긴급권을 방불케 했다. 물론 긴급권이 아니었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헌법 제76조는 내우⦁외환⦁천재⦁지변 등 위기에 있어서 재정⦁경제상의 처분이나 명령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이 아직은 긴급권 발동의 상황은 아니다. 위기상태는 맞아도 여전히 '평시' 중의 긴급한 상황이며, 또한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도 아니다.

그런데 헌법이 정한 긴급상황이 아닌데도 대통령은 그와 같이 권한행사를 했다. 개성공단 중단은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고, 자문기관인 국가안전보장회의만을 거쳐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단하고, 주무장관인 통일부장관을 앞세워 진행했다. 관련법인「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는 공단 전체의 폐쇄에 관한 규정이 없다. 다만, 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서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정지명령이나 승인취소의 사유만을 적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번 결정은 법률에 근거를 둔 행위가 아니다. 법적 근거도 없는 권한발동은 과연 무엇인가? 긴급상황이라는 착각 속에서 대통령은 너무나 많은 헌법과 법률의 절차를 생략했다. 북한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전례가 없어서 합당한 절차를 몰랐는가, 혹은 전례없는 일을 핑계로 모든 절차를 무시했는가? 북측은 지도자 마음대로 결정하는 나라지만, 우리는 입헌민주국가로서의 의사결정과정이 있다. 헌법이 정한 절차를 따라야 했고, 법률이 없으면 그 근거를 마련했어야 한다.

북핵실험 이후 예민해진 주변 강대국의 세력관계 속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또 신속한 판단과 결정을 해야 될 자리가 대통령이다. 위기 해결의 하나로 개성공단 폐쇄의 불가피성을 생각했으면, 그것을 헌법에 부합하게 권한을 행사했어야 한다. 우선 개성공단의 비중을 생각해야 한다. 외국 소재의 북한식당에 한국 관광객들이 출입을 금지시키는 등의 일이야 행정부 차원의 일이라고 하지만, 개성공단은 행정부를 넘어서는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개성공단은 무엇인가? 개성공단에는 125개의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사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의 조업을 하루아침에 중단시키는 것은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국민의 재산권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 미래가치를 빼더라도 수 조원의 손실을 가져오는 것이다. 또한 개성공단은 민족간 내부거래라고는 하지만 조약에 버금가는 지위를 가지며, 또한 헌법이 정한 평화통일 수행의 목적에 부합하는 국민적 희망사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개성 말고도 몇 개의 비슷한 사업을 더 벌여도 모자랄 이런 의미있는 사업임을 인식한다면, 그 중단 결정을 대통령이 단독으로 해서는 안된다. 박대통령은 국가 위기의 시기에 외롭게 총대를 매고 애국적 용단을 내린 것으로 자부하는 듯하지만 그것은 헌법의 취지에도 반하고(군주시대의 방식이고), 또 현명하지도 않은 것이다. 오늘날의 헌법상 권력분립원리는 국가기관 간의 견제의 효과도 있지만,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키는 분업의 원리도 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마땅히 헌법이 정한 모든 국가기관(국무회의와 자문회의)은 물론 특히 의회권력과 자신의 부담을 나누고 협력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은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는 과중한 부담을 국회에 회부하여, 국회에게 「개성공단 중단에 관한 법률」과 같은 입법적 결의를 요구했어야 한다. 또는, 적어도 헌법 제60조가 국회에게 부여한 권한, 즉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의 체결과 비준에 대한 동의권, 선전포고에 대한 동의권의 취지를 살려 국회의 동의라도 얻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회 내의 토론이 언론에 전달되고, 국민사이에 건전한 공적 여론이 조성됨으로써, 개성공단의 존속 여부에 상관없이 대통령의 개인적 부담을 넘어 국회와 국민 전체가 그 책임감을 공유하게 되는 효과, 바로 이것이 헌법적이고 민주적인 국민적 단합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생각에 국회는 없었다. 이것은 평소 박대통령이 보여준 국회경시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보인다. 이미 유승민 원내대표와의 갈등, 최근의 기업을 앞세운 입법촉구서명운동 등이 그 예다. 국회를 경시하는 대통령은 결코 민주적일 수가 없다.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대통령의 헌법준수 의무를 특별히 강조한 대목으로부터 대통령의 헌법에의 의지는 분명히 확인되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헌법인식 수준은 별도의 문제다. 헌법의 준수가 대통령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헌법은 권력의 모든 공직자들에게 공통으로 부과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단합과 국회의 초당적 결속을 촉구했지만, 국민 쪽에서는 대통령과 국회와의 민주적 단합을 당부하고 싶다. 그 단합은 '대통령의 것은 대통령에게, 국회의 것은 국회에게'처럼 각각의 권한에 대한 존중과 책임수행 속에서 가능할 것이다.

우리 나라가 안보와 경제 위기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모두가 감지하고 있다. 국민들은 국제적 국내적 정세에 관한 상세한 정보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큰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민주주의와 헌법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마저 잃게 되면 우리는 정말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위기국면을 대처해야 할 향후의 정국에서 특별히 명심해야 할 지표가 있다. "정치는 총부리에서 나온다."는 힘의 논리가 공산국가나 병영국가들이 취한 모토였다면, 우리는 "전쟁도 (민주)정치의 연장이다."을 좌우명으로 삼고 선진국가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으로 주권을 지키고자 할 때, 우리 대한민국은 헌법과 민주주의로 주권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글 | 강경선

방송통신대 헌법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인도헌법의 형성사>, <영국과 미국에서의 노예제 해방>에 관한 저술이 있습니다. 현재의 관심사는 한국이 복지선진사회로 진입하는 것과, 국민들 마음 속에 박힌 현실 정치와 정당에 대한 혐오감을 씻어내어 헌법을 굳건히 세우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