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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04일 09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05일 14시 12분 KST

'기본소득'보다 아베의 '연대임금제'가 낫다

TOSHIFUMI KITAMURA via Getty Images

글 |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비교정치학)

호남지지 받으려면 기아차에 연대임금제를

내각제 개헌이나 대통령 결선투표제처럼, 대권 후보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도와 게임규칙을 선점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나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촛불민심과 헐벗은 국민의 처지와는 동떨어진 정략적인 태도라는 비판도 있는 만큼, 자제하면서 양극화 극복, 청년실업, 임금격차 해소 등 민생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대권 후보들은 '헬조선론'과 '흙수저론'으로, 좌절감에 빠진 청년들을 구하는데 올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실업의 원인이 '저임금의 값싼 일자리의 부족'이 아닌, '고임금의 좋은 일자리 부족'에 있다는 것을 직시하여 엉뚱하게 '값싸고 열악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정책이 아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별부터 해소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지금 청년실업의 문제는 '일자리부족' 문제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부족'의 문제이다. 어느 청년이 대기업의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해놓고, 비정규직 임금을 주는 회사에 취직하고 싶겠는가?

또한 대권 후보들의 인물·정책검증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것은 '복지포퓰리즘'을 막기 위해서이며, 복지포퓰리즘이란 복지를 위한 기본 전제와 조건을 충분히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인기영합적인 정책이라 정의할 수 있다. 복지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고 재정적자와 비례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세수확보방안', '세금을 낼 수 있는 소득 있는 중산층 복원', '복지투자의 우선순위 선정' 등을 분명히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 시행하여야 포퓰리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포퓰리즘에 대한 견제 없는 민주주의는 결국 다수결 이름으로 진행되는 인기영합적인 선동정치로 타락할 가능성이 크고, 재정적자로 국민경제를 망치고 그에 대한 안티테제로 신자유주의정책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포퓰리즘을 막지 못하면 정부의 국정운영과 민주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당선에서 드러난 '글로벌 포퓰리즘' 물결이 양극화 모순에 따른 불만과 분노로 가득찬 우리나라를 급습하지 않도록 철저한 방비가 필요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한 원인 가운데,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후보에 대한 검증·공천과정 실패와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포장한 박근혜 후보의 포퓰리즘을 견제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후보와 유사한 포퓰리스트가 재등장하지 않도록 우리 국민들 역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물론 민생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도 있는데, 특히 일부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기본소득'이 논의되는 것이 보인다. 기본소득이란 재산·소득의 많고 적음이나 노동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매월 일정한 생활비를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국가가 부자든 빈자든 구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스위스는 지난해 6월 2천500 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유권자 76.9%가 반대해 부결된 바 있다.

우리도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대권 후보들이 있다. 대표적인 주자는 '청년배당'과 무상시리즈 등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국가 예산에서 (세금 철저 징수로) 50조~60조 원은 가뿐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면서 "50조 원이면 1인당 100만 원씩, 가구당 300만 원씩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은 성장론의 부재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고려하지 않거나 조세수입의 불명확 및 재정투입의 우선순위의 잘못 등으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는 만큼, 철저한 정책검증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의 정책검증과 관련하여 이에 대비되는 대안정책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따른 '연대임금제도'이다. 기본소득이 '재분배론'에 초점을 맞춘다면, 연대임금제도는 '임금상승을 통한 성장론'에 초점을 두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 연대임금제도의 대표적인 예는 최근 소개된 일본판 '동일노동 동일임금제'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저성장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과 비슷한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베 총리는 2015년에 '1억 총활약 사회'라는 목표아래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란 어젠다를 제시한 바 있다.

1억 총활약 사회는 50년 후에도 일본의 인구를 1억 명으로 유지하고, 한 명 한 명의 일본인이 가정, 직장, 지역에서 더욱 활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러면서 임금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복지기반에 대처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아베가 추진하고 있는 일본판 동일노동 동일임금제의 기원은 1951년 스웨덴 사민당이 성공적으로 시행하여 세계적으로 소개된 '연대임금제'에 있다. 이것은 상층자본과 상층노동의 담합과 갑질에 의해 중소하청기업의 하층노동과 비정규직 임금을 착취하고 있는 우리의 이중적 임금노동시장의 차별을 개선하는데 시사점을 주고 있다.

연대임금제는 노사가 중앙교섭을 통해 동일업종 내 저임금 기업의 임금 상승을 촉진하고, 고임금 기업의 임금 상승을 억제해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제도를 말한다. 물론 이 연대임금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층자본과 상층노동의 기득권 타파와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다. 스웨덴 사민당과 노사는 '살트쉐바덴 협약'과 '렌-마이드너 모델'을 통해 연대임금제도를 구체화하였다. 그것의 핵심원리는 다음과 같다.

노조는 자본측에 고임금을 자제하는 대신 고용안정과 초과이윤의 일부를 공동주식으로 전환하는 임금노동자기금안을 요구했다. 자본측은 노조에게 고용안정과 공동주식을 주는 대신 고율의 법인세를 정부에 제공했다. 정부는 고율의 법인세와 노동자의 재산세 수입을 기반으로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에게 재취업을 위한 재교육, 재훈련, 고용보험 등 광범위한 사회복지를 제공했다. 또한 정부는 연대임금을 제공할 수 없는 경쟁력 없는 한계기업들에게 구조조정 또는 재생할 수 있는 금융과 행정을 지원함으로써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조직했다.

현재 대권 후보들은 호남지역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지율과 득표율 상승을 위해서라도, 당장 호남지역 다수 유권자가 있는 기아자동차부터 연대임금제를 적용한다는 공약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의하면, 2014년 현재 기아자동차 협력업체 평균연봉 현황은 본사 정규직과 2차 협력사 사내하청간의 연봉이 무려 5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공장 정규직이 1억원, 광주공장 사내하청이 5000만원, 1차 협력사 4700만원, 1차 협력사 사내하청 3000만원, 2차 협력업사 2800만원, 2차 협력업사 사내하청 2200만원 수준이다. 일본 아베총리의 방침처럼, 대기업 정규직의 80%수준 까지 연대임금을 적용한다면, 2차 협력업사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광주공장 정규직이 받은 1억원의 80%인 8천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단순하게 계산해 봐도 지금 받는 2200만원보다 무려 6천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물론 연대임금제의 실현은 현실적으로 50%로 출발해서 매년 10%씩 올려 80%수준이 될 때까지 이행하겠다고 하는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제과 연대임금제, 어느 쪽이 더 국민에게 이득이고 실현가능성이 클까?


그렇다면 기본소득과 연대임금제도 중 어느 쪽이 국민들에게 더 실현가능성이 크면서도 이득일까? 이재명 시장은 기본소득을 통해 "50조 원이면 1인당 100만 원씩, 가구당 300만 원씩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연대임금제를 사용하면, 가구당 300만원이 아닌 1인당 무려 6천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당연히 연대임금제가 더 이득일 것이다. 물론 연대임금제도의 실현은 노사정의 대타협이 필요한 만큼, 기본소득만큼이나 기득권의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연대임금제를 성공시킨 스웨덴 사민당 역시 기득권의 저항을 '다함께 성장론의 리더십'으로 극복했다. 사민당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노조에게 "기업이 없으면 국가경제가 없고 일자리도 없어진다"고 쓴소리를 하면서, 파업을 계속한다면 "어쩔 수 없이 법을 만들어 노조의 파업을 금지 시키겠다"고 경고하였다. 또한 기업에게도 "노조와 기싸움 하지 말고 타협에 임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가 나서서 직장폐쇄금지법을 만들겠다고 경고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나라 연대임금제도는 스웨덴, 일본보다도 더 쉽게 도입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 재벌일가들의 주식지분이, 50%를 가진 오너로 부르기에는 너무나 취약하기 때문이다. 불과 그 지분이 1%도 안 될 만큼, 매우 빈약한 재벌들의 주식지분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것처럼, 불법상속을 눈감아 주거나 보완해주는 대가로 정권과 권력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범죄에 상시적으로 가담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취약하다.

우리나라 10대 기업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국민경제의 성장과 비정규직 임금차별 해소를 위해 자신의 주주권을 제대로 사용하겠다는 정책표명과 '종업원주식소유제도'(ESOPㆍEmployee Stock Ownership Plan)의 활성화만으로도 연대임금제도의 정착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의 여건은 충분히 마련될 수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임금격차의 해소를 위해 스웨덴 모델을 적용해보자는 시도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7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점검회의'에서 "연대임금제와 같은 대-중소기업 노동자 간 협력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 이 칼럼은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글 | 채진원

2009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민주노동당의 변화와 정당모델의 적실성"이란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수로 '시민교육', 'NGO와 정부관계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대표저서로는 『무엇이 우리정치를 위협하는가-양극화에 맞서는 21세기 중도정치』(인물과 사상사, 2016)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