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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09일 05시 25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10일 14시 12분 KST

또 하나의 탄핵이유

연합뉴스

국민의제 시국특집 19회

대통령의 과오로 국정이 마비되는 현실에 직면하여 오늘의 우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되 나라의 미래를 밝히 열고자 국민의제가 탐조등을 비추는 기획특집을 마련합니다.

글 |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결정이 이제 코앞에 다가왔다. 온 국가가 긴장한 가운데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읽기가 시작됐다. 오늘 이후 대한민국은 어제와는 또 다른 세상이 될 것이다.

탄핵 소추안은 헌법 제65조 제1항 대통령을 포함한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를 근거로 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중대하게 위배하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헌법위배행위의 구체적 내용에는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헌법 제88조, 제89조), 대통령의 헌법수호 및 헌법준수의무(헌법 제66조 제2항, 제69조)"를 위배했다는 것을 위주로 "생명권 보장(헌법 제10조) 조항 위배"를 다섯 번째 사유로 들고 있다.

이 '생명권 보장 위배'는 바로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사건 당시의 직무유기를 말하는 것이며, 국민의 관심이 가장 큰 사안이다. 대통령이 초기에 나서 해경이나 해군 등의 작전개입을 명했다면 대부분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세상의 믿음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당시 박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이다. 그동안 별별 괴담이 난무하였고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무엇을 했다는 공식 일정대신 단편적인 변명만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오보괴담 바로잡기!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난을 이용하여 예를 들면, "대통령은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손질하는데 90분 이상"을 소비하였다는 설에 대하여 "하지만,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소속 계약직 미용사로부터 오후 한 차례 20분가량 머리손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라고 해명한다. 그리고 오후 3시 이후부터 5시 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도착할 때까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나, 정말로 중요했던 이전 일정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소문 중에는 유언비어도 있을 수 있고 과장된 것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청와대에서 왜 정확한 근무 일정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더욱이 주중 근무시간에 왜 집무실이 아니라 관저에 그토록 오래 머무르다 오후 늦게 서야 모습을 나타냈을까? 온 국민은 가정과 직장에서 까지 TV와 각종 매체를 쳐다보며 하루 종일 초긴장 상태 속에서 숨도 크게 못 쉬면서 구조를 기다리지 않았던가?

뒤늦게 의혹이 생겨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대통령 일정표를 검토하였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혹시 의도적으로 간략히 공개하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대통령의 일정은 대체로 너무도 간단하고 일정자체가 없는 날도 제법 여러 날 눈에 띈다. 한 달에 거의 반이 비어 있는 달도 있고 최근 년에 올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하다. 근무기록이 있는 날도 고작 오전 오후 한 개씩, 아니면 하루에 단 한 개의 근무 기록이 있거나, 어쩌다 오찬행사가 눈에 띈다. 심지어 수석비서관회의도 한 달에 한두 번, 국무회의도 '가뭄에 콩나기'로 보인다. 이게 일국의 대통령 공식 일정이란 말인가? 이것 외에 다른 공식 일정이 진정 없었단 말인가?

역대 대통령은 매일 아침 기상부터 저녁까지 말할 수 없이 빽빽한 일정이 보통이며 거의 매일 오찬 행사가 있다. 또한 국빈 방문 중에는 국내 내빈과 함께하는 만찬도 잦다. 그리고 거의 24시간 근무태세로 있어 주중의 집무실 근무는 당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나라, 미국은 물론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아베 총리의 하루 일정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분단위로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의 공개내역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7시간에 대한 해답이 아마도 여기에 있는가 보다. 일정표에 의하면 2014년 4월16일의 일정은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이 한 개 달랑 적혀있다. 비서실장이 "사생활에 대해 잘 모릅니다."라는 대답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닌가 보다. 박대통령의 하루 일과란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관저에 머물고 이에 대해선 아무도 알려 않고, 알아서도 안되는 것인가 보다. 그저 문고리 3인방이나 최순실 등 몇몇으로 구성된 그들만의 세계에서 소통하고 노니는 것인가 보다.

박대통령의 바쁜 흔적은 오직 해외순방기간 짜여진 일정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해외순방이후의 일정표이다. 한국 도착이후 며칠간은 아예 공백상태다. 예를 들면, 2016년 ASEM 회의차 7월 14일 목요일 출국하여 18일 월요일 귀국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일정표에는 화, 수요일을 띠어 넘어 21일 목요일에야 비로소 '국가안전보장회의' 하나가 있다. 그리고 이후 7일간은 아무 일정이 없으며, 마침내 일주일 후인 28일 목요일 '여름휴가'라고 적혀있다. 그 다음은 다음달 2일 화요일에 일정이 보인다. 공식적으론 3박4일 휴가라 하나 결국 12일간 휴가를 가진 셈이다. 해외 순방 이후 이렇게 며칠씩 일정표가 비워있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새누리당 의원들은 얼마나 아는가? 도대체 관심이라도 있기나 한가? 이러한 사람이 과연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대통령이란 말인가?

청와대가 공개한 일정표가 있는 그대로를 보인 것이라면 대통령은 정유라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정유라는 결국 학교 최소 출석일수에 미달하여 고등학교 졸업이 취소되었고 대학도 퇴학처분 되었다. 박 대통령이 모든 근로자가 지키는 하루 기본직무일정조차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민을 기만한 전근대적 가장 나태한 제왕적 처사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사실만으로도 마땅히 현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직을 떠나야 하는 탄핵사유에 충분하다.

이런 무책임한 대통령과 이로 인한 건국 이래 최초의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 민주주의를 어떻게 정상화 시킬 것이냐는 중차대한 과제가 이제 눈앞에 닥쳐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박근혜 대통령 치세가 과연 어떠했고 그리고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던가를 속속들이 파헤치는 데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박대통령 재임기간의 모든 시간을 분단위로 복기해 본다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대통령의 일정을 전면 조사해 보기를 제안한다.

글 | 신필균

현재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을 역임하였고 스웨덴 사회보험청과 스톡홀름광역시 의회 등에서 복지관련 행정과 연구 활동을 하였고 대표적 저서로선 <복지국가 스웨덴-국민의 집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