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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9일 09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9일 14시 12분 KST

나는 대한민국 서른살 평범한 레즈비언이다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서른(한)살 레즈비언이다. (빠른 생일 때문이다.) 나는 평범하다. "평범하다"라는 단어의 유의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예사롭다, 특색이 없다, 무난하다"등이 나온다. 그렇다. 나는 정말 예사롭고 특색이 없으며 무난한 30년을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제목에 외래어 네 글자를 썼기 때문에 나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평범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떠올려보자.

우리의 절친, 회사동료, 선생님, 제자, 딸, 어머니, 이모, 고모가 자신이 사실은 레즈비언이었다고 커밍아웃한다면 우리는 그 "평범"이라는 범주의 범위를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위해 평범의 범위를 넓히게 될까?

실은 나도 스스로에 대해 인정하기 전까지 레즈비언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내가 나를 인정하기 전까지 나에게 레즈비언이라는 이미지는 어느 정도 부정적이었다. 이유가 정말 많다. 한국사회, 친구들, 선생님, 미디어. 그 어느 하나도 나에게 레즈비언은 좋은 거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레즈비언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심각한 것이었다. 등장하는 TV프로그램들도 주로 시사교양, 예를 들어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 시사매거진 2580 등이다. 제목만 들어도 심각하고, 무겁고, 뭔가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게이도 물론 마찬가지지만 2015년 11월 28일 현재의 한국에서는 방송인 홍석천, 김조광수 감독, 김재웅 디자이너 등이 공식적으로 커밍아웃을 했고, 그 외에도 영화, 음악, 미술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게이들덕분에 게이는 레즈비언보다는 심각하고 무겁지 않은 이미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즈비언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무겁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가까운 사람이 레즈비언이라는 생각을 해봤을 땐 그 무게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 레즈비언이 모두에게 가까운 사람일 순 없겠지만, 레즈비언은 누군가의 가까운 사람이고 그리고 평범하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해보려고 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작은 움직임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레즈비언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줄이고 싶다. 줄일 것이다. 어두운 색으로 칠해진 이미지에 빛을 더할 것이다.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는 무겁지도 심각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위로받아 마땅할 슬픈 것도 아니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이다.

마치 이런 것처럼.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기무상이구요. 나이는 서른, 좋아하는 건 애플, 영화, 책, 음악. 참, 그리고 전 레즈비언이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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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9 키보드 emoji 에 있는 여여 커플 이모티콘을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