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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10일 09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7월 10일 14시 12분 KST

'백선생'이 인기를 얻은 이유

제일 중요한 이유는 백종원이라는 사람의 자신감과 거기서 비롯된 솔직함입니다. 자신의 음식이 '집밥'과 거리가 먼 자취생의 한 끼 때우기 용이라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때 사과하는' 솔직함과 자신감입니다. 그는 모 음식평론가가 자신의 음식에 대해 비난투로 평했을 때도 음식평론가는 그럴 수 있다고 태연하게 반응했습니다. 말은 많이 하지만 무슨 뜻일지 알 수 없고, 사과해야 할 때 하지 않는 대통령의 나라에서, 백 씨가 보여주는 투명함이 그를 엔터테인먼트 세계의 대세로 만드는 것입니다.

tvN

오마이뉴스에서 요즘 '텔레비전의 대세'로 떠오른 외식사업가 백종원 씨가 "가정주부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자신이 텔레비전에서 시연해 보이는 요리들은 자취생이나 음식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자취생 백선생'이라는 제목을 붙여야 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어 '집밥 백선생'이라는 제목을 정했다는 것입니다.

'집밥'하면 집에서 주부나 어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차리는 식탁을 뜻하니, 사실 '백선생'의 요리는 '집밥'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나라 안팎에는 그보다 훨씬 요리다운 요리, 맛있고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탁을 차릴 줄 아는 요리사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가 '대세'로 떠오른 건 왜일까요?

제일 중요한 이유는 백종원이라는 사람의 자신감과 거기서 비롯된 솔직함입니다. 자신의 음식이 '집밥'과 거리가 먼 자취생의 한 끼 때우기 용이라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할 때 사과하는' 솔직함과 자신감입니다. 그는 모 음식평론가가 자신의 음식에 대해 비난투로 평했을 때도 음식평론가는 그럴 수 있다고 태연하게 반응했습니다. 말은 많이 하지만 무슨 뜻일지 알 수 없고, 사과해야 할 때 하지 않는 대통령의 나라에서, 백 씨가 보여주는 투명함이 그를 엔터테인먼트 세계의 대세로 만드는 것입니다.

또 하나 그가 인기 있는 이유는 그가 사람들에게 보이는 관심입니다.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배우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지나가는 말을 하듯 도움말을 주는 것이 그를 '소통왕'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대통령의 불통으로 분노하며 목말라하던 시청자들에게 '소통'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보임으로써 '대세'가 된 것입니다.

셋째 이유는 이 나라의 불행한 현실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올해 27퍼센트를 넘어섰습니다. 4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이면 25퍼센트인데 그보다 더 많은 것입니다. 20년 후에는 34퍼센트를 넘을 거라고 하니 그때는 3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이겠지요.

1인 가구의 증가는 외로움의 증가를 뜻하니 개인적으로도 힘들고, 외로운 개인의 증가로 인한 사회적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을 겁니다. 문화적 측면에서 1인 가구의 증가가 초래하는 폐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음식 문화의 붕괴입니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전 가족이 감사하며 즐겁게 함께 먹는 식탁 문화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자연히 식탁 예절이 사라지고, 집집마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던 요리법도 실종될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 먹으면서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시던 요리를 재현해보려는 사람은 드물 테니까요.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식사는 한 끼 때우기와 동의어인 경우가 많습니다. 백종원 씨의 요리법은 자신이 말하듯 '자취생'들, 즉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편리한 요리법입니다.

백종원 씨가 텔레비전의 총아가 된 데엔 이렇게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배경이 있지만 그에게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 중엔 그런 것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그의 달고 짠 음식에 길들여진 사람이 많습니다.

원래 우리 음식은 '달고 짠' 맛을 경계해왔습니다. 가장 좋은 음식은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인데 설탕이나 소금은 재료의 원 맛을 그르친다고 생각해왔으니까요. 맛이 없을 땐 설탕을 넣으라고 가르치는 '선생', 김치찌개는 익은 김치로 만들어야 하지만 익은 김치가 없을 때는 익지 않은 김치에 식초 등을 넣어 익은 듯한 맛을 내어 끓이면 된다고 하는 '선생'...

아무리 생각해도 백종원 씨는 '선생'은 아닙니다. 그는 시대를 잘 만난 사업가입니다.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그는 "제가 나와서 욕을 먹는다 해도 음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때까지만 방송을 하려 해요. 욕심은 없어요. 많이 하려는 생각도 없고요."라고 말했습니다.

'백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으로 인해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식에 대해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문제입니다. 물론 살 맛이 없어 그러는 것이니 이해할 수는 있지만 매사에는 어느 정도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욕심 없는' 백선생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우리 요리의 '정도(正道)를 보이는 것입니다. '자취생의 밥'을 퍼뜨려 번 돈으로 수십 년에서 수백 년씩 이어져온 우리 음식문화를 계승하여 우리 요리의 '품위'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그가 여러 프랜차이즈를 통해 우리 요리의 품격을 떨어뜨린 걸 용서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백선생이 정치판에 들어가지는 말길 바랍니다. 역사의 시계를 1970년대로 돌려놓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돈 많고 '융통성' 있는 백종원 씨를 회유하려 하겠지만 특유의 자신감과 솔직함으로 '싫다!'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내 요리법은 '정도'가 아니었지만 적어도 정치는 '정도'를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꾸짖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김흥숙의 생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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