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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18일 10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5월 19일 14시 12분 KST

정부가 노래를 두려워할 때

황석영씨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1989년이고 '님을 위한 교향시'도 1991년에 만들어졌으니 1982년에 만들어진 이 노래와 북한은 아무런 관계도 없고, 이 노래를 제창하면 '국민 통합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창을 금한 보훈처의 결정으로 국민은 이미 분열되었습니다. 기념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 노래를 불렀는데, 이 노래의 제창을 반대하는 보훈처와 일부 보수단체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이 노래를 부르면 김 대표와 문 대표는 '빨갱이' 혹은 '종북'이 되는 걸까요?

광주에서 5ㆍ18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국가보훈처는 이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합창단이 '합창'하되 기념곡으로 '제창'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을 비롯한 광주 시민들이 공동성명을 내어, 이 노래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불의에 항거한 상징적 노래, 국민의 노래'이기 때문에 이 노래의 제창을 금하는 것은 '5ㆍ18 정신에 반한다'며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정해 제창할 것을 촉구했으나 정부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 노래를 두고 정부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왜 이 노래를 이토록 두려워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노래는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소설가 황석영 씨가 개사한 가사에 당시 전남대학교 학생이던 김종률 씨가 곡을 붙여 1982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5ㆍ18민주화운동 유족들에 의해 불리다 2003년부터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식에서 제창됐으나 2009년부터 이 노래는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오늘 한국일보 사설에 보면, 노랫말의 '임'이 북한의 김일성이 아니냐는 황당한 주장을 제기하는 보수단체도 있다고 합니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1991년 황석영ㆍ리춘구(북한 작가)가 공동 집필해 제작한 북한의 5ㆍ18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됨으로 인해 노래 제목과 가사 내용인 '임과 새날'의 의미에 대해 논란이 야기됐었다"면서 "특히 작사자의 행적 때문에 제창 시 또 다른 논란 발생으로 국민 통합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노래의 제창을 금한 것입니다.

그러나 황석영씨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1989년이고 '님을 위한 교향시'도 1991년에 만들어졌으니 1982년에 만들어진 이 노래와 북한은 아무런 관계도 없고, 이 노래를 제창하면 '국민 통합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창을 금한 보훈처의 결정으로 국민은 이미 분열되었습니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 35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정치인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오늘 기념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 노래를 불렀는데, 이 노래의 제창을 반대하는 보훈처와 일부 보수단체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이 노래를 불렀으니 김 대표와 문 대표는 '빨갱이' 혹은 '종북'이 되는 걸까요?

지금 한반도는 6.25전쟁 후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동맹 강화와 일본의 노골적인 재무장,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 강화 등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의 변화와 그것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남북한 간의 대화를 재개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국가보훈처라는 정부 부처는 고루한 색깔론에 사로잡힌 일부 국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역사는 노래를 두려워하는 정권은 민주 정부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정부는 이 노래를 두려워함으로써 스스로 '민주 정부' 되기를 포기했습니다. 아래에 이 노래의 가사를 옮겨둡니다. 어제 tbs '즐거운 산책' 시간에도 '오늘의 노래' 코너에서 이 노래를 들려드렸지만, 1980년 이맘 때 광주에서 희생된 분들을 생각하며 꼭 한 번 들어보시고 불러보시기 바랍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김흥숙의 생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