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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15일 06시 39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15일 14시 12분 KST

'인턴'이라는 이름의 착취

BartekSzewczyk

언젠가부터 인턴은 새로운 노동착취의 대명사가 됐다. 최신의 착취는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을 노린다. 기업은 취업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과 경력마저 요구하기 시작했다. 신입사원을 뽑으면서도 말이다. 인턴에 합격하기 위해 따로 스펙을 쌓고, 이 인턴에서 저 인턴으로 옮겨 다니는 일이 흔해졌다. 고난의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그것이 비록 계약직일지라도 '노동자가 되는 것', 그러니까 정식 근로계약을 맺는 일이 허락되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훈련의 포장지를 쓰고 있던 인턴은 이미 '노동'이었다. 교육은 사라졌다. 아니,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인턴'이라는 말만 붙이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짐을 깨달은 영리한 기업들이 "이것은 노동이 아니라 교육입니다. 청년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발뺌해 왔을 뿐 많은 경우 인턴 명찰을 단 사람이 회사에서 하는 일은 엄연하게 '노동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교육을 핑계로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불법관행이 때로는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곳에서는 '도제'라는 명목으로 만연해 왔다.

청년들의 절박한 처지를 한껏 이용하는 편리한 수단을 통해 기업은 무한정 공급되는 저임금 혹은 무임금 노동의 이익을 누렸다. 청년들은 허전한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 헐값노동과 공짜노동에 어쩔 수 없이 뛰어들었다. 야간근무를 포함해 한 달에 30만원의 월급(!)을 지급한다는 채용공고는 이렇게 탄생했다. 인턴은 정규직·비정규직 아래 세 번째 고용형태가 됐고, 다양한 업무가 주어지는 그 '직책'은 몇 개월마다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청년들에게 예약돼 있다.

청년착취를 상징하는 '열정페이'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부랴부랴 인턴 불법사용에 대한 근로감독을 시행하는 한편 지난 1일 '일경험 수련생에 대한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는 낯선 이름의 인턴·실습 보호방안을 내놓았다. 일단 청년의 요구가 정부 대책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반걸음의 진전이다.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은 '일을 시키는 행위'와 '일을 가르치는 행위'를 구분하는 것이다. 즉 아무리 형식적으로 교육의 꼴을 취한다 해도 실제 일을 시키면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때 '인턴'은 이름표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든 노동관계법령이 빠짐없이 적용된다. '교육기관'으로 둔갑했던 기업과 '교육자'인 양 행세했던 고용주는 그제야 노동법을 준수할 의무를 가진 사용자 위치로 돌아온다. 이로써 인턴 불법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핵심 기준이 세워졌다.

현실 사례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착취 방지'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단호한 해석이 필요하다. 인턴의 업무 내용이 고용주에게 이익을 발생시키거나 본래 직원이 해야 할 일을 대체하는 성격을 가지면, 그것은 노동으로 봐야 한다. 명실상부 교육으로 볼 수 있는 경우는 엄격한 판단요소를 모두 충족시킨 조건에서만, 아주 제한적으로 인정돼야 한다. 이 지점에서 기존의 인턴 불법사용을 도리어 합법화하는 틈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이란 근로감독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인턴 사례에 대해 '노동법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감독하겠다는 선언이다. 정부가 "그건 교육"이라는 기업의 말에 순진하게 속아 왔던 과오를 뉘우치고, 노동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노동행정의 부족함을 바로잡아, 청년에게 가해지는 새로운 노동착취를 막기 위해 '그저' 노동법을 제대로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노동당국이 일을 잘했으면 미리 방지할 수 있었던 문제이니, 이제라도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부의 방안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일을 하면 노동자이며, 법정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노동법을 강력하게 집행하기 위해 현장 근로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 열정페이 노동착취와 인턴 불법사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당국의 지속적 노력이 부족하면, 오히려 '일경험 수련생'이라는 노동시장 바깥의 약자를 합법적으로 양산하는 길을 터 주게 될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노동법의 기본 원칙을 확인하자. 일을 하면 노동자다.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그치지 말아야 한다. 감독만 제대로 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정부가 제대로 일하길 바란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의 '청년노동칼럼'에 게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