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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09일 06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09일 14시 12분 KST

위기대응능력 제로 한국, 기후전쟁 대비도 낙제점

눈에 보이는 피해가 심각한데도, 정부는 앞으로 20년 동안 석탄화력발전소와 위험한 원자력발전소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2011년 1조 34억원에서 2014년 8,027억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전쟁 같은 재난상황에 놓일 것을 대비해 국가에 요구되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다. 지금 한국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둔한 지도력으로 가득 차 있다. 조금 과장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인명과 재산피해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듯하다.

"기후변화는 미래에 있을 먼 일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7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기후평가(NCA)' 보고서를 발표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지금 캘리포니아 지역은 15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손님이 식당에 들어오면 으레 내오던 물도 손님에게 물어본 뒤 제공하도록 제한하고 있을 정도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그린피스의 액션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기후변화의 위협에 맞서는 긴급한 조치가 요구된다"며 "오늘날 미국 시민들을 보호하고, 후손을 위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이른바 '전투태세'에 돌입한 것이다. 300명이 넘는 전문가가 참여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며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잦은 홍수와 산불, 가뭄에 익숙해져야 한다. 여기에 들어간 돈도 이미 엄청나다. 800쪽이 넘는 분량의 보고서는 더 이상 기후전쟁이 영화에서나 나올 말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2013년 체코 프라하의 홍수 지역에서 그린피스 활동가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후전쟁'은 다가온 현실

10년 전 일찍이 미국 국방부 산하 CIA는 "향후 50년간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기후변화로 야기된 식량과 자원의 부족이 그 원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 속도로 기후변화가 진행될 경우 2050년 상황을 예견한 보고서도 있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4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가 그것인데, 이에 따르면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지역의 커다란 강들은 유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 잦은 홍수로 해안지역이 위협을 받는다. 전세계는 기후 변화로 자원(주로 식량) 부족을 겪을 것이며, 홍수와 가뭄으로 수인성 전염병이 돌아 사망률이 높아진다.

더 이상 기후변화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수 만은 없다는 이야기다. 식량을 비롯한 자원문제가 인류 생존과 직결돼 있다는 측면에서 이미 시작된 이 상황은 가히 '기후전쟁' 이라 할 만하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하랄트 벨처가 쓴 <기후전쟁>은 기후변화가 전지구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것이 비단 자연과학적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적 문제임을 강조한다.)

1965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미국 마셜 화력발전소. 한 해 이산화탄소 1,150만톤을 배출(2011년 기준)하고 있다.

'기후전쟁' 채비에 나선 세계

초국가적인 기후전쟁의 심각성을 일찍이 깨달은 유럽연합은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 등의 전력생산 형태를 바꾸기 위해 구체적 목표를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연합 27개국은 2030년까지 최종 에너지 소비의 27%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 스웨덴은 49%로 목표를 독자적으로 높여 잡고, 2020년까지 1990년대 방출했던 온실가스 양을 기준으로 20% 감축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태양광 일조량이 스페인 및 미국과 비교해 저조한 독일은 강력한 정책적 의지와 시민들의 참여로 태양광으로 전력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스페인은 오일쇼크를 겪은 뒤, 1980년대에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 결과 2009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풍력 설비를 보유한 나라가 됐고, 재생가능에너지가 원자력에 이어 가장 많은 전력생산을 하는 에너지원이 됐다.

스페인 세비야의 11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 단지

최근 로마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에너지 장관회의 당일 그린피스가 전한 '에너지 혁명' 메시지.

목표만 있고 계획은 없는 한국의 '기후전쟁' 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한국은 지금까지 기후전쟁을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 10년 동안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노력(?)으로 2012년 한국에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한해 4개의 태풍이 상륙했고, 13번에 걸친 홍수예보 발령이 있었다. 이에 따른 재산피해는 각각 1조 23억원, 28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이상 열대야로 인한 온열질환자수가 급증해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피해가 심각한데도, 정부는 앞으로 20년 동안 석탄화력발전소와 위험한 원자력발전소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2011년 1조 34억원에서 2014년 8,027억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이 모든 정책 뒤에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0%를 줄이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알아챌 만한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전쟁 같은 재난상황에 놓일 것을 대비해 국가에 요구되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다. 지금 한국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둔한 지도력으로 가득 차 있다. 조금 과장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인명과 재산피해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듯하다.

기후전쟁의 규모와 파괴력, 복구에 드는 자원은 가늠할 수조차 없다. 한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더러운 화석에너지와 위험한 원자력발전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려 다가올 '기후전쟁'에 현명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한국의 선택은?

'에너지혁명을 원해요' 동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