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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07일 05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08일 14시 12분 KST

바보야, 문제는 '승자 독식'이야!

야권 지지자들에게 정권교체는 선이다. 절대적 선이다. 진보 언론엔 총선 패배와 정권교체 실패의 가능성을 '역사의 죄악' '역사의 죄인' 등과 같은 살벌한 단어들로 단죄하는 글들이 자주 실린다. 여권 지지자들, 즉 절반의 국민을 '역사의 죄인' 이하로 여기는 발상이건만,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점잖은 분들까지 앞장서서 그렇게 죽느냐 사느냐 식으로 비분강개하는 열변을 토해내는 상황에서 정권교체를 방해한다고 생각되는 '내부의 적'은 멀리 있는 적보다 더 증오해야 할 표적이 된다.

Gettyimage/이매진스

나는 지금 우리 정치의 주요 모순을 '영남패권주의(수도권을 지배하는 영남패권계층+영남) vs 반영남패권주의(수도권의 호남 출신 등 소외계층+호남 등 소외지역)'로 보고 있다. 그런데 강준만은 그것을 '서울/영남이 수혜를 받으면서 분할지배 되는 지방 내부식민지'로 이해하고 있다. 그의 논리에 의하면 모든 지방이 연대해 서울과 반(反)내부식민지 독립투쟁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나로선 아주 의심스럽다.

김욱 서남대 교수가 최근 화제가 된 <아주 낯선 상식: '호남 없는 개혁'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하신 말씀이다. 나는 최근 출간한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야당분열, 알고나 욕합시다!>라는 책에서 답을 드리긴 했지만, 여기선 좀 다른 각도에서 모든 분들께 간곡한 호소를 하고 싶다. 기존 '승자 독식주의'를 바꾸는 데에 우리 모두의 힘을 집중하자고 말이다.

아직 많은 분들이 동의하진 않지만, 나는 지방의 내부식민지화가 중앙의 자원을 둘러싼 개인·지역간 쟁탈전을 심화시킴으로써 인정 욕구의 획일화·서열화는 물론 대학입시·사교육 전쟁, 극심한 빈부격차, 지역주의, 정치의 이권투쟁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주요 문제들을 악화시킨 핵심 원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가 지난해 10월에 쓴 칼럼의 한 대목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지금 야당은 정치인들만 분열된 게 아니다. 그 지지자들까지 나뉘어 거대한 패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댓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서로들 핏발 선 저주를 퍼붓고 있다... 야당 지지자들끼리 주고받는 상처가 너무 깊다. 치유가 불가능한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 핏발 선 저주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답이 없는 싸움이다. 지금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싸움을 하고 있다. 승자 독식주의를 전제로 한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지지자들에게 정권교체는 선이다. 절대적 선이다. 진보 언론엔 총선 패배와 정권교체 실패의 가능성을 '역사의 죄악' '역사의 죄인' 등과 같은 살벌한 단어들로 단죄하는 글들이 자주 실린다. 여권 지지자들, 즉 절반의 국민을 '역사의 죄인' 이하로 여기는 발상이건만,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점잖은 분들까지 앞장서서 그렇게 죽느냐 사느냐 식으로 비분강개하는 열변을 토해내는 상황에서 정권교체를 방해한다고 생각되는 '내부의 적'은 멀리 있는 적보다 더 증오해야 할 표적이 된다.

왜 정권교체가 절대적 선이 되었는가? 아름다운 명분을 댈 수 있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그걸 원하는 유권자들의 대다수에겐 부당한 차별을 받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현실의 문제다. 그런 차별의 핵심은 인사와 예산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모든 공직에 대탕평 인사를 할 것이다. 특정 지역이 아닌 100% 대한민국 정부가 될 것이다"라고 장담했지만, 사상 최악의 영남 편중 인사를 함으로써 정권교체 실패가 '역사의 죄악'이 되게끔 만드는 데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대통령 권력의 오·남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정권교체뿐인가? 예산은 어떤가?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국회의원 발언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가 지역구 민원성 요구에 집중됐으며, 이른바 '실세'들의 자기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극에 이르렀다. 언론은 이를 가리켜 '막가파 행태' '복마전' 등으로 비난했지만, 이는 늘 반복되는 연례행사일 뿐 달라지는 건 전혀 없다. 이런 예산 배분의 '복마전'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길도 오직 총선 승리뿐인가?

단 한번이라도 그런 승자 독식의 타파를 위한 정책을 의제로 제기한 적은 있었는가? 모든 권력이 중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중앙을 차지해야 한다는 게 유일한 대안인가? 너희들이 한 짓을 우리도 권력 잡아 해보겠다는 게 우리의 비전과 꿈이 되어야만 하는가? 지방은 언제까지 중앙권력 쟁탈전을 위한 인질이 되어야만 하는가?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함으로써 아예 승자 독식 모델을 깨버리는 싸움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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