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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4일 11시 2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24일 14시 12분 KST

가뭄이 4대강사업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HANKYOREH

올해의 극심한 가뭄 뒤에 숨어서 쾌재를 부르고 있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누구인지 구태여 말하지 않더라도 그게 누구인지 대번 짐작이 갈 겁니다.

멀쩡했던 강이 시퍼런 녹조로 뒤덮이고, 갑자기 물고기들이 떼죽음하고, 괴생물체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연이어 터져나올 때는 죽은 듯 숨죽이고 있던 무리들입니다.

그런 무리들이 비록 썩은 물이라도 가뭄지역에 갖다 쓰자는 말이 나오자 기고만장해 마치 큰 공이라도 세운 양 득의양양해 하는 가소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왕 모아놓은 물을 활용할 방안을 생각해 보자는 논리 그 자체는 그런대로 받아들여 줄 만합니다.

한두 푼도 아니고 22조원이나 되는 거금을 들여 모아놓은 물인데 그냥 거기서 썩도록 놓아두느니 물 사정이 급한 데로 보내는 게 더 나을지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온 국토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온 범죄적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백보를 양보해 4대강사업이 가뭄에 대한 대비책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일단 인정해 주기로 합시다.

그렇다면 바로 제기될 수 있는 본질적 의문은 가뭄대책으로서 4대강에 그렇게 마구잡이로 댐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었느냐는 것입니다.

가뭄대책으로서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 가뭄피해 빈발 지역의 분포를 고려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뭄피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전국의 큰 강들 아무 데나 댐을 쌓아 물을 막는 것은 아무런 합리성이 없는 졸렬하기 짝이 없는 대책입니다.

경제성의 원칙을 최소한이나마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졸렬한 대책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겁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무조건 물을 가둬 놓는 것이 중요하다면 전국의 강물이 단 한 방울도 바다로 흘러들어가지 않게 꽁꽁 막아 놓는 게 최선의 방책 아닙니까?

그렇게 해놓으면 몇십 년만의 가뭄은 물론 몇천 년만의 가뭄도 아무 문제가 없을 테니까요.

지금 저들이 하는 말을 보면 가둬 놓은 물이 썩어문드러지든 말든 생태계가 온통 파괴되든 말든 아무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4대강사업에 눈꼽만한 이득이 있다 한들, 실로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얻은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우선 22조원이라는 엄청난 혈세가 투입되었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말이 그렇지 22조원이라는 돈은 실로 어머어마한 금액입니다.

그 돈이면 가뭄피해를 막는 훨씬 더 좋은 다른 대안을 얼마든지 추구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 돈의 1/10만으로도 4대강 댐들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며 환경친화적인 가뭄대책을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바로 이 점에서 볼 때 4대강사업을 밀어붙인 사람들은 국민의 혈세를 말아먹은 '세금도둑'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방면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열대우림지역에서 탱커로 물을 운반해 가뭄지역에 투입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싸게 먹힐 거라고 생각합니다.

4대강의 썩은 물이 아니라 맑은 물을 갖다 쓸 수 있는 이득도 챙길 수 있구요.

그 썩은 물을 가뭄지역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이미 22조원을 퍼부은 것만으로도 모자라 수천억원이나 되는 돈을 더 퍼부어야 한답니다.

고작 썩은 물 몇억 톤을 옮겨서 쓰려고 우리가 그 엄청난 돈을 시궁창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말이 안 됩니다.

뿐만 아니라 환경과 생태계의 파괴와 관련된 사회적 비용은 그 22조원보다 훨씬 더 클지 모릅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이것까지 포함해 계산한다면 가뭄지역에 썩은 물 몇억 톤 공급하려고 우리가 들인 비용은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 어떤 신문 기사 보니까 4대강사업의 주역들이 이젠 뻔뻔스럽게 "거봐라. 우리가 박수 받을 날이 온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으스대며 다닌다는군요.

마치 가뭄 덕분으로 자신들의 범죄적 행위에 면죄부라도 받은 듯 의기양양한 모습입니다.

나는 MB정권이 막무가내로 4대강사업을 밀어붙인 것을 범죄적 행위라고 규정합니다.

우선 절차적 정의를 무시하는 과오를 범했을 뿐 아니라, 공정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한 비민주성도 씻을 수 없는 과오입니다.

게다가 온 국토의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 죄까지 더해진다면 그 범죄성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닙니다.

그와 같은 범죄적 행위에 대해 죽을 때까지 국민에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이제는 공신을 자처하고 나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가뭄이든 무엇이든 4대강사업의 범죄성을 씻어낼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수언론의 부질없는 부추김에 들떠 마치 자신들이 선견지명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으스대는 추태를 보이는 것은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가뭄에 대한 대책이 아무리 급하다 해도 4대강의 썩은 물에만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4대강의 물에만 집착하면 좀 더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가뭄대책을 마련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아무리 가뭄이 심하다 해도 환경과 생태계에 재앙을 불러온 4대강의 댐들을 철거해 우리의 강들을 자연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급선무라는 사실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