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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24일 13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24일 14시 12분 KST

'클린 디젤'이 말이 안되는 이유

최근 터져 나온 Volkswagen사의 연비-배기가스 조작사건으로 인해 디젤차가 과연 친황경차라고 불릴 수 있는지가 새로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예전부터 줄곧 '반디젤'(Anti-Diesel)의 입장을 고수해 오고 있었고, 따라서 이번 기회에 근거없는 이유로 디젤차를 두둔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도 일대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 기대가 물거품이 되리라는 건 너무나도 뻔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최근 클린 디젤(Clean Diesel)이란 말이 나오면서 디젤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로6라는 강력한 환경기준이 적용되면서 디젤차가 가솔린차에 비해 오히려 더 환경친화적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들이 내뿜는 배기가스들 중에 정말로 무엇이 인체에 가장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느냐를 따진다면 '클린 디젤'이라는 말이 가당치 않은 거짓임을 알게 됩니다.

유로6는 질소산화물(NOx)을 종전에 비해 80%나 줄이고 미세분진(PM)을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치상으로만 보면 어머어마하게 환경기준이 엄격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표면적 수치만을 보고 이제는 디젤차가 휘발유차보다 더 깨끗하게 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나온 것입니다.

이 주장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볼까요?

우선 Volkswagen 스캔들이 잘 보여주듯, 자동차 메이커들이 수치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서류상으로는 유로6 환경기준을 통과했다 해도 실제로 디젤차가 내뿜는 배기가스가 환경기준을 크게 초과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제 저녁 뉴스에서 디젤차의 실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한 결과에 관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 보도에 따르면 디젤차들이 실제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주장하는 것의 평균 7배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질소산화물 환경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수치인 것은 두말한 나위도 없구요.

이제까지 우리는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들의 농간에 놀아난 셈입니다.

클린 디젤이 어불성설인 더 중요한 이유는 유로6 환경기준이 정작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크기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분진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유로6 규제가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미세분진의 배출량을 줄이는 데 효과를 가질지 모르지만, 초미세분진의 배출량까지 줄이지는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초미세분진은 인체에 빠르고 깊숙하게 침투해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디젤차가 배출하는 미세분진은 대부분 크기 1마이크로 미만의 초미세분진이라 하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질소산화물이나 입자가 큰 미세분진 걸러진다고 환호작약할 일이 결코 아닙니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클린 디젤은 달성할 수 없는 목표입니다.

그런데도 자동차 메이커, 특히 디젤기술에서 우위를 보이는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클린 디젤이라는 허상을 내걸고 소비자들을 속여 왔습니다.

운영비 절약하려고 디젤차 산 사람들이 환경을 오염한다는 죄책감 느끼지 않게 만들기 위해 그런 허상을 만든 것입니다.

앞으로 획기적인 기술개발이 이루어면 모를까 현재 상황으로는 더티 디젤이 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디젤차 운행하는 사람들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나는 예전부터 일관되게 디젤차를 우대하는 우리 정부의 유가정책에 대해 비판을 해왔습니다.

국제가격을 보면 디젤차에서 쓰는 경유가 가솔린보다 일관되게 더 싼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경유가 더 비쌀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은 정부가 경유에 세금을 가볍게 매기는 바람에 경유 가격이 언제나 더 낮습니다.

예전엔 훨씬 더 쌌고, 최근 들어 경유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하지만 아직도 가솔린 가격의 85% 수준을 맴돌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처럼 디젤차를 비호하는 것은 아마도 화물차나 버스가 디젤기관이라는 사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디젤 승용차를 가진 사람들이 무임승차를 하는 구조지요.)

최근 유럽에서 수입되는 자동차 중 디젤차의 비중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디젤차 생산비중을 높임에 따라 정부의 친디젤차 기조는 더욱 현저해졌다는 느낌입니다.

대놓고 디젤차를 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디젤차가 연비도 좋고 환경에도 좋다는 식의 태도로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디젤차로의 생산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막상 디젤차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에서는 최근 디젤차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연합(EU) 승용차시장에서 디젤차의 비중은 2011년 56.1%까지 올라갔다가 계속 감소세를 보여 2014년에는 53.6%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디젤차가 급증세를 보며 올해 상반기에 51.9% 수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가솔린과 LPG 자동차는 비중이 떨어진 데 비해 디젤차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0%나 되는 급증세를 보인 결과입니다.

이와 같은 추세에 대해 정부가 팔짱만 끼고 바라보았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일입니다.

이번 Volkswagen 스캔들이 소비자로 하여금 디젤차를 외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어느 수입차 업계 관계자가 했다는 말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디젤차가 위험하거나 연비가 낮다는 것도 아니고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이어서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이번 일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소비자들에게 환경을 생각해서 디젤차를 타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는 일이고, 또 그런다고 말을 들을 소비자들도 아닙니다.

이만저만 사회의식이 투철한 소비자가 아니고서야 돈 더 드는 가솔린차로 바꿀 리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디젤차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는 유가구조를 하루 빨리 바꿔야 합니다.

디젤차 연비가 상대적으로 더 좋은 데다가 경유 가격마저 싸기 때문에 디젤차 운행자는 상당한 금전적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연비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쳐도 최소한 환경에 더 많은 위해를 끼치는 디젤차에 가격보조를 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위해서는 어떤 행위가 사회에 끼치는 손해에 해당하는 부분을 행위자에게 부담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즉 환경을 오염하는 것처럼 해로운 외부성을 만들어내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절한 크기의 세금을 부과해야 효율적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비로 이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피구세'(Pigouvian tax)의 원리입니다.

디젤차는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초미세분진을 대량으로 배출하는 해로운 외부성을 만들어냅니다.

이와 같은 해로운 외부성에 대해서는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동시에 공평하기까지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오염물질의 발생자가 그 처리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오염자지불원칙'(polluters-pay-principle)이 공평성을 담보하기 위한 원칙으로 확립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원칙에 따르면 디젤차 운행자는 초미세분진 배출행위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경유에 적용되는 세율이 가솔린에 적용되는 세율보다 더 높아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경유에 더 가벼운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건강은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