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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04일 08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04일 14시 12분 KST

서울시 쓰레기 처리 강화방안과 과유불급(過猶不及)

한겨레

과유불급(過猶不及).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쓰레기 종량제 처리 강화방안을 보면서 문득 머리에 떠오른 말입니다.

정도가 지나친 건 미치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지요.

사실 이 말은 정도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민이 버린 종량제 봉투 안에서 종이나 비닐, 캔 같은 재활용 대상물이 나오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건 가히 '혁명적' 발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 어떤 나라에서 그 정도로 엄격하게 쓰레기 배출을 규제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세계를 둘러 보면 쓰레기 종량제를 제대로 실시하고 있는 나라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인 환경 보호의 측면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미국도 (지역적으로는 실시하고 있는지 몰라도) 전국적으로는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히 주민에게 종량제 봉투의 사용이란 불편을 강요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종량제 봉투 사용이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 우리 국민은 상당히 선진적인 감각의 소유자들이라고 칭찬해 줄 수 있습니다.

좋은 취지의 제도니까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선진국에서도 쉽게 찾아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쓰레기 종량제와 관련해 딴죽을 걸어보고 싶은 점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이 제도 실시 이후 정말로 쓰레기 배출량이 줄었느냐는 것입니다.

미국 시애틀 지역에서 쓰레기 종량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해 보고 그 성과를 분석해 본 결과 쓰레기 배출량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는 결론을 얻었답니다.

당연한 반응이지만 종량제를 실시하면 시민들은 종량제 봉투에 넣는 쓰레기 양을 최대한으로 늘리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시애틀의 시민들도 그런 반응을 보였고, 발로 밟아가며 봉투에 들어가는 쓰레기 양을 늘렸다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시애틀 눌러밟기"(Seattle stomping)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쓰레기 종량제 실시 이후 쓰레기 배출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제도를 도입한 데 기여한 관리들이 훈장도 타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든 어떤 기관이든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든 것을 실제로 확인해 보고 그런 말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정부가 종량제 실시 이후 쓰레기 배출량이 크게 줄었다고 발표한 근거는 매립장으로 들어간 쓰레기 트럭의 대수가 크게 줄어든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에는 1년에 2천 대가 들어갔는데 이제는 1천 5백 대가 들어갔으니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들었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는 말이지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도 시애틀 눌러밟기 같은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무척 큰데, 그렇다면 단지 쓰레기 트럭의 대수만 센 결과로 쓰레기 배출량을 평가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꾹꾹 눌러담은 봉투 때문에 쓰레기 트럭에 실린 쓰레기의 무게는 예전보다 훨씬 더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쓰레기 배출량의 변화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유일한 방법은 배출된 쓰레기의 무게를 측정하는 것인데, 이것은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을 것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쓰레기의 배출량이 줄어들려면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 양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생선 대가리, 지느러미까지 다 먹고, 채소는 흙묻은 껍데기까지 과일은 씨까지 다 먹는 식으로 식생활이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휴지로 코 풀고는 그걸 말려서 다시 푸는 식으로 바뀌어야 할 테구요.

뿐만 아니라 웬만큼 부패한 음식은 배탈 나지 않는 한에서 먹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구요.

그런데 여러분 스스로 생각하기에 종량제 실시 이후 우리 생활 양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평가하십니까?

난 그렇지 않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쓰레기 종량제 실시의 효과는 단지 봉투에 꾹꾹 눌러담아 배출한 것의 체적만을 줄인 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재활용제도의 도입이 매립지로 가는 쓰레기 양을 획기적으로 줄인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재활용제도는 시민의 자발적 협조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며 강제적인 제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쓰레기 종량제와 구별되어야 합니다.

이번 서울시의 종량제 강화방안은 자발적인 재활용제도를 강제적인 종량제의 틀에 편입시키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갖는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쓰레기 종량제처럼 좋은 의도에서 도입된 제도에까지 딴죽을 걸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그 제도가 시민에게 상당한 불편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입니다.

정부는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 쓰레기 배출량 감소에 기꺼이 협조한 시민들에게 감사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이번 서울시의 종량제 강화방안은 그런 불편을 무릅쓰고 협조한 시민에게 잘했다고 어깨를 두드려주기는커녕 이제까지는 제대로 행동하지 않았으니 앞으로는 과태료까지 물려서 행동을 바로 잡겠다고 위협하는 형국입니다.

쓰레기 배출량을 더욱 줄이겠다는 좋은 의도 하나만으로 시민들에게 그 정도의 불편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봅니다.

정책의 성공은 국민이 얼마나 그 정책에 자발적으로 협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나온 정책이라 하더라도 국민이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성공을 거둘 수 없습니다.

내가 보기에 이번 서울시의 종량제 강화방안은 시민의 자발적 협조를 얻기에는 너무나 많은 불편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책의 성공은 그것이 얼마나 현실성을 갖고 있느냐에도 크게 좌우됩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내용을 확인해 과태료를 물린다는데, 하루에 버려지는 봉투의 숫자를 생각해 볼 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그리고 쓰레기 봉투를 뒤지는 것과 관련해 일어날 수많은 불쾌한 일들을 생각해 보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올 지경입니다.

(예전 독재정권 시절에 경찰이 길에서 학생들의 가방을 뒤지던 불쾌한 경험이 문득 머리에 떠오르네요.)

나도 환경주의자 중 한 사람으로서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열렬히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정에서 쓰레기 매립장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의 대책은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상식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왔고, 따라서 이것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합니다.

그런 정책이라면 초기 단계에서 접어 버리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건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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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2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자원회수시설을 찾아 생활폐기물 처리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