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4년 09월 03일 11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03일 14시 12분 KST

'민생 민생거리는' 대통령의 민폐 법안들

세월호 특별법에 가로막혀 있다고 말하며 박대통령이 제·개정을 주문한 중점 민생법안들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자본시장법, 경제자유구역특별법, 관광진흥법, 소득세법, 주택법, 주택도시기금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폐지법,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크루즈법(맙소사!), 마리나항만법 등이다. 개괄적으로 살펴보아도 이런 법들은 창조경제의 민낯이 '숙박과 도박' 그리고 '삽질과 공구리'이고, 후자를 위한 토대가 또 한 번의 부자 감세와 가계 부채 증대라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쯤 되면 이런 법안들은 민생법안이 아니라 민폐법안이다.

연합뉴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부터 '탈옥'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쓰고 비열한 프레임들을 가동했다. 그 가운데 제일 못돼먹은 것은 계산된 막말들의 퍼레이드이지만, 종편으로 매개로 자영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파고든 것은 세월호 때문에 소비심리가 죽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말들에 엮어 새누리당과 대통령이 들이민 프레임이 "세월호 대 민생"이다. 박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어렵게 살린 경제회복의 불씨가 다시 꺼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어렵게 살린 불씨가 있기나 했는지 의심스럽지만, 어쨌든 같은 시기 조중동이 맞장구치며 "한국경제의 골든타임" 운운하고 최근엔 마침내 "세월호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떠들어댔다. 그리고 최경환 부총리는 "잃어버린 20년" 운운하며 민생 법안과 세월호 특별법 분리처리를 외치며 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런 새누리당과 박대통령의 프레임에는 삼중의 기만이 자리 잡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새누리당은 민생이라는 단어를 끼고 돌았다. 민생을 파괴할 때도 그 단어만은 붙잡고 늘어졌고 그래서 그들이 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여기는 데까지 끌고 갔다. 그것은 정치집단으로서는 영리한 것이었다. 하지만 민생을 입에 달고 사는 것과 민생을 위한 조치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이것이 서로 다름은 "부자감세 철회"를 한사코 거부하는 것이나 올해 겨우 2% 인상하는 데 그친 최저생계비 또는 지난 5년 사이에 22만 명이나 줄어든 기초생활 수급자 수보다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

다음으로 놀랍게도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들이 "민생"을 말한다는 것이다. 민생이 무엇인가? 사람들의 살림살이이다. 살림살이의 기본이 무엇인가? 살아있음이다. 세월호 참사는 민생을 떠들어온 그들이 사람들을 가난으로 모는 것을 지나 목숨조차 위태롭게 만들어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스스로도 잠시나마 부끄러워하며 해경을 해체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관피아를 척결하겠다고 말했던 것 아닌가? 잠실 주변에선 땅이 꺼지고 비만 많이 와도 원전이 서는 위태로움 속에서 그런 일과 무관한 것인양 민생을 말하는 것이 후안무치 아니면 아둔함일 텐데, 그래도 그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끈기있게 민생을 입에 올려 그 단어를 안전이나 생명 같은 단어와 격리하고 오로지 경기하고만 연결하는 데까지 끌고 가고 있다. 더 이상의 세월호 참사가 없는 세상이 민생의 기본 중의 기본인데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말하는 '민생법안'이 도대체가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법안인가 하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에 가로막혀 있다고 말하며 박대통령이 제·개정을 주문한 중점 민생법안들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자본시장법, 경제자유구역특별법, 관광진흥법, 소득세법, 주택법, 주택도시기금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폐지법,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크루즈법(맙소사!), 마리나항만법 등이다. 개괄적으로 살펴보아도 이런 법들은 창조경제의 민낯이 '숙박과 도박' 그리고 '삽질과 공구리'이고, 후자를 위한 토대가 또 한 번의 부자 감세와 가계 부채 증대라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쯤 되면 이런 법안들은 민생법안이 아니라 민폐법안이다.

여기까지는 낯익은 레퍼토리의 재탕 삼탕이다. 창조에 걸맞은 '새로운' 것이 있다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담고 있는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과 의료법개정안이 담고 있는 원격진료 등이다. 이런 법안들은 사실상의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고, 대형병원들의 '전국구화'를 기획하는 것이다. 인생 100세의 시대가 오고 있다지만, 이미 2위를 멀찌감치 따돌린 세계 1위의 노인자살률은 길어진 수명의 처참함을 증언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법안들은 그 인생 100세의 시대를 저주의 문턱까지 끌고 가고 있다. 스트레스 아니면 트라우마인 게 대한민국에서의 삶이 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탈출할 수 없는 대다수에게 대한민국은 내릴 수 없는 배이다. 그런데 그 배가 지금 의료 민영화 속에서 또 다른 세월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대통령은 '민생 민생거리며' 세월호 특별법 정국을 바로 이런 더러운 법안들에 대한 검증을 회피할 기회로 삼고 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