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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2일 05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13일 14시 12분 KST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뉴스1

2017년 촛불시민들이 마주하고 있는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 세 가지일 것이다. 탄핵, 정권 교체, 그리고 새로운 나라 만들기. 이 셋의 관계는 밀접하긴 해도 어떤 것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다른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예컨대 탄핵이 완수된다고 해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은 아니고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새로운 나라 만들기에 성공한다는 보증은 없다.

지난해 촛불시민들의 열정적 참여 덕에 비록 즉각적인 퇴진은 아니었지만 탄핵이 이루어졌다. 헌법재판소의 인용이라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전망이 어두운 건 아니다. 물론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그래도 큰 고비를 넘었으므로 다음 과제인 권력 교체로 관심을 옮기는 것이 합리적인 국면이라 하겠다.

그런데 정권 교체는 탄핵과는 전혀 다른 과제를 촛불시민들에게 던져준다. 탄핵은 거리에 나선 시민들이 주도권을 행사했지만, 정권 교체를 위한 선거 과정은 정치권이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 의한 주도권 행사가 뜻하는 바에는 하나로 뭉친 촛불시민을 후보별 지지자 집단들로 분해하는 것도 들어있다. 이런 분해가 심화되면, 후보 간 경쟁이 지지자 집단 사이의 갈등과 반목으로 증폭되기도 한다. 지난 6일 민주정책연구원의 개헌 관련 보고서가 야기한 논란은 SNS 상에서 이런 갈등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문재인 후보가 자신의 지지자들의 자제를 '절박하게' 요청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선거경쟁에서 지지자 집단 간의 갈등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심해지면 정권 교체라는 목표 자체를 위협한다. 직접 후보를 만날 수 없는 많은 유권자들은 지지자를 통해서 후보를 평가하게 되는데, 지지자들의 협량함은 그들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지지자가 스스로를 특정 후보에 대한 확신에 빨리 도달한 유권자로 자각하지 못하고, 또 자신의 확신이 형성된 경로에 대한 성찰을 결여하면, 도리어 지지하는 후보를 망칠 수 있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런 경향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탄핵에 이르기까지 촛불시민들이 보여 온 태도를 시종일관 견지하는 것이다. 이번 촛불항쟁에서 시민들이 취한 태도는 "먼저 동료 시민에게는 우애와 믿음을, 그리고 주장과 구호는 강경하되, 행동은 높은 수준의 자제심을 가지고"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정권 교체라는 과제 앞에서 이런 태도를 지킨다는 것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시민들 사이에서만큼은 결코 우애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을 뜻한다. 한 후보를 지지하는 내 동기의 진정성만큼이나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동료 시민의 진정성을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장의 강경함"은 어떻게 견지할 것인가? 어떤 후보가 권력을 획득하더라도 지켜야 할 원칙을 명료하게 제시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나라 만들기라는 과제를 선거 국면으로 앞당겨 와야 한다. 새로운 나라에 대한 꿈을 가다듬어 강경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탄핵에 이르는 과정은 우리가 무엇을 원치 않는지 밝힌 것이었다면, 이제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거리낌 없이 말해야 할 시점이다. 원하는 바를 특정한 인물에 투사함으로써 지지자가 되기보다, 내가 원하는 나라가 무엇인지 말하고 동료 시민들이 원하는 나라가 무엇인지 들어보자. 유권자에서 지지자로 이행하는 지점에 더 오래 머무르자. 우리가 그 지점에 머무르는 그만큼 후보들은 우리에게 더 봉사하고 선출된 뒤에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니 결코 쉽게 지지자가 되지 말고, 우리가 원하는 바를 촛불을 들어 말하자.

* 이 글은 한겨레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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