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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30일 10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30일 14시 12분 KST

테스트 | 당신에게 마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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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는 '마음'이 있을까? 심리학자들이 마음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테스트다. 당신도 아래 그림과 설명을 읽으면서 테스트에 참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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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얘는 샐리이고, 얘는 토니야...그리고 여기에 상자와 항아리가 있어. (2) 샐리가 공깃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공깃돌을 이 상자에 넣었어. 그러고 나서 샐리는 놀러 나갔어. (3) 그런데 샐리가 나가서 노는 동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4) 토니는 상자로 가서 샐리의 공깃돌을 꺼냈어... (5) 그리고 토니는 공깃돌을 옆의 항아리에 넣었어. 그러고 나서 토니도 놀러 나갔어.(토니는 샐리와 반대쪽으로 나갔다) (6) 잠시 후에 샐리가 돌아왔어. (Martin J. Doherty. 2009. Theory of Mind. 국역판 <마음이론> )

다 읽었으면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질문: 샐리는 자기 공깃돌을 어디에서 찾을까?

당신에게 마음이 있다면, 당연히 '왼쪽 상자'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4살 이하의 어린이는 샐리가 공깃돌을 '오른쪽 항아리'에서 찾을 거라고 대답한다. 왜 그럴까? 심리학자들은 아직 '마음'이 완전히 다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것은 마음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서 유명한 '틀린믿음'(false belief) 실험이다. 이 실험이 보고자 하는 것은 어린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예측하거나 상상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마음이 있는 대부분의 성인들은 (거의 자동적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안다. 그래서 당신은 공깃돌의 위치가 바뀐 줄 모르는 샐리가 당연히 왼쪽 상자에 공깃돌이 있을 거라는 틀린믿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1~2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아주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정신작용인데, 4살 이하의 어린이들은 이게 어렵다. 4살 이하의 어린이들은 자신과 타자를 잘 구분하는 데 서툴며, 설사 구분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데 서툴다는 것이다.

원래 '마음이론'이라는 말은 영장류학자인 데이비드 프리맥과 가이 우드러프가 처음 썼다. 그들은 1978년 유명한 논문 '침팬지에게도 마음이론이 있는가'에서 몇 가지 실험을 한 뒤 침팬지의 마음을 논했고, 이후 인간의 마음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논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첫째, 마음이론은 인간에게만 있는가. 둘째, 언어와 어떤 관련이 있나. 셋째,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오는 건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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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의 유인원사의 오랑우탄 실내 사육사에 거울을 붙이고 있는 박성호 감독(왼쪽)과 촬영 스태프, 사육사들. 동물의 안전을 위해 '반사필름'을 유리창면에 붙였다.

왜 마음 '이론'이라고 말할까? 프리맥과 우드러프는 "마음은 직접적으로 관찰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통해 추론하는, 즉 '이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침팬지에게도 마음이론이 있는가?)이라고 설명한다. 생각해보라. 당신은 항상 남의 의도, 감정, 믿음, 바람 등을 예측하면서, 남의 마음에 관한 '이론'을 습관적으로 만들어나간다.(여기서 이론은 '진화론' 같은 거창한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에 대해 나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가는 거다. 끊임없이 이론을 만들어내는 능력, 능력이라기보다는 습관, 아니, 습관이라기보다는 남의 마음을 추론하는 '자동적인 정신작용'이 우리에게 항상 발생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마틴 도허티는 소설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을 인용하며 마음이론을 설명한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 씨의 눈길이 자신에게 꽂혀 있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의 연모의 대상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을 싫어하기 때문에 바라본다는 생각은 더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왜 그의 주의를 끌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기준으로 봤을 때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보다 그녀에게 뭔가 잘못되었거나 비난받을 일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속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던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 씨의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다아시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동작 하나하나가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한참 고민하다가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그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을 끄기로 한다. 우리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판단하고 행동한다.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제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기도 한다. 그래서 뼛속 깊이 반성하기도 하고, 괜한 허세를 부리기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한다. 이런 우리 내면의 복잡함은 바로 자신을 타자화시키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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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 보석이 거울 앞에 뒤로 누워 앉아 있다. 거울은 실외방사장 출구에 다시 설치되었다.

왜 마음을 이야기하는 건가. 1978년 침팬지 실험에 의해 '마음이론'이 제기되기 8년 전, 고든 갤럽은 1970년 침팬지에 대한 거울실험을 통해 동물도 타자의 눈을 통해 자신을 대상(객체)으로 인식하는 '자의식'이 있다고 주장했다. 거울은 타자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간의 경우 18~24개월 때 거울 속 이미지를 자신으로 인식한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타자(거울)를 통해 투과해 온다는 사실. 즉, 거울실험이 이 사실만 알려주었다면, 마음이론 실험은 나의 생각이 타자를 투과해 올 때, 그 타자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까지 우리가 의식한다는 것이다.

거울실험과 마음이론은 우리의 정신작용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세계 속에서 자신과 타자를 유기적인 연결망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적어도 인간은 그러하다. 이렇게 다른 사람(혹은 대상으로서의 자신)의 마음을 생각함으로써, 진화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되었을까? 우리는 덕분에 '고도'의 공감을 할 줄 알고, 동시에 권모술수와 깊은 배려 등의 전략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한겨레 토요판, 독립영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펀딩21'이 함께 오랑우탄 거울실험을 진행하고 단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합니다. 여러분도 거울실험에 참여해주세요. 후원하신 분들에게 다큐멘터리에 이름을 실어드리고 상영회 초대권, 동영상 파일 등을 제공합니다.


- 후원: 펀딩21 funding21.com

- 실험 진행 과정: 비인간인격체 프로젝트 facebook.com/nonhuman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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