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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01일 07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01일 14시 12분 KST

크기의 우주 | 거대한 세상의 이야기

현재까지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큰 별은 UY 스쿠티(방패자리 UY 별)라는 9500광년 너머의 적색 초거성인데, 반지름이 태양의 1700~2000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마저 일개 점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런 거대한 별을 지구와 비교한다면 에베레스트산과 야구공의 관계를 떠올리면 대략 비슷하다. '아, 역시 우주는 거대한 것들로 가득하구나!' 하며 탄복하기에는 이르다.

미국의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찍은 페르세우스-물고기 초은하단의 일부 모습이다. 지구에서 2억5000만 광년 떨어졌다. 따로 표시한 원 안에만 해도 약 200개의 은하가 존재한다. 인간의 감각 능력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우주의 크기를 상상해보라.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인간의 두뇌는 눈, 코, 귀 등 감각기관을 통해 얻은 정보를 처리하며 진화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감각기관의 측정치를 벗어나는 우주의 크기는 잘 와닿지 않는군요. 감각기관을 우주로 동조시키고 지구에서 출발합니다. 태양계, 은하에서 은하단, 초은하단으로 크기의 여행을 떠나봅시다. 온갖 행성들이 바닷속의 오징어처럼, 시멘트 바닥의 티끌처럼 떨어지는군요.

세상은 무엇으로 나누어질까? 위도와 경도, 대륙 같은 지리적 요인들, 혹은 성이나 인종, 피부색 등 사람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 또 언어와 종교, 계급 등의 사회문화적 구별 등이 먼저 떠오른다. 바로 눈에 쉽게 띄고 우리가 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정치적이나 윤리적으로 옳든 그르든, 대략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세상을 근본적으로 구별짓는 요인은 아니다. 지식과 기술, 운송 수단, 사고방식, 사회 구조의 변화를 통해 한때는 극도로 이질적이었던 것들도 결국 우리의 세상으로 하나둘 편입돼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각각이 가진 고유한 성질을 인정하면서 한 세상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간단히 극복하기 어려운, 자연이 규정한 본질적이고도 근원적인 간극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크기일 것이다. 사실 우리는 아주 한정된 크기의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이 보유한 감각들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크기 영역은 인간 자신을 기준으로 작게는 소금 알갱이에서 크게는 멀리 보이는 산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표면적 기준, 지구는 화성보다 4배 커

따라서 우리가 직접 사용하거나 의식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모든 것들이 이 크기들 안쪽 어딘가에 있다. 흙이나 물, 돌, 나무, 동물 등의 자연물에서부터 숟가락, 의자, 사다리, 휴대폰, 컴퓨터, 자동차, 비행기, 달리기 트랙에 이르는 인공물 모두가 이 크기 영역 속에 머물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그 존재조차 제대로 인지할 수 없다.

이런 직관적 감각 영역을 넘어서는 거대한 것들의 대명사가 바로 별을 위시한 천체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반지름은 약 6370㎞로, 화성의 두배가 조금 덜 되고 금성보다 약간 크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지구가 화성의 두배 크기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 나온 김에 천체의 크기를 논할 때 자주 간과되는 부분 하나를 짚고 넘어가자. 반지름은 (대략) 구형인 천체의 중심부터 표면까지의 길이이고, 여기에 2를 곱하면 전체의 지름, 즉 표면에서 시작해 중심을 지나 반대편 표면에 도달하는 직선이 된다. 이를 직경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이것이 그대로 행성의 크기를 말해주는 걸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측량 가능한 고유 길이라는 점에서 반지름도 분명히 크기의 일종이고 천문학에서도 대개 이것을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래서 '지구는 화성의 두배 크기다'라고 규정해 버린다면 내용 면에서 늘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렇게 생각해 보자. 지구에서 생물들은 거의 지표면에만 붙어 2차원적으로 살고 있다. 몇 ㎞ 깊이의 심해나 공중이라도 행성 전체에 비추어 보면 표면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생물의 서식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반지름보다 표면적(겉넓이)이 더 의미있는 크기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화성의 반지름 r를 1, 지구의 반지름 r를 2로 보고 표면적 공식 S=4∏r²에 대입하면 화성의 표면적은 약 12.56, 지구는 50.24이다. 이제 지구는 화성보다 2배가 아니라 약 4배나 크다.

이번에는 인류가 <아바타>에서처럼 다른 천체의 자원을 채취하러 망원경으로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고생 끝에 발견한 한 별은 반지름이 지구의 2배 크기인데 전체가 sp³ 혼성 공유결합을 한 탄소원자들, 즉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런 경우 가장 의미있는 크기는 반지름도 표면적도 아닌 이 덩어리 전체의 부피, 즉 체적일 거다. 따라서 이때 필요한 것은 구의 체적 공식, 4/3∏r³이고, 반지름 1인 지구의 체적은 약 4.17, 반지름이 2인 탄소별의 체적은 약 8배로 33.4이다. 이 정도 크기의 다이아몬드 덩어리라면 항성간 여행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전제하에 이야기해 보자. 지구는 아주 크고 넓어서 인류가 지금처럼 대양을 건너 다른 대륙을 쉽게 오갈 수 있게 되는 데까지 수십만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면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은 대체 얼마나 큰 걸까? 목성의 반지름은 7만1492㎞로 지구의 10배가 조금 넘는다. 생각만큼 큰 건 아니군, 싶다면 아까처럼 생각해 보자. 반지름이 10배면 표면적은 10의 제곱으로 100배 단위로 커져 버린다. 흔히 하는 말처럼 지구에 오대양 육대주가 있다면, 이를 그대로 대입하면 목성의 표면에는 지구의 것과 같은 크기의 대양 500개와 대륙 600개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곳에 살았다면 아직도 수많은 바다와 육지가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을 거다.

은하 앞에서 온갖 행성들은 오징어

하지만 실은 이렇게 큰 목성도 우주 속에서 크기로 자랑할 자격은 없다. 태양의 반지름은 거의 70만㎞에 달해서 목성의 10배, 또는 지구의 100배다. 이쯤이면 지구와 비교한 태양의 표면적과 체적을 계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표면적은 100의 제곱으로 1만배(5만 대양, 6만 대륙), 체적은 100의 세제곱으로 100만배 단위가 된다. 상황이 이렇기에, 크기 측면에서 보면 태양계에는 사실 태양만 있는 거나 다름없다. 나머지 8개 행성과 왜소행성, 소행성, 혜성 등을 다 합쳐 본들 어이없을 정도로 작은 양일 뿐이고 특히 질량 기준으로 보면 태양계의 99.86%가 태양이고 나머지는 0.14%의 부스러기일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큰 태양도 따지고 보면 이 주변의 골목대장에 불과하다. 우리 동네를 조금만 벗어나면 태양을 꼬마로 만들어 버리는 거대한 별들이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일단 밤하늘에서 가장 잘 보이는 별이자 태양계로부터 둘째로 가까운 시리우스부터 태양의 1.7배에 이르는 반지름을 갖고 있다. 그리고 33.7광년 정도 나가면 태양 반지름의 8배 크기를 자랑하는 폴룩스가 자리한다. 아주 조금 멀리, 36.7광년 지점에는 적색거성인 아르크투루스가 있는데 이 녀석의 반지름은 태양의 26.7배나 된다(표면적과 체적을 상상해 보자). 이 정도는 우주적 기준으로 아주 가까운 곳들인데도 이미 이렇게 큰 별들이 심심찮게 있는 것이다.

2014년 9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러더퍼드 천문대에서 찍은 UY 스쿠티.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큰 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깊은 우주 속으로 눈을 돌리면 훨씬 더 큰 별들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65광년 너머에 떠 있는 알데바란의 반지름은 태양의 44.2배고 오리온자리에서 보이는 청색 거성 리겔은 62배, 600광년 떨어진 적색 초거성 안타레스는 700배나 된다. 700광년 정도에 있는 오리온자리의 주성 베텔게우스는 자그마치 1200배에 달한다.

현재까지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큰 별은 UY 스쿠티(방패자리 UY 별)라는 9500광년 너머의 적색 초거성인데, 반지름이 태양의 1700~2000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마저 일개 점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런 거대한 별을 지구와 비교한다면 에베레스트산과 야구공의 관계를 떠올리면 대략 비슷하다.

'아, 역시 우주는 거대한 것들로 가득하구나!' 하며 탄복하기에는 이르다. 은하들의 중심에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초거대 블랙홀들의 크기는 더욱 어마어마해서 태양에서 해왕성까지를 다 삼키고도 남는다. 또 성간 가스들의 모임인 성운은 오밀조밀한 생김새 때문에 별로 크지 않을 것 같지만, 유명한 말머리성운의 머리끝에서 목 아래까지의 거리는 자그마치 7광년이고, 케페우스(세페우스)자리의 오징어성운은 50광년에 달한다. 이쯤이면 별 중의 챔피언인 UY 스쿠티도 한낱 티끌일 뿐이다.

정말로 거대한 것은 바로 은하다. 지구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만 해도 지름이 약 10만 광년으로,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것들을 말 그대로 오징어로 전락시켜 버릴 정도로 크다. 이런 은하들도 실은 그냥 흩어져 떠 있는 게 아니다. 각각의 은하들은 중력으로 서로 모여서 은하단을 구성하는데, 대략 수백에서 수천개의 은하들이 군집한 이 지역의 직경은 물경 수천만 광년에 달한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도 않고, 이 은하단들 또한 서로 모여 다시 '초'은하단이 된다. 또 이 초은하단들마저도 거미줄같이 줄줄이 이어진 선형의 군집을 이룬다. 수십억 광년 이상 길게 늘어진 이런 것을 우주거대구조라고 하는데, 우주 전체를 제외하면 이것이 대략 크기의 끝판왕이다. 이런 큰 규모의 세상에서 인간이나 인간이 익숙한 크기의 것들이 존재감을 드러낼 자리 따위는 전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히 유리된 세계인 거다.

단일한 사물은 없다, 모든 건 구조다

우리가 우주에 이렇게 거대한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불과 몇십년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에 와서야 과학과 기술을 통해 세상 만물이 인간의 크기에 맞춰 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런 큰 것들은 아주 가까이서는 아예 보이지도 않고 - 인간이 지구의 진면목을 보게 된 것은 지구를 벗어나고 나서였다 - 멀리서는 그저 점으로만 느껴질 뿐이다. 그래서 우리의 타고난 감각은 이런 거대함을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없고, 또 우리의 미세한 크기는 여기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적어도 이렇게 엄청난 크기의 사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단계에는 이르렀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행성이나 별은 그렇다 쳐도, 은하나 은하단은 행성과 별, 블랙홀, 성간 가스 등등 다양한 것들이 모여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니 '사물'이라고 보는 건 어불성설 아닐까? 따라서 그 속의 크기라는 것도 실은 거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맞지 않을까.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실은 이 세상에 단일한 사물이란 것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은 구조다. 은하단이 거대한 빈 공간을 사이에 두고 은하들이 얼기설기 모여 있는 것이라면, 그 반대편 극단에 있는, 조밀함과 미소함의 상징인 원자도 실은 전자가 거대한 빈 공간을 사이에 두고 원자핵을 돌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크기와 거리는 같은 것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다음 편에서는 작디작은 세상 속으로 한번 여행을 떠나 보려 한다. 작은 것은 큰 것만큼이나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다. 설사 우리 자신의 몸속에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곳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자연법칙들의 지배를 받는, 전혀 다른 세상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