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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31일 08시 3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4월 02일 14시 12분 KST

빛으로 17시간 날았다, 아직도 태양계다

지금 태양권계면을 넘어가 '인터스텔라' 영역으로 들어가 있다는 보이저1호는 40년에 가까운 여행 끝에 지구에서 대략 17광시, 즉 빛으로 17시간 남짓 걸리는 곳에 도달해 있다. 이것도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1광년, 즉 빛으로 1년이 걸리는 곳에까지 이르는 오르트구름의 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태양권계면을 넘은 보이저1호가 다시 오르트구름의 초엽에 들어가는 데만도 300년이 걸린다. 그럼 이곳을 가로질러 빠져나오려면 얼마나 걸릴까? 근 1만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다.

별 / 카이퍼벨트와 오르트구름대

과학자들은 태양계 주위를 도는 행성들 너머의 공간을 탐사하고 있습니다. '태양계의 끝'이라 여겨졌던 명왕성은 행성 지위를 박탈당했고, 과학자들 사이에선 명왕성만한 수많은 왜소행성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있습니다. 태양은 자신의 빛이 가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곳에 사는 수많은 별들까지 끌어들여 운동시킵니다. 태양계의 변두리 카이퍼벨트와 오르트구름대로 여행을 떠나보시죠. 태양계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의 반경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카이퍼벨트와 오르트구름대의 별들도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카이퍼벨트에서는 명왕성보다 작은 왜소행성(왜행성)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사진은 붉은빛을 띠고 있는 왜소행성 '마케마케'를 이미지화한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얼마 전에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들의 흥미로운 면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태양계 이야기를 끝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어서, 현대 천문학이 말하는 태양계의 진면목에 대해 조금 더 영역을 넓혀서 알아보면 어떨까 싶다. 어려서 교과서나 그림책으로 보던 우리 동네와 지금 우리 동네는 어떻게 다른지.

예전에는 태양계라고 하면 태양과 명왕성까지의 행성 9개, 그리고 그 위성들로만 이루어졌다고 여겼다. 소행성대와 혜성 등은 그다지 무게 있게 다뤄지지는 않았고 명왕성을 끝으로 태양계는 갑자기 끝나버렸다. 반면 지금의 태양계는 명왕성이 빠지면서 행성 수는 8개로 줄었지만 공간적 크기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커졌다. 어떻게 이렇게 된 걸까.

일단 해왕성 너머의 태양계 외곽 지역이 새로 발견되고 정의됐다. 여기를 카이퍼벨트라고 부르는데, 명왕성은 이제 이곳에 있는 왜소행성 중 하나다. 벨트라고 하니 토성의 고리처럼 좁은 링 같은 것이 떠오를지 모르지만 실은 행성들이 차지하는 공간보다 더 큰 광대한 지역이고 이 속에서 왜소행성과 소행성, 혜성 같은 천체들이 태양을 돌고 있다.

얼마나 큰가 하니 고전적인 관점에서 봐도 너비가 태양과 지구 사이의 수십배에 이르고, 확장된 관점으로는 장장 500배에 이른다. 태양에서 해왕성까지 거리가 태양에서 지구 거리의 30배쯤 되니, 그 뒤로 얼마나 넓은 공간 속에 얼마나 많은 작은 천체들이 펼쳐져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카이퍼벨트에 있는 왜소행성 '에리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불화를 일으킨 별 '에리스'

관측으로 확인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카이퍼벨트의 개념 자체는 아주 최근 것은 아니다. 1949년 아일랜드의 에지워스와 1951년 미국의 카이퍼가 혜성의 집합 장소로 태양계 외곽의 벨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냈다. 비교적 짧은 주기를 가진 단주기 혜성들이 여기서부터 온다고 생각했는데, 이론적인 추측일 뿐 당시 기술로는 직접 관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이런 곳이 정말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탐색이 진행됐고, 40여년이 지난 1992년에 이르러 명왕성보다 멀리서 태양을 공전하는 최초의 천체 1992 QB1이 발견되기에 이른다. 이어 다음해에는 5개, 그리고 매년 10개 이상의 비슷한 것들이 나타나면서 현재는 1000개가 넘게 발견되었고 지름이 100㎞가 넘는 것만 10만개 이상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찾은 것들 중 하나가 명왕성보다 더 컸기 때문에 명왕성은 왜소행성으로 격하되어 카이퍼벨트에 편입되고 만 것이다.

명왕성에 이 굴욕을 선사한 천체에는 '에리스'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에리스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불화와 분쟁의 여신이다. 그런 성향 때문에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그녀는 황금사과를 들고 불청객으로 나타나는데, 거기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이 문구 때문에 헤라와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서로가 가장 아름답다며 다투게 된다.

명왕성과 관련되어 에리스가 한 역할이 실제로 이것과 비슷했다. 왜일까.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수성에서 토성까지를 제외하면 천왕성과 해왕성은 둘 다 유럽에서 발견했다. 하지만 명왕성은 20세기 미국에서 발견했고, 따라서 미국 천문학계의 영광이자 자존심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에리스가 새롭게 등장함으로써 미국과 유럽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명왕성의 지위와 관련해 갈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가히 불화의 여신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천체인 셈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 에리스를 발견한 것 역시 미국인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행성 수로 보면 태양계가 작아지는 듯했지만 광대한 카이퍼벨트를 얻으면서 전체 면적으로 보면 훨씬 더 커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태양계는 딱히 여기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른다'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태양계의 정의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관점에 따라 좀 다르다. 예컨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보이저1호 탐사선이 2012년 8월 35년간의 우주여행 끝에 항성간-인터스텔라!- 영역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 말은 태양계를 벗어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실제로 보이저는 이때 '태양권계면'을 넘어섰다. 태양권계면은 태양에서 오는 물질들, 즉 태양풍이 더 이상 외부로 나가지 못하고 막히는 지점이다. 이렇게 보면 여기까지가 태양계라고 말할 수 있고 카이퍼벨트를 통해 본 태양계의 관점과는 좀 다르지만 대략 비슷한 영역에 걸쳐 있다.

하지만 중력적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태양권계면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넓은 영역에 걸쳐 성간물질이 태양 중력에 묶여 있는 오르트구름이라는 지역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르트구름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카이퍼벨트 개념이 등장한 시점보다도 20년 가까이 이른데, 어디선가 주기적으로 날아오는 혜성들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생겨난 이론이었다. 이 언저리의 이야기는 카이퍼벨트와도 흥미롭게 얽혀 있다.

일단 오르트구름을 '구름'이라고 부르고 카이퍼벨트를 '띠'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카이퍼벨트는 태양계 내의 모든 행성 및 소행성대와 비슷한 기울기로 평평하게 누워 있는, 넓지만 얇은 원반이다. 그런데 오르트구름은 태양을 중심으로 모든 방향으로 펼쳐져 있는 거대한 구형의 영역이라 형태가 전혀 다르다. 여하튼 이런 곳이 있어야 거기서 혜성들이 온다고 먼저 생각했었다.

태양은 아주 먼 별을 불러온다

그런데 혜성들이 이런 구형의 지역에서 온다고 가정하면 행성들의 공전 궤도면과는 전혀 다른 각도로, 위든 아래든 아무 데서나 마구 날아오는 게 정상일 것이다. 실제로 공전주기가 수천년 이상인 장주기 혜성들은 대개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데, 1997년에 지구 주변을 지나간 2537년 주기의 헤일봅 혜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공전주기가 수십년 이하인 단주기 혜성들은 대부분 경사각이 0도에 가까운 평평한 궤도로, 즉 행성과 같은 원반면에서 태양을 돈다는 점이다. 만약 혜성이 오르트구름에서만 온다면 단주기 혜성들만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걸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혜성들이 출발하는 다른 평형한 띠 형태의 영역이 필요해진다. 이렇게 제안된 것이 바로 카이퍼벨트였던 거다.

오르트구름의 추정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아직 직접 탐사된 적이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대략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2000배에서 5만배, 넓게는 10만 배 이상의 거리까지 뻗어나가는 걸로 여겨지고 있다. 원체 멀기 때문에 이 속에 퍼져 있는 물체들은 행성처럼 커지기는 어렵고 대부분이 물과 메탄, 일산화탄소 등의 얼음바위들인데 간혹 왜소행성에 가까운 큼직한 것도 발견된다.

이제 이 오르트구름의 끝까지를 태양계라고 생각해보자. 지금 태양권계면을 넘어가 '인터스텔라' 영역으로 들어가 있다는 보이저1호는 40년에 가까운 여행 끝에 지구에서 대략 17광시, 즉 빛으로 17시간 남짓 걸리는 곳에 도달해 있다. 이것도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1광년, 즉 빛으로 1년이 걸리는 곳에까지 이르는 오르트구름의 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태양권계면을 넘은 보이저1호가 다시 오르트구름의 초엽에 들어가는 데만도 300년이 걸린다. 그럼 이곳을 가로질러 빠져나오려면 얼마나 걸릴까? 근 1만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하다.

이렇듯, 태양풍의 도달거리라는 관점에서 보면 보이저1호는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지만 태양 중력권에 묶인 천체의 관점에서는 신석기 초엽부터 지금까지에 해당하는 기나긴 세월이 흘러야만 비로소 태양계를 벗어날 수 있다. 우주의 가장 작은 지역인 태양계 일대만도 이처럼 거대하다.

그럼 이렇게 어렵사리 우리 동네를 떠나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이웃은 어디일까? 저 오르트구름을 넘어서도 3광년이나 더 여행해야 하는 켄타우루스 자리의 별들이다. 이곳에는 서로를 공전하는 쌍성인 알파A와 알파B, 그리고 적색왜성 프록시마 등이 있다. 가깝다고는 하지만 보이저 같은 속도로 가면 몇만년이 걸리고, 그 사이는 소행성이나 얼음덩어리도 하나 없는 말 그대로의 허공이다. 이렇다 보니 지금으로서는 여행은 꿈도 꾸기 어렵지만, 우리가 만약 저 광막한 공간을 넘어 외계로 향한다면 맨 처음 거쳐갈 곳임은 분명하다.

태양계의 끝, 허공의 알파B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이곳에 설마 행성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2012년 가을 놀라운 소식이 들려온다. 유럽남방천문대(ESO)에서 알파B를 도는 행성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태양계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행성이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행성은 가스가 아닌 암석으로 이루어졌고 크기도 지구와 거의 같은, 속칭 '지구형 행성'이다. 다만 모항성에서 너무 가깝기 때문에 구리가 액체 상태로 녹아버릴 정도라 생명체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보다 좀 먼 궤도에 다른 행성이 여럿 있을 가능성이 있고 그중에는 생명을 품을 만한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젠가 저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 보이저의 예로 봤듯이 전망은 그리 밝지 않고, 앞으로 긴 세월 동안 우리의 몸은 태양계 안에 갇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과학 지식은 이미 수백억 광년의 우주 끝을 넘나들고 있다. 그래서 과학을 도구로 하는 모험가 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결국 저 바깥에서 살고 있는 이웃들과 하나둘 만날 날도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나라와 대륙, 지구, 태양계를 넘어 이제 저 큰 은하마저 우리 동네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