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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21일 06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5월 21일 14시 12분 KST

'위안부 문제' 중재위 제안으로 풀자

현재까지 정립된 '위안부' 문제의 해법은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제안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은 헌재 결정 직후부터 전자의 결행을 촉구했다. 전임자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후자 쪽에 외교력을 경주했으며,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으로까지 격상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 '위안부' 문제에도 한일 관계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한겨레

2015년의 한일 관계는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무색하게 경색 일변도이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이다. 해묵은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새삼 긴장도가 높아진 것은 최근 상황이 급변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첫 진원지는 2011년 8월의 헌법재판소였다. '위안부' 문제에 관한 국가의 부작위가 '위헌'이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재 결정은 곧바로 한일 관계에 큰 파문을 던졌다. 일본에서는 구 아시아여성기금을 약간 업그레이드한 이른바 '사사에(佐々江)안'으로 절충을 시도했으나 불발로 끝났다. 얼마 후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했고, 한일 관계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현재까지 정립된 '위안부' 문제의 해법은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제안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은 헌재 결정 직후부터 전자의 결행을 촉구했다. 전임자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후자 쪽에 외교력을 경주했으며,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으로까지 격상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 '위안부' 문제에도 한일 관계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아베 신조 수상이 정치적 결단에 나설 공산은 희박하다. 미국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버텨주기 때문이다. 지난날 워싱턴을 찾은 아베 수상은 미일 동맹의 강화를 앞세워 '역사수정주의'의 공인을 얻어냈다.

악화된 한일 관계는 박근혜 정부의 대외 관계 전략 전반의 난기류와도 겹쳐 보인다. 드레스덴 선언, 동북아 평화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은 아직 1단계 작업의 완료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 동안 조정자 역할을 짊어졌던 미국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시진핑 중국은 지난 반둥 회의에서 아베 수상과 만나 양국 관계가 개선되었음을 선언했다. 가히 외교적 고립감까지 거론되는 형국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금언을 되새긴다면, 박근혜 정부 또한 새로운 방향 설정이 불가피한 시점에 이르렀다. 그 출발은 한일 관계일 것이며, 구체적인 방책의 하나는 헌재 결정에 따른 중재위원회를 정식으로 일본에 제안하는 것이다.

매스컴에 따르면 외교부는 중재위 회부를 놓고 두 가지 고민에 빠져 있다고 한다. 중재위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 여부만 가리므로 일본의 법적 책임이 과제로 남게 되며, 일본이 중재위 구성을 거부할 경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외교부로서는 중재위 제안을 '최후의 카드'로 온존하고 국장급 회담을 포함한 외교 접촉을 통해 아베 수상을 압박한다는 복안일 터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기존 대응으로 일본 정부가 불편해 하는 징후는 관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재위 제안은 헌재 판결에 따른 헌법적 가치의 구현이며, 청구권협정에도 명문화되어 있다. 현 상황은 외교적 '고려'로 얼버무릴 수 없는 '위헌'이며, 피해자와 여론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래서 중재위를 거부하면 "정치적 부담을 지고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는 것은 일본 정부"인데, "왜 그 부담을 벌써부터 한국 정부가 걱정해야 하느냐"는 정대협의 비판에 답이 궁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보호라는 국가의 근본이 위태롭다.

중재위 제안은 연관되는 두 가지 효과를 낳는다. 먼저 파국에 가까운 한일 관계를 풀어내려는 진지하고 전략적인 노력의 '과정'은 '결과'와 상관없이 안팎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의제의 선점과 논의의 주도는 소모전으로 치닫는 난국을 대승적으로 직시하고 끌어안겠다는 의지와 태도의 표명이 된다. 국제적으로도 '위안부' 문제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는 지금이 곧 중재위 돌입의 최적기가 아닐 수 없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쪽이 제시한 해결책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데 있지만, 어떤 면에서 양자를 객관적으로 가늠하는 '재판정'이 부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재위야말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을 같은 저울에 놓고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이다. 중재위의 성공이든 실패든 정대협과 국민들은 수용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과 중국에 대한 외교적 교섭력 제고는 언외의 소득이다.

중재위 제안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의지'는 바로 표출되어야 하지만, '형식'은 숙고될 필요가 있다. 이를 아우르려면 중재위에 관한 논의의 시급한 활성화가 무난할 듯싶다. 민간부터 시작하여 정부의 관여를 넓혀간다면 중재위 제안이라는 '최후의 카드'의 효용은 지금부터 착착 발휘된다. 진퇴양난의 딜레마를 벗어나 안으로는 피해자와 국내 여론을 다독이고 수렴하며 일본 정부와 여론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중재위 거론이 외교적 '도발'로도 비칠 수 있겠다. 하지만 시야를 넓히면 2015년 교과서 검정에서 확인되었듯이 독도 문제에 관한 일본의 외교적 '배려'는 격감·실종되었다. 역사·영토 문제에 관한 한 과도한 신중함은 외교의 명분도 실리도 놓치게 만든다. 더 이상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역사 화해를 앞당기는 올바른 대처야말로 한일 관계 발전의 진정한 자양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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