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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29일 06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9월 28일 14시 12분 KST

냉정한 열정

"냉정한 열정"이라는 화두를 예전에 한 선배가 미국 진보적 지성인의 예를 들어 얘기한 적이 있다. 그 선배가 지적한 미국 진보적 지성의 문제는 너무 냉정하다는 데에 있다. 냉정하기만 하고 열정이 없는 그들의 태도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슈들에 대해 분석적으로 잘 이해하고, 해결을 위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잘 알고 있지만, 사회를 변혁하려는 에너지로 연결되지 못한다. 이와는 반대로 열정이 과도한 상태도 다른 형태의 문제를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무언가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에너지는 충만하지만, 냉정하지 못한 경우에는 사회가 가지는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너무 쉽게 찾아내고, 하나의 처리하기 쉬운 희생양을 지목하여 열정을 배설해 버리는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그러하기에 세월호 사태를 통해서 생겨난 이 엄청난 열정이 조금씩 냉정으로 이어지고, 열정과 냉정이 교묘히 균형을 이룬 "냉정한 열정"의 분위기가 자리잡히길 바라본다.

연합뉴스

100일 전에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을 소용돌이로 몰고 갔다. 먼 거리에서 신문과 미디어의 기사로만 그 사건을 접하여도 절망과 분노가 강하게 전해졌고, 한동안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는데,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진 감정의 격동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 감정의 여파가 미국 땅에도 전해져서,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도 미씨 USA를 중심으로 300여명이 거리에 나와 침묵의 시위를 벌였고, 또한 미주 여러 지역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100일이라는 시간은 한 사건의 충격에서 받은 감정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는 기간이다. 연인 관계가 뜨겁다가 이별을 하게 되어도,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부모님이나 가족이 세상을 떠나는 사건을 겪게 되어도, 100일이라는 시간을 지내고 나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초반의 감정은 추스르게 되고 일상으로 서서히 복귀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 초반의 열정은 계속 지속되지 못할 것이고, 여러 일상의 관심사와 계속 이어지는 크고 작은 다른 뉴스들에 의해 희미하게 잊힐 것이다.

"냉정한 열정"이라는 화두를 예전에 한 선배가 미국 진보적 지성인의 예를 들어 얘기한 적이 있다. 그 선배가 지적한 미국 진보적 지성의 문제는 너무 냉정하다는 데에 있다. 냉정하기만 하고 열정이 없는 그들의 태도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슈들에 대해 분석적으로 잘 이해하고, 해결을 위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잘 알고 있지만, 사회를 변혁하려는 에너지로 연결되지 못한다. 이와는 반대로 열정이 과도한 상태도 다른 형태의 문제를 가질 수 있을 듯하다. 무언가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에너지는 충만하지만, 냉정하지 못한 경우에는 사회가 가지는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너무 쉽게 찾아내고, 하나의 처리하기 쉬운 희생양을 지목하여 열정을 배설해 버리는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그러하기에 세월호 사태를 통해서 생겨난 이 엄청난 열정이 조금씩 냉정으로 이어지고, 열정과 냉정이 교묘히 균형을 이룬 "냉정한 열정"의 분위기가 자리잡히길 바라본다. 이 "냉정한 열정"의 분위기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때 세월호 사태에 대한 근원적인 반성과 사회 시스템의 변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제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월호 사태를 둘러싼 많은 의혹들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정부와 국회의 안이한 대응과 공감능력의 부족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굵은 비를 맞으며 특별법 통과를 요구하며 행진하게 하였고, 단식하게도 하였다. 그리고, 선박회사의 유병언 회장은 의구심이 많이 남는 변사체로 나타났고, 여전히 해경과 언딘, 그리고 상위기관과 관련된 의혹들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그 자체에 더해서 후속조치와 그 이후의 정치권의 실망스런 행보는 생생하게 대한민국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내었다. 우리가 목도한 이 사회적 진실에 앞으로 어떠한 사회적 응답을 해 나갈 것인가?

이젠 열정으로 휩싸였던 시기를 넘어서서 그 열정의 크기를 기억하며, 비워져가는 열정의 공간을 냉정으로 채워갈 때이다. 그렇게 채워간 냉정함으로 왜 이 세월호 사태는 일어났는가라는 사건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함께, 성장과 효율에 자리를 내어준 안전이라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질문을 할 때이다. 그리고 그 냉정함과 균형을 이룬 열정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구석구석에서 밀고 나갈 때이다. 필자도 이 먼 곳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기 위해, 여전히 매일 아침에 뉴스를 통해 팽목항 소식을 먼저 챙겨 듣는다.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