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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6일 09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06일 14시 12분 KST

NIS가 IS를 막는다고?

한겨레신문

국가정보원(NIS :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를 막겠다고 합니다.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한 테러방지 법령들은 국가정보원이 컨트롤타워가 되어 각종 사찰, 도·감청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국정원 권한을 강화하는 법들입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IS가 아니라 밤중에 댓글을 다는 N-IS(Night-IS)였습니다. 5건의 간첩사건에서 모두 증거조작이 발견되었으며, 그 사실이 발견되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관이 어디입니까? 1급 기밀인 정상회담 대화록을 누설한 기관이 어디입니까? 사용처가 불분명한 정부 특수활동비를 독식하는 기관이 어디입니까? 바로 NIS, 한국사회에서 가장 나쁜 짓을 골라서 한 기관입니다.

2011년 국정원은 SNS와 인터넷 공간이 좌파의 전유물이라고 인식하고 댓글 공작에 착수했습니다. 그 공작의 목적은 온라인에서 좌파를 이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넷 보수언론과 보수논객 지원방안을 수립하여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춘 것은 사실이지만, 더 핵심적인 목적은 좌파가 우세한 인터넷 공간 자체를 무력화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 방법은 가장 창의적인 모욕의 방법을 발명해서 퍼뜨리는 것, 여기서는 가장 악의적이고 모욕적인 언어가 구사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을 끔찍하게 느끼도록 만들라는 것입니다. 온라인 공간을 완전히 오염시켜 혐오의 공간으로 바꾸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런 그들의 의도를 입증하는 데 저는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정원의 최정예 엘리트 요원을 투입한 댓글부대가 그처럼 저질스러운 용어를 애용하게 된 것입니다. 검찰의 수사 역량이 미치지 못해 일부분만 밝혀냈는데도 수백만 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선거 국면에서 단지 좌파를 무력화하기 위해 퍼뜨린 댓글이지만 실제로 상당수의 국민들과 국정원 그 자신마저 중독되어 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이제는 온라인을 비롯한 국가의 이념적 지형이 단순한 논쟁이 아니라 적대와 증오라는 감정적 대립, 굴욕과 혐오와 모멸이라는 심리적 충돌의 양상으로 고착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이런 대결 구도는 한 번 정착되면 스스로 치유되고 회복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공격은 스스로 자제할 수 없습니다. 한 번 오염된 하천을 정화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국정원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습니다.

모욕과 경멸의 언어가 아니면 극우 보수세력이 자신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기 국민을 공격한 N-IS가 이제는 IS를 막는 컨트롤타워가 되겠다고 합니다. 오늘날 IS는 시작 자체가 적대와 증오를 부추기고 그런 상대방에 대한 저주가 자신의 자존감을 충족시키는 순서로 발전해 왔습니다. 바로 국정원이 우리 국민에게 했던 방식입니다. 이런 국정원이 IS를 막는 컨트롤타워가 된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국무총리실, 경찰청, 국가안전처 등등, 대테러대책 기관들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리고 정보를 서비스하는 기관이 정책까지 수립하고 집행한다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정보기관은 어디까지나 정책수행의 보조자여야지 주도하는 당사자가 되면 안 됩니다. 그것이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예외 없이 채택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규범입니다. 그런데 국정원이 정책기관들 위에서 컨트롤타워까지 한다구요? 이런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킨다구요?

* 원문 : 필자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