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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16일 15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16일 14시 12분 KST

분리수거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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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전국적 규모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가장 먼저 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며, 또 성공한 나라도 대한민국이라고 합니다. 이걸 두고 "우리 국민들, 살아있네"라며 반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리수거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가를 살펴봅시다.

군대에 가면 활용이 가능한 인간, 고쳐서 쓸 수 있는 인간, 전혀 쓸모없는 불량품 인간이 구분됩니다. 분리 수거된 인간불량품 수용소가 있느냐? 물론 있습니다. 1년에 3000명 규모로 수용되는 소위 '그린 캠프'가 그것입니다. 여기 수용된 병사들은 군대 생활은커녕 사회생활도 불가능한 인생 실패자들처럼 보입니다. 군은 징병검사단계부터 자대생활까지 총 5번에 걸친 인성검사와 상담 및 생활기록부 작성, 상호 인식검사를 통한 집단따돌림을 측정합니다. 인간불량품을 식별하기 위한 장치이지요. 우리 군대, 부대관리 하나는 끝내줍니다.

신형 뉴타운에서는 정신병원, 장례식장, 쓰레기 소각장이 전부 분리됩니다. 어떤 지역은 부랑자가 모인다는 이유로 공원도 설치하지 못하게 합니다. 집값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제가 어린 시절이던 과거엔 어느 동네나 부랑자나 정신병자가 한 두 명은 있게 마련이고, 아무런 문제없이 어울려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불가능합니다. 저는 런던, 파리, 마드리드, 유럽 어느 도시를 가도 거지가 많다는 데 놀랍니다. 우리처럼 혐오스럽다고 분리해 버리는 단속이 심하지 않다는 것이죠. 우리보다 훨씬 지저분합니다.

그러더니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안이 한국노총에서 의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손쉬운 해고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민심을 달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손쉬운 해고는 아니지만 꼭 해야 할 해고는 해야겠다는 것이고, 경제계에서는 벌써 "직장에 짐이 되는 사람은 전체를 위해 언제든 해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분리수거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걸 하기위한 별의별 장치들이 나 나올 겁니다.

인생의 실패자, 낙오자를 포용하지 않고 분리수거하는 사회. 항상 전체를 강조하면서 개인을 분리해버리는 사회, 그것이 한국사회의 정체성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쓰레기 분리수거 잘한다구요? 실제론 인간을 분리수거 잘하는 사회입니다. 소위 이주민자녀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이자스민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차별이 이데올로기가 된 사회, 배제와 차별을 당연시하는 사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