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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13일 06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13일 14시 12분 KST

첨단무기를 재래식 무기처럼 쓰는 남한, 재래식 무기를 첨단무기처럼 쓰는 북한

연합뉴스

최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무기체계의 데이터링크가 전혀 개선되지 않아 유사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전부 사실입니다. 제가 육해공군 관계자들에게서도 대부분 확인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다음 사례를 보시기 바랍니다.

1. 1994년 3월 한미 군사당국이 체결해 2010년 개정한 GPS 합의각서에서는 미국은 한국에 정부-정부 판매 방식(FMS) 장비에 대해서만 군사용 위성항법장치(P코드) 장비의 장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북한의 전파교란에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더 보안성이 높은 M코드 장비는 미국으로 도입한 장비 중에서도 전투기와 구축함 이상의 함정에만 장착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한국이 자체 개발한 무기, 탄두 500kg 이상, 비행거리 300km 이상의 유도무기나 정찰기에는 모두 미국의 군사용 코드 사용이 금지됩니다. 그나마 한국에 허용된 극히 일부의 군용 GPS도 수도권을 기준으로 작전반경 200km를 벗어나면 미국이 작동을 멈추도록 또 규제 장치를 추가하였습니다. 한국이 유럽에서 도입하는 무기체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이 자체적으로 군사용 GPS 수신 장비를 개발하는 일도 불허됩니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국내의 위성항법 전문가들은 한국도 중국, 유럽, 러시아, 일본처럼 독자 위성을 운용하여 이들 나라들과 위성정보를 교류하는 협력방안을 마련하자고 정부에 촉구하였습니다. 그러자 국가정보원은 이런 주장을 한 전문가와 대학교수를 조사를 하면서 마치 이들이 미국을 배척하는 반미 인사인 것처럼 추궁했다는 증언을 저는 직접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정밀 무기체계의 70~80%가 GPS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이런 과도한 규제는 미국 없이 어떠한 작전도 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2. 우리나라가 사정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하여 그 성능시험을 참관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사정거리의 미사일은 고도가 높기 때문에 비행하는 동안 표적을 계속 보정해주어야 합니다. 미사일이 비행하는 동안 지구가 빠른 속도로 자전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표적관리능력이 한국군에 없습니다. 결국 미군에 의존하지 않으면 미사일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표적을 획득하고 피아를 식별하는 데이터링크는 현재 한국군에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인식하고 국방부는 한국형 데이터링크(Link-K) 적용을 검토하는 중에 이번 뉴스가 터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실상을 보면 주요 비행표적이 발견되었을 때 이 표적을 공군의 방공통제시스템(MCRC)이 관리할 것인가, 아니면 해군의 이지스 체계가 관리할 것인가, 즉 누가 주도할 것인가가 문제가 됩니다. 이런 문제로 공군과 해군이 아직도 주도권 싸움을 하느라고 한국형 데이터링크는 그 개념조차 불완전하며 주파수 호밍, 항재밍 개념에서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주요 전투기와 함정, 미사일, 기동장비 등이 모두 제각기 미래를 설계하면서 별도로 도입되니까 한국군 전체 전력을 어떤 네트워크로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조차 설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즉 합동성(jointness)이 결여된 상황에서 네트워크 중심전(NCW)란 공염불입니다. 무기는 도입하였으되, 운용할 능력이 결여된 것이지요.

북한을 보면 원시적 수준의 재래식 무기를 제법 첨단 개념으로 운용하는 데 반해, 한국군은 세계 최고성능의 첨단무기를 재래식 개념으로 운용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북한보다 몇 십 배 더 많은 국방예산을 써도 북한을 이길 수 없는 것이지요. 미국에만 의존하는 한 그 현실은 변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