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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30일 06시 2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30일 14시 12분 KST

남북 합의문 정국에서 주목해야 할 세 사건

현 정부는 합의서 체결 이후 남북관계 진전에 기대한 기대감을 억누르면서 '속도조절론'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이번 합의서 체결이 북한에 군사적 강압(coercion)정책의 성과라고 보는 시각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남과 북이 자체적으로 대화와 협력을 추구할 동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대북 군사적 압박이 통한 결과라는 것이지요. 보수언론의 시각도 그렇습니다. 이를 드러내는 중요한 사건을 짚어보기로 하겠습니다.

1. 판문점에서 남북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통일부 대변인이 청와대에 불려가 고강도 조사를 받았습니다. 언론에 "판문점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기관은 통일부"라는 보도가 나간 데 대한 책임을 추궁 받았던 것이지요. 조사 직후 "통일부가 아닌 청와대가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기관"이라는 정정보도가 나갔습니다. 통일부는 남북관계를 부처 차원에서 다룰 수 없고 오직 청와대의 비서실 역할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합의서 체결 이후 통일부는 남북관계 증진을 위한 어떤 구상이나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청와대의 입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개점휴업입니다.

2. 판문점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방부는 "북한 잠수함 50척이 사라졌다"며 "그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자극적인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국회 국방위에서 밝혀진 바로는 이런 보도가 나가는 줄 한민구 국방장관은 까맣게 몰랐다는 것입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청와대 지시를 받고 장관 모르게 브리핑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의 잠수함 70척 중에 50척이 출동했다는 건 70%대의 가동률인데, 이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일부러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국방장관도 모르게 사실을 과장하여 발표하도록 한 것이지요. 국방위 회의가 끝나고 한 장관은 김민석 대변인을 호되게 질책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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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3. 국방위 회의가 열리는 동안 한 토론회에서는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북한 김정은에 대한 소위 '참수전략'이라는 걸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발사될 징후가 보이면 명령권자인 김정은 제거함으로써 핵미사일을 마비시킨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군사전략을 발표하면 북한은 남한의 공격징후가 조금만 보여도 즉시 핵미사일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이 제거되기 이전에 더 먼저 공격할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위를 더 위협할 수 있는 이런 엉터리 발표가 남북관계 해빙 무드에 발표되었다는 건 여전히 북한에 군사적 강압을 지속한다는 의도로 보아야 합니다. 작전계획 5015를 공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작금의 남북 대화의 순수성도 매우 의문시됩니다. 결국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한 대화인지, 그 의도와 목적이 궁금해집니다. 이것은 남북 대화를 촉구한 미국이나 중국의 의도와도 한참 뒤떨어진 것인데요. 때마침 남북 협상 당시에 중국이 북한 국경지대에 대규모로 군대를 결집시켰다는 보도 역시 엉터리였다는 게 밝혀지고 있군요. 지금의 대화 분위기에 무언가 한반도 불안정이라는 더 재앙과도 같은 시나리오가 꿈틀거리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지금 청와대는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요? 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증진할 수 있는 이 시점에 시간만 낭비하고 머뭇거리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