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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17일 11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7월 17일 14시 12분 KST

사드 논란의 숨은 뜻, 한·미·일 미사일방어 공동작전

사실 사드를 배치하기 어려운 사정은 미국 자신에도 있다. 개발에 착수한 지 25년이 지난 이 무기에 대해 미국 내에서조차 그 성능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아 극히 소량만 생산된 시제품에 불과한 무기체계가 사드다. 생산자인 록히드마틴이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사드는 40km 이상의 우주에서 가동되는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대기권에서 항공기발사 미사일을 대상으로 11번 실험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설익은 무기체계를 국내에 또는 돈이 더 많이 드는 해외에 배치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박이다.

MDA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근혜정부는 자신의 임기 중에 미국의 사드(THAAD) 요격미사일 체계의 한국 배치를 추진할 의사가 없다. 만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이 강행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는 말을 언론에 약간씩 흘려서 북한에 메시지를 주는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배치는 절대 추진하지 않는다. 박근혜정부가 중국의 반발을 넘어 한국 안보에 대한 자주적인 용단을 내릴 수 있나? 그런 안보보수의 진면목을 보일 것이라는 사회 일각의 기대는 절대 충족될 수 없다. 아무리 '자나 깨나 오직 국가만 생각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지만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미국도 한국에 무리하게 사드 배치를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자칫 이 문제로 한국에서 여론의 역풍을 맞기라도 하면 앞으로 한국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다른 이익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지상군 파병이 거론되는 지금, 한국은 잘 관리해서 요긴하게 써먹어야 할 동맹이다. 그런데 사드 요격체계 배치 문제 하나로 미국이 이 착한 동맹을 흔들어댈 이유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미국도 사드 배치를 어려워하는 사정

사실 사드를 배치하기 어려운 사정은 미국 자신에도 있다. 개발에 착수한 지 25년이 지난 이 무기에 대해 미국 내에서조차 그 성능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아 극히 소량만 생산된 시제품에 불과한 무기체계가 사드다. 생산자인 록히드마틴이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사드는 40km 이상의 우주에서 가동되는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대기권에서 항공기발사 미사일을 대상으로 11번 실험한 것으로 되어 있다. 미사일의 경우 대기권을 통과할 당시의 센서와 제어시스템은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면 무용지물이 되고 캡슐 안에 보호되고 있던 다른 센서 체계가 작동된다. 이것은 사드가 실제 가동되는 상황과 매우 유사한 우주에서의 요격실험만으로 확인될 수 있는 성능이지만 미국은 그런 실험을 지금껏 수행해 본 적이 없다. 이런 설익은 무기체계를 국내에 또는 돈이 더 많이 드는 해외에 배치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박이다.

미군 수뇌부는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 해외 야전사령관들이 생산되지도 않은 사드 요격체계를 자신의 기지에 배치하려고 경쟁하는 데 대해 심히 우려하는 뜻을 표방하고 있다. 미 육군의 오디어노 총장과 해군의 그린너트 총장은 2014년 11월 5일, "현재의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와 전략은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비해 효율성이 의심되는 등 각종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며 척 헤이글 당시 미 국방장관에게 기존 미사일방어(MD)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청하는 공동 메모를 보냈다.1) 이 메모의 요지는 아직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사드 요격체계를 포함 미사일방어계획을 신중히 하자는 뜻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미 의회가 미 동부지역에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라는 요구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2) 사드 생산과 배치는 미 국방부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까지 고려해 직접 결단을 내려야 하는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다. 오바마는 지금 그렇게 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있다"는 극단의 공포와 불안감에서 사드든 뭐든 배치하고 보자는 식의 안보론이 국내에서 활개 치는 동안 우리는 사드 무기체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전진배치하여 중국을 견제한다는 시나리오 역시 아직까지 그 실재성(實在性)을 인정하기 어려운 하나의 가설이자 담론에 불과할 뿐이다.

'야당이 반대해서...' 안보주의자들의 엉뚱한 진단

그렇다면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사실 공연한 짓이다. 배치되지도 않을 무기체계를 앞서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굳이 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러니 사드를 신처럼 숭배하는 안보주의자들은 박근혜정부가 아닌 야당과 시민단체에 사드가 배치되지 못하는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대표적인 안보논객인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미국의 MD 참여=미 제국주의 의도 관철"이라는 좌파의 논리가 한국의 미사일방어(MD)가 추진되지 못한 근본 이유라고 지목하고 있다.3)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소장의 경우도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서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반대가 심하면 배치 가능성은 그만큼 더 멀어진다"고 시민단체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4)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역시 올해 4월 8일에 대표 연설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야당"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고 공격을 했다.5)

그런데 정작 새정치연합은 아직까지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당론을 정한 바 없다. 반대하지도 않은 야당을 반대하는 당으로 몰아붙이는 의도가 먼저 나온 것이다. 결국 사드가 배치되지 못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력 때문이 아니고 시민사회와 야당의 반대논리 때문이라는 이 엉뚱한 진단은 당분간 배치되지도 않을 사드체계 자체가 아니라 보수가 진보를 공격하는 또 하나의 정략(政略)으로 변질된 셈이다.

미국이 그리는 전 세계의 전략구상은 21세기형 미국의 패권을 모색하는 거시적이고 원대한 것이다. 이 구상은 단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문제를 초월한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안목에서 나온다. 게다가 어떤 기술과 신개념이 출현하느냐에 따라 그 양상은 예측할 수 없는 복잡성으로 전개될 것이다. 여기에는 위성과 로켓, 위성항법과 관제, 적외선감시와 레이더 체계 등 센서(sensor)에서 요격(shooter)으로 연결되는 복잡한 네트워크 체계가 요구된다. 항공 및 우주분야를 망라하는 거대한 생태계의 출현이 예견되지만 구체적으로 그 완정된 형태는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단지 확실한 것은 미사일방어가 수행되는 주 무대는 북극권을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사일방어의 주 무대는 북극권 중심

아래 북극권 지도는강대국의 최종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미사일 전쟁이 벌어질 북극권 상공이다.

이 지도를 가만히 보면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라는 헤비급 선수들의 미사일 전쟁, 즉 전략단위에서의 메이저리그라고 할 수 있다. 북극권 위쪽에 일본의 북방 열도가 있고 아래쪽에는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있는 북유럽이 있다. 우리가 미사일방어에 대해 말할 때 유럽의 미사일방어계획과 아시아 미사일방어계획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북극권을 중심으로 보면 전부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양상이 되는 전혀 다른 지도가 나타난다. 미국이 독일, 영국, 덴마크 등 나토(NATO) 국가들이 주축이 되고 루마니아, 폴란드, 체코까지 포함한 유럽에서 추진 중인 유럽미사일방어계획(EPAA)은 이란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하지만 기실 러시아가 미국을 향해 발사하는 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와 요격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 위쪽으로 일본 북방과 한국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 체계와 요격체계는 중국이나 북한에서 미국으로 발진하는 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와 요격을 담당하게 된다. 그 핵심 역할을 하는 일본의 경단련(經團連)은 2010년 보고서에서 무기수출 3원칙의 폐기를 강력히 촉구하면서 또다른 비군사화 규범인 우주의 평화적 이용 원칙을 표방한 우주기본법이 2008년에 우주기본법 제정을 통해 크게 완화된 것을 매우 의미있게 평가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안전보장 목적의 우주이용, 즉 군사위성 발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면서 일본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가 바로 '극지 연구', 즉 북극에 대한 접근성 강화이다.6) 중국과 러시아를 양면에서 압박하면서 캐나다와 미국에서 본토 방어를 담당하는 지상발사요격체계(GBI)가 조합을 이루는 대체적인 윤곽만이 떠오른다.

이렇게 보면 북극은 지정학의 정점이자 강대국 정치의 일대 결전이 벌어지는 특설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이 북극권에서의 패권은 우주의 군사적 이용을 통한 미사일방어 네트워크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지구상에는 유럽형 미사일방어와 아시아형 미사일방어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북극권 미사일방어라는 하나의 구상으로 통합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때문에 미 전략사령부나 북미방공사령부에에 걸려 있는 세계 지도는 다름 아닌 북극권 지도이다. 북한이 미국을 타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한다는 것은 이 특설무대에 참여하는 헤비급 선수로서의 자격증을 획득하겠다는 의도이다. 군사적 강대국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미국에 요구하는 것이다.

반면 북극권과 동떨어진 호주나 괌, 중동에서의 미사일방어는 예비적이고 보조적인 위상을 갖는 것으로서 국지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마이너리그 정도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이런 국지적 방어체계는 아직까지는 미사일 방어의 핵심이라고 볼 수 없다. 즉 남극권 미사일 방어체계라는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그 국지성을 넘어서지 못하는 정도에 국한된다.

더 눈여겨볼 것은 한·미·일 공동의 미사일방어 구상

결국 한국에 북한의 노동미사일 위협을 대비하는 사드의 배치는 그 실재성도 확인하기 어렵고 실재하는 가능성이라 하더라도 그 효과를 확인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에서 미국과 함께 비사일방어 세력으로 일체화된다는 것은 지정학의 정점에서 미국의 세력권을 강화하는 전략적 포석임에는 분명하다. 굳이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지 않더라도 다른 수단에 의해서 한국의 미사일방어 참여를 유도하고, 그것을 미국이 한국에 대해 "중국 눈치를 볼 것인가, 미국의 전략적 요구에 부응할 것이냐"를 다그치는 질문이 되리라는 것이다.

우선 한국에 사드 배치를 유보하면서 미국은 극초단파 레이더(X-밴드 레이더)의 한국 배치를 추진하거나, 미국의 군사위성 정보와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의 통합을 먼저 추진할 수도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의 통합은 종국적으로 한·미·일의 안보협력을 통해 공동의 미사일방어작전을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지휘통제체계(C4I)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 합참의장이 올해 6월에 한국에 와서 천명한 '종합적인 미사일방어 구상'의 실체가 된다. 이러한 구상이 준비된다면 지금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느냐, 마느냐 문제는 그리 시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현 단계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안보협력의 장벽을 제거하면서 공동의 미사일방어 구상의 기초를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바탕 위에 언젠가 완성될지 모르는 패권의 토대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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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군 최고수뇌부 'MD, 비싸기만 하고 효용성 의심'", view&news 2015.3.26.

2) "오바마, 美 동부 미사일방어기지 설치 반대", 연합뉴스 2014.5.20.

3) 박휘락 "'미국 MD 참여'가 미 제국주의에 협조하는 거라고?", 데일리안 2013.10.2.

4) 김희상 "THAAD 논란 바로보기", KINSA Report, 2015.6. 창간호

5)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연설 전문 참조.

6) 박영준 "무기수출 3원칙 폐기 이후 일본 방위산업 전망", 연세대 항공력 세미나 발표 논문 2015.7.14.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로, 계간 『창작과비평』 2015년 여름호에 실린 서재정 「사드와 한반도 군비경쟁의 질적 전환」(PDF링크)에 대한 후속 논의로서 청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