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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02일 09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9월 02일 09시 36분 KST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

차별받는 사람들은 보통 그러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른 채로 차별을 받습니다. 그러한 차별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갖은 노력을 다하다가 실패한 이후에야 그 이유를 깨닫습니다. 차별의 기제는 보통 은폐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조장하는 법과 제도는 명확치 않지만 실제로는 그 차별의 기제는 너무나 강력히 작동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겪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출신, 학력, 성별, 국적, 성적 취향 등 배제의 논리는 차고 넘칩니다. 그 은밀하면서도 명확한 차별의 기제는 불가능한 꿈을 꾸도록 함으로써 개인에게 큰 상실감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Peter Csaszar via Getty Images

어제 점심을 먹으려고 국회를 나서는 데 정문 앞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1인 시위를 합니다. 피켓을 읽어보니 "대졸·고졸자 임금 격차를 줄이라"는 내용입니다. 어디서 학력으로 인한 차별을 많이 겪으신 모양입니다. 문득 두 가지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먼저 우리 아버지. 지방의 사범학교를 나와 초등학교 교사를 지내면서 중앙 일간지에 등단한 작가였고, 스스로에게 자신 만만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부터 중등학교 국어 교사 시험만 응시하면 번번이 낙방했습니다. 그 까닭을 알 수 없어하다가 안 되는 셈 치고. 한 번은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 응시하니까 이번에는 전국 차석으로 합격했습니다. '역시 이것이었구나'. 진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다시는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하셨지만 젊은 날의 상실감을 평생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40년이 지나서 이번에는 우리 아들. 이 아이는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고3 때 병역특례자로 취업하였다가 사기 당하고 군대로 방향을 틀면서 기무사령부나 사이버사령부, 또는 작전사령부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게 꿈이랍니다. 참 별난 아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악착같이 준비해서 자격증만 16개에다가 온갖 스펙을 다 쌓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직이 후방 병원의 전산병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남들은 "편한 곳으로 배치되어 좋겠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크게 실망한 것이지요.

저도 "본인 운이겠지"라며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합참의장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데 그 아들이 병사로 기무사령부에 근무한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무사는 대학재학 이상의 병사만 선발한다는 내부 기준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일하고 싶어 하던 사령부는 다 그랬습니다. 결국 불가능한 도전이었던 셈이지요. 아무리 실력을 쌓고 스펙을 갖춰도 안 되는 것이지요. '역시 이것이었구나'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저는 아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차별받는 사람들은 보통 그러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른 채로 차별을 받습니다. 그러한 차별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갖은 노력을 다하다가 실패한 이후에야 그 이유를 깨닫습니다. 차별의 기제는 보통 은폐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조장하는 법과 제도는 명확치 않지만 실제로는 그 차별의 기제는 너무나 강력히 작동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겪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출신, 학력, 성별, 국적, 성적 취향 등 배제의 논리는 차고 넘칩니다. 그 은밀하면서도 명확한 차별의 기제는 불가능한 꿈을 꾸도록 함으로써 개인에게 큰 상실감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저는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은밀한 차별은 사회의 통합을 해치는 부정의이자, 도덕적 타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꿈은 차별금지법 제정일 것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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