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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8일 05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19일 14시 12분 KST

문재인 전 대표님, 지난 대선 패배의 교훈을 잊으셨습니까?

문재인

유력 정치인의 애매모호한 발언은 항상 공격의 대상이 됩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사드에 대한 입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습니다. 지난 1월 8일 "사드배치는 다음 정부로 최종결정을 미루자"고 했다가 15일 "한미간 합의를 취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드 배치 철회를 전제로 (다음 정부가) 재검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6일 오마이TV 인터뷰에서 "한미 협의에 얽매일 필요 없다"며 또 원점에서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도록 말을 두 번 번복한 셈이 되었습니다. 원래 문 전 대표는 작년 9월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미국과의 합의를 번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입장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었다가 광장의 촛불민심이 달아오르자 또 다시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하자"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과거 발언까지 종합하면 여러 번 애매한 입장 변화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2012년 대선 당시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한 혼선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문 후보는 10·4 남북 정상대화 내용과 11·27 남북 국방장관회담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매우 비논리적인 발언을 하셨습니다. 서해평화협력지대와 남북공동어로구역 문제가 남북 간에 합의되지 않은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전에 "NLL 문제는 북한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기 때문에 합의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맥락을 모르고 당시 공동어로구역이 합의되지 않은 것을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의 경직성' 때문인 것처럼 오해했다가 나중에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노무현 정부의 NLL 포기'라는 저급한 정치공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역공을 취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니까 새누리당의 정치공세는 더 먹혀들었습니다. 남북정상 대화록 작성 경위와 대화록 보관 장소 등 핵심 정보를 모르니까 대선 후에도 '사초 폐기 논란'으로 또 시달리셨습니다. 대선 전후에 NLL 논쟁에서 극심한 피해를 입고 패배한 것입니다.

외교·안보 중요 사안에서 기민한 정보관리와 체계적인 논리를 준비하지 못한 문 후보는 당시 새누리당에게 완전히 기선을 제압당했습니다. 정확한 팩트와 치밀한 역공을 준비했더라면 얼마든지 돌파가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문 전 대표님을 보면 지난 대선 패배의 교훈을 잊은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보수 여당의 종북 공세도 문제지만 이를 허용하는 야당 후보의 취약성은 이번 대선에서도 큰 부담입니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캠프에서는 사심 없이 정책과 전략을 준비하는 참모진이 보이지 않습니다. 문 전 대표는 시급히 외교안보팀을 정상화하고, 국가 중요 안보사안에 대해 일관된 입장과 해법을 준비하여 제시하기 바랍니다. 사드는 다음 정부가 결정하도록 하자고 할 만큼 한가한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사드 배치 가속화와 중국의 경제보복이 예견되는 지금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국가 안보의 중요 현안입니다. 사드 배치 문제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성격을 결정하는 문제로 다음 정부가 결정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 야권 지도부와 대선 후보들은 사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법을 합의하기 위한 정책협의와 공통의 입장을 도출해야 합니다. 국가안보 문제가 대선 후보들끼리의 논쟁거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문재인 전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야당 정책협의가 시급히 진행되고 1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의 사드 배치 가속화에 대한 단일한 입장을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