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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2일 13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23일 14시 12분 KST

반기문의 귀환이 우려스러운 이유

Brazil Photo Press/CON via Getty Images

2003년 6월로 기억됩니다.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전환받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국방장관과 외교안보 참모진이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보수색이 강한 김희상 국방보좌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아예 "전작권 문제를 토론조차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거칠게 표현하자 노 대통령이 몹시 화가 났습니다. 전작권 전환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런 토론을 하느냐"는 김 보좌관의 태도가 몹시 불경스러웠습니다. 전작권 전환은 노 대통령이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인데 김 보좌관이 이를 무시하는 언동을 한 것입니다. 당연히 언성이 높아진 노 대통령과 김 보좌관이 싸우다시피 했습니다. 토론회는 엉망이 되었구요. 김 보좌관 자신도 자신의 발언에 자책감이 들었나 봅니다. 다음날 문희상 비서실장을 찾아간 김희상 보좌관은 전날 자신이 "대통령에게 몹시 불경했다"며 "소신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한 후 사의를 표명하고 이를 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튿날 문희상 비서실장으로부터 이 말을 전해들은 노 대통령이 껄껄 웃었습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나는 전혀 개의치 않으니 국방보좌관에게 더 이상 마음에 담지 말라고 전하라"고 했습니다. 역린(逆鱗)을 건드리면 화를 잘 내는 노 대통령이지만 정말로 누군가가 소신 있게 발언하면 대부분 용인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역시 보수색이 강한 반기문 외교보좌관이 노 대통령에게 소신 발언이나 직언을 하는 경우를 청와대 근무하는 2년 동안 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소신 있는 반대발언은 오히려 노 대통령이 필요로 한 덕목이었습니다. 사실 참여정부의 청와대가 국민적 논란이 많은 정책을 발표할 때는 이미 청와대 내에서도 치열한 논쟁을 거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웬만한 반대 발언도 잘 받아주는 노 대통령이어서 가능했습니다. 그런 노 대통령에게 반기문 보좌관은 항상 대통령 눈치만 봤습니다. 오죽하면 1년이 지나기 전에 우리 사회 내 보수진영에서 "반기문이 변절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언론을 통해서도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된 1990년의 용산미군기지 이전 양해각서 체결 당시 외교부 북미국장으로 협상 대표였던 반기문 보좌관은 그 당시 어떤 소신으로 그 양해각서에 서명했는지를 설명조차 못하고 "위에서 시키니까 했다"며 책임을 모면하는 발언만 했습니다. 절대 책임을 지지 않는 그 처신이 바로 '기름 장어'라는 별칭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다가 외교부 장관 시절에는 유엔 사무총장에 진출할 야심에 노 대통령 몰래 조지 부시 대통령 환심을 사는 발언을 미국 가서 하고, 그게 후에 들통 나면 또 대통령 찾아와서 변명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 그토록 새마을 운동을 칭송하고 박 대통령을 치켜세우던 반기문 사무총장이 최근에는 박 대통령을 비토하는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박근혜 대통령의 말대로 '배신의 정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정말로 반기문다운 처신입니다. 그런 처신은 고위직으로 진출에는 유리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일생 동안 무엇 하나 이루어놓은 업적이 없습니다. 이 분이 1월에 유엔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 대통령 선거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이게 뭘 말하는 걸까요? 반기문이 대통령이 된다 아니다 문제가 아닙니다. 그가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우리 아이들에게 "양심과 소신은 집어던지고 눈치껏 살면 대통령이 된다"는 처세술을 교육시키는 것입니다. 반 총장이 "몸을 불사르겠다"고 하는데, 저는 그 분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지금 개헌론자들은 책임총리제를 말하고 있지만 그보다 이 나라에는 책임지는 대통령조차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반기문 대통령이 나온다면 그것은 바로 박근혜 정부의 부활이 될 것입니다. 참으로 비극적인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실린 글입니다.